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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뒷담]보궐선거 취재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국회/정당

    [여의도뒷담]보궐선거 취재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기자도 예측실패 "여론조사 못 믿었다"
    오세훈 '겸손발언'에 당황한 국힘 캠프
    '조건부 출마'라더니 '비빔밥'으로 역전
    '우왕좌왕' 민주당은 통합당과 닮은꼴?
    출구조사 발표 후 민주당 상황실 숨소리도 못낼 정도로 침체

    ※기사 쓰긴 애매하고 버리긴 또 아까운 기자들의 취재 후일담을 '노컷'으로 전합니다. 오늘은 4.7 재보궐선거 취재했던 썰을 전해드리겠습니다.[편집자 주]
    등장인물
    ◇ 김광일 : 7년차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출입한다. 20대 국회에선 자유한국당을 맡았다. 친절하지만 의심이 많아 꼼꼼히 검증한다.
    ◆ 이정주 : 8년차 기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을 담당한다. 2015년 새누리당 출입을 시작했다. 여의도에서 손꼽히는 밑바닥 정보통이다.
    왼쪽부터 김광일 기자와 이정주 기자.

     



    ◇ 김광일> 편의상 우리 하던 대로 반말로 편하게 얘기를 하자. 형은 어느 정도 예상했어?

    ◆ 이정주> 사실 나는 13~15% 예상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보다 더 높게 나와 가지고.

    ◇ 김광일> 나는 5~8%로 봤는데 나는 아주 아예 틀렸고. 어쨌든 우리가 국민의힘 후보가 이길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크게 압승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

    ◆ 이정주> 사실 주변에서 맞춘 사람도 그렇게 많이 보지 못했어.

    ◇ 김광일> 따지고 보면 여론조사 결과랑 거의 비슷하게 실제 개표 결과가 나온 건데 우리가 그 여론조사 결과를 믿지 못한 것 같아.

    윤창원 기자

     

    ◆ 이정주> 근데 또 당에 있는 사람은 어떤 얘기가 나오냐 하면 '여론조사는 말 그대로 여론조사'라고. 전화를 받았던 사람들이 투표장에 가냐, 안 가냐, 이것은 또 다른 얘기거든요. 전화할 때는 당연히 '나는 모 후보를 지지한다' 이렇게 했는데 이게 과연 투표장으로 이어질 것인지. 게다가 평일이었고. 그것을 과소평가했지.

    ◇ 김광일> 특히 나는 민주당을 출입하고 민주당 사람을 많이 만나면서 그 얘기를 주고받기 때문에 더 여기에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 민주당이 많이 얘기한 게 '조직표가 많을 거고, 여론조사에 반영되지 않는 표가 많을 거기 때문에 그렇게 표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를 했는데 그 얘기를 많이 듣고, 의식하다 보니까 일반 여론조사보다 조금 더 생각을 달리한 것 같아.

    ◆ 이정주> 아니 사실은 내가 봤을 때, 예측한다는 것이 우리가 무슨 무당도 아니고.

    ◇ 김광일> 그렇지.

    ◆ 이정주> 때려 맞출 수 있는 것이 아니야. 결국은 사람이 데이터. 정보라는 것이 글로 읽는 것, 내가 듣는 것, 핵심 관계자, 정보의 격차를 두고 내가 스스로 판단하기 때문에 인간이 외부 조건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어.

    ◇ 김광일> 선거를 되돌아보면 막판까지 이슈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내곡동 셀프 개발 의혹, 생태탕집 인터뷰가 그렇게 크게 변수가 되지 않았던 걸 결과적으로 보면 알 수 있는데 어떻게 봤어, 그 이슈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해지자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오 후보, 김종인 비대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윤창원 기자

     

    ◆ 이정주> 생태탕은 난데없이, 사실 말해서 이게 '셀프 보상'에서 그러면 그 땅의 존재를 알았느냐, 그 땅의 존재를 알았다면 2005년에 측량 현장에 갔느냐, 안 갔느냐로 3단계 토스 돼서 왔는데 이게 당 안에서 어떤 얘기가 있었냐면 "사실 오세훈 후보의 입에서 자초한 거다"

    ◇ 김광일> 아, 거짓말 논란이 끝까지 괴롭혔던 거지.

    ◆ 이정주> 그렇지. 처음에는 본질이 아니었는데, 오세훈 후보가 사실 구구절절 말이 많으세요. 캠프에서 누가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 "아니, 해명을 그냥 뭉개라" 그런데 오 후보가 그런 것에 민감한 그런 게 있어서 해명을 하다가 "기억 앞에 겸손해야 한다"

    ◇ 김광일> 응. 그렇게 말했지.

    ◆ 이정주> 이게 첫 TV 토론회 때 나왔는데 이게 이제 사실 걸려든 거야.

    ◇ 김광일> 어. 왜?

    ◆ 이정주> 이게 공방전이 진실게임을 막 벌이고 있어서 최고조에 달했는데, 그러면 OX로, 갔냐 안 갔냐로 싸워야 하는데 갑자기 후보가 7부 능선에서.

    ◇ 김광일> 세모를 그었지.

    ◆ 이정주> 응. "기억 앞에 겸손해야 한다" 뒷발을 빼버리니까 캠프 내에서는 '어, 이거 뭐야? 혹시 오세훈 후보가?' 약간 이런 것도 중간에 있었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양천구 예총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 시작 전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 김광일> 같이 싸우고 있었는데, 저 앞에 장수가 갑자기 물러나는 느낌이구나.

