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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LH 용역업체 입찰 '담합' 의혹…'전관예우' 정황도"

사건/사고

    경실련 "LH 용역업체 입찰 '담합' 의혹…'전관예우' 정황도"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건설사업관리용역 분석
    2개 업체만 입찰 참여한 경우가 72%
    사업금액 높은 '종심제'에 몰려…"경쟁 없어"
    내부 위원 평가가 '결정적'…"전관 업체 유리"

    그래픽=김성기 기자

     

    시민단체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건설 사업에 입찰 담합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계약이 이뤄진 LH의 건설사업관리용역 92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경실련은 이번 자료를 업계 제보자를 통해 입수했다. 자료에는 △입찰공고 △입찰 결과 △평가위원 △평가 결과 등이 담겼다.

    ◇92건 중 66건에 2개 업체만 입찰 참여…"줄세우기" 입찰담합 징후

    경실련에 따르면 92건 사업의 총 계약금액은 4505억원에 이른다. 이 중 2개 업체(컨소시엄)만 입찰에 참여한 사업이 66건으로 72%를 차지한다. 3개 업체만 참여한 사업도 17건으로 19%였다.

    낙찰자 선정방식을 살펴보면 사업금액이 큰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에서 2개 업체 입찰참여가 두드러졌다.

    92건의 사업 중 종심제로 평가된 사업은 85건이다. 그중 65건(77%)의 입찰에 단 2개 업체만 참여했다.

    종심제는 기술점수(80점)와 가격점수(20점)를 합산한 통합 평가방식으로, 20억원 이상의 사업을 평가할 때 적용된다.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제11조에 의하면, "경쟁입찰은 2인 이상의 유효한 입찰로 성립"한다. 2개사 입찰은 무효입찰을 회피하기 위한 방책으로 보인다는 게 경실련의 설명이다.

    경실련은 "건설사업관리 용역사업에서 기술이행능력을 겸비한 업체들은 상당수"라며 "그런데도 입찰 참여업체 수가 단 2곳밖에 되지 않는 것은 상위업체끼리의 담합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분석결과 '돌아가면서 수주'를 위해 용역규모가 큰 종심제 사업에서 '2개 업체 입찰'이 두드러졌다"며 "줄세우기 입찰담합 징후가 매우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체 92건 중 7건에 해당하는 적격심사제를 보면, 2개사 입찰은 1건이었다. 4건(57%)은 6개 업체 이상이 입찰에 참여했다.

    경실련은 "LH는 상위 10개 업체 간 공동수급을 제한해 왔기에 이들 간의 수주 경쟁이 발생해야 한다"며 "하지만 2개사 입찰이 대부분인 현상은, 발주청인 LH에 의한 묵시적 '줄 세우기 담합'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LH는 매년 '공동수급 제한 계약 규모 상위 업체'를 발표해왔다. 지난해까지는 상위 5개 업체끼리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없도록 했고, 지난해 8월에는 상위 10개 업체로 확대했다. 일부 업체에 낙찰이 편중되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난해 92건의 수주현황을 보면, 상위 10개 업체가 전체의 53.3%인 49건을 수주했다. 총 2898억8천만원의 계약금을 타냈다. 이는 전체 계약금액 중 64.3%를 가져간 셈이 된다.

    연합뉴스

     

    ◇LH 내부위원이 고점 평가하면 90% 낙찰…"결정적 영향력"

    아울러 경실련은 LH 내부위원들이 낙찰업체 선정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심제의 기술능력평가는 LH 내외부 평가위원 7명이 업체별 점수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같은 정성적 평가점수는 '강제차등점수제'를 적용하는데, 경실련은 이 제도로 평가위원의 점수가 수주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고 봤다.

    경실련에 따르면 92건 중 내부위원이 높은 평가점수를 준 업체가 낙찰된 경우는 90.2%(83건)에 달했다. 내부위원이 1위로 평가했지만, 낙찰에서 탈락한 사업은 9.8%(9건)에 그쳤다.

    경실련은 "LH 내부위원은 3명으로 통상 7명의 평가위원 중 절반에 미치지 못하지만, 낙찰 업체 선정에는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올해부터는 LH 내부위원을 5명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평가위원으로 선정되는 빈도수에 따라 평가위원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LH 건설사업관리용역 평가위원으로 1회 이상 참가한 사람은 총 296명이다. 이중 LH 임직원은 140명으로 절반가량이다. 3회 이상 평가위원으로 참가한 LH 임직원은 53명이다.

    경실련은 "LH는 로비 의혹에 대해 평가위원을 평가일 하루 전에 발표해 로비가 어렵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현재와 같이 소수 LH 임직원만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는 구조에서는, 평가위원 로비는 언제든 이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격담합' 징후도 보여…"강제차등점수제 원인"

    경실련은 입찰업체들 사이에서 '가격담합' 징후가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종심제 평가방식은 기술점수가 총점에서 80점을 차지한다. 높은 기술점수를 얻기 위해 평가위원에 대한 로비를 유도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격점수(20점) 차가 크면 종합점수가 달라질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 때문에 안정적인 납찰을 위해서는 가격담합을 하려는 유인도 남아있다.

    경실련은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강제차등점수제"라며 "LH 퇴직자를 영입한 전관 회사에 특히 유리하게 작동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이 92건의 투찰가격을 살펴본 결과, 낙찰업체와 2순위 업체의 투찰금액 차이가 1%도 안되는 사업이 74건(80%)에 달했다. 투찰금액 차이가 0.5% 미만은 58건(63%)였다. 그런데도 평균낙찰률은 낙찰자 결정방법에 상관없이 평균 81.2%에 근접했다.

    개별 사업금액 상위 10개 사업 중에는 LH전관을 영입한 업체가 6개 사업을 수주했다. 가장 큰 계약금액(123억원)의 사업을 수주한 건축사사무소는 LH전관 3명을 영입했다.

    시설사업에서 가격담합이 이뤄질 때 낙찰률이 95%를 상회하는 것과 비교해 LH 건설사업관리 용역사업은 81.2%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실련은 이를 낮은 금액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경실련은 "정부가 '실비정액가산방식'을 택해 18.8% 이상 설계금액을 부풀려 놓았다"며 "평균 낙찰률 81.2%로도 상당한 이윤 확보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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