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처
세계 최대의 반도체 위탁 생산업체인 대만 TSMC가 중국 슈퍼컴퓨팅 업체 파이티움(飛騰·페이텅)의 신규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
파이티움은 컴퓨터의 두뇌인 중앙처리장치(CPU)를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펩리스(반도체 설계전문기업)로 미국 상무부가 8일 국가안보를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린 7개 중국 슈퍼컴퓨터 업체 가운데 하나다.
TSMC는 그동안 파이티움이 설계한 CPU를 주문받아 납품해 왔지만 미국의 중국 슈터컴퓨터 업체 제재에 화답해 반도체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보도했다.
자체 생산 시설을 갖추지 않은 반도체 설계업체들은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들이 주문을 받아주지 않으면 제품 생산을 전혀 할 수 없기 때문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SCMP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칩을 설계하는 데 미국 기술이 필요하다"며 "TSMC로부터 공급이 중단되면 파이티움은 7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칩 재고분으로 버텨야한다"고 밝혔다.
중국에도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SMIC가 있지만 이곳도 미국의 추가 제재를 두려워 해 이미 화웨이 등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자국 기업과의 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최근 반도체 자립 노력을 강화해 왔지만 아직 해외칩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중국의 슈퍼컴퓨터는 여전히 인텔, AMD, IBM 등의 CPU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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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대 컴퓨터과학 교수인 프란시스 라우는 "현재 모든 슈퍼 컴퓨터는 대부분 미국산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번 미국의 제재 조치는 중국이 슈퍼 컴퓨팅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려는 노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일본과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 나라에서 만든 제품을 사용하는 대안이 있기는 하지만 최고의 구성 요소는 여전히 미국이다"고 말했다.
중국은 1983년 처음으로 자체적으로 슈퍼컴퓨터를 개발한 이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슈퍼 컴퓨터를 보유한 나라가 됐다.
지난해 11월 현재 국제슈퍼컴퓨터학회의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 순위에 따르면 중국은 214대의 슈퍼컴퓨터를 보유해 113개에 그친 미국에 두 배 이상 앞섰다.
하지만 톱 500의 1위부터 3위는 일본과 미국이 차지하는 등 질적으로는 아직 뒤처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