    ◆ 이정주> 그렇지. 그러면 뒤에 후방에 있던 졸병들은 전진해야 할지, 후진해야 할지 가늠이 안 된다고.

    ◇ 김광일> 기어를 열심히 넣고 앞으로 다 같이 가고, 논리와 근거를 열심히 개발하고 있었는데.

    ◆ 이정주> 그렇지.

    ◇ 김광일> 근데 사실 내곡동 의혹 같은 경우는 본질은 특히 애초에 민주당 전략은 뭐였냐 하면, LH 이슈가 공직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서 그걸로 자신의 이익을 취했다. 특히 집값 상승이 엄청난 시대에 그걸 갖고 이익을 취했다는 게 민심에 너무 큰 반발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이 게임을 뒤집기 위해 '저것 봐라. 저쪽도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가 전략이었고 그러려면 내부정보를 이용해서 개발을 했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그것으로 유권자를 설득하려 했던 건데, 그게 증거 제시가 안 된 상황에서 거짓말 논란이 피어난 거구나.

    ◆ 이정주> 그런데 현재 판이 그런 판이 아니야. 부동산 급등 현상에 LH가 뚜껑을 얹어서 이미 휘발유가 폭발한 상황이었어.

    ◇ 김광일> 그 결과 오세훈 후보가 당선됐고 우리가 두 달 전, 세 달 전 시점을 보면 예상하기 어려운 역전의 드라마가 펼쳐진 것 같은데 그 과정을 다시 복기할 필요도 있을 것 같아.

    ◆ 이정주> 이걸 통상 내가 그런 비유를 하는데 예전에 2002년 한국 축구 보면 그때 한국 축구가 아무도 예상 못 하는.

    ◇ 김광일> 4강에 갔지.

    ◆ 이정주> 3연승을 하면서 갔어. 당시에 유로2000에서 우승을 했던 포르투갈을 우리가 조별 예선에서 꺾었어.

    ◇ 김광일> 그리고 이탈리아, 스페인도 꺾었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맞이하며 포옹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 이정주> 3강인데. 지금 오세훈 후보로 비교하면 당내 경선에서 나경원, 야권 단일화에서 안철수, 그리고 본선에서 박영선. 이것을 세 번을 꺾고 3연승 거두면서 기염을 토했거든.

    ◇ 김광일> 다 꺾을 수 있었던 비결이 있었을까?

    ◆ 이정주> 사실 난 개인적으로 이게 어떤 공을 띄웠는데 예견했다기보다는 상황과 그 당시 운이 맞아떨어진 것도 있다고 봐. 근데 처음에 한국 축구처럼, 히딩크 감독이 '5대0' 소리 들었던 것처럼 왜 회의적으로 봤냐면 이분이 안철수 대표랑 단일화 문제 때문에 경선에 들어오기 전에 조건부를 걸었어.

    ◇ 김광일> 조건부 출마.

    ◆ 이정주> 그렇지. 솔직히 말해서 지금 오 시장님, 시장됐지만 이게 듣도 보도 못한 거거든. 우리 입장에서는, 아니 세상에 조건부 출마가 어딨어.

    ◇ 김광일> 모든 걸 다 걸고 나가도 모자랄 판에.

    ◆ 이정주> 그렇지. 출마는 본인이 하는 거야. 내가 출마할지, 안 할지는 본인이 선택하는 거지. '네가 오면 내가 출마 안 하고, 네가 안 오면 내가 나간다' 이게 무슨 소리야. 상대에게 공을 넘기는 건데 그것 자체가 '안철수가 나보다 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서 기싸움이 중요한 정치판에서는 용납이 안 되는 영역이야.

    ◇ 김광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대표가 그 당시에 출마했고, 그다음에 오세훈 후보는 나경원 후보랑 맞붙게 됐는데 그 과정은 또 어떻게 이겼을까?

    ◆ 이정주> 그게 짬짜면론(論)과 볶음밥론이 있는데. 당시에 짬짜면, 소위 말해서 나경원 쪽에서는 '보수, 짜장면과 짬뽕을 어떻게 섞냐. 보수는 하나의 어떤 기본 가치가 있다' 이것으로 스탠스를 잡았고 오세훈 후보는 정반대로 볶음밥론을 들이댔거든. '이건 섞어야 한다'

    ◇ 김광일> 국민의힘이라는 당 안에서 여러 가치를 가진 사람이 다 통합해서 그 안에서 싸워야 한다?

    ◆ 이정주> 응. 그렇지. 비빔밥인가? 볶음밥인가? 아무튼 중도 통합, 우파 통합 이걸 했는데.

    ◇ 김광일> 보통 비빔밥이라고 하지.

    ◆ 이정주> 그렇지. 비빔밥 같아. 그래서 오세훈 후보도 실제 내가 캠프와 통화할 때는, 이게 후일담인데, 어떤 사람은 이런 얘기도 했어. 그 한칸 한칸을 깰 때마다 당연히 충격은 나경원 후보 때가 제일 컸고. 어떤 캠프 사람은 '나는 이 선거를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런 얘기도 하더라고.

    ◇ 김광일> 그건 무슨 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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