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에서 탄핵 소추된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2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 의혹' 사건을 맡은 항소심 재판부가 헌법재판소의 요청에 따라 재판 기록 일부를 헌재에 보내기로 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박연욱 김규동 이희준 부장판사)는 2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다. 지난 2월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며 탄핵 심판 대상이 된 후 처음 열린 재판이다.
재판부는 이날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 심판과 관련해 재판 기록 일부를 헌재에 보내겠다고 밝혔다. 앞서 헌재는 지난 3월 국회 대리인단의 신청에 따라 해당 재판부에 임 전 부장판사의 1심 재판기록 등을 송부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재판부는 "탄핵 심판 절차에 있어서 문서를 보내 달라고 요청할 때 바로 안 된 사례가 있고 쌍방(검찰과 변호인)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어서 보류해왔다"며 "양 측이 말한 것을 보면 특별하게 별도 이의는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변호인 측에 "(탄핵 심판과)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기록이 있어 보여 증거목록을 보시고 특별하게 보내서는 안 될만한 것이 있는지 의견을 달라"고도 요청했다.
재판부는 오는 5월 16일 임 전 부장판사의 의혹과 관련한 마지막 증인신문을 진행하고 이후 결심기일을 지정해 항소심 재판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기로 했다. 법정에 나올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임 전 부장판사는 재판이 끝난 뒤 탄핵심판 관련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여기서 드릴 말씀은 아니"라고 짧게 말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에서 탄핵 소추된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2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임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재직 당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로 2015년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청와대의 입장을 반영토록 하는 등 압력을 넣은 혐의를 받는다.
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체포치상 등 사건에 대해 양형이유를 변경케 한 혐의, 야구선수 임창용·오승환씨 사건을 정식재판에 회부하지 말고 약식명령 처리하라고 담당 재판부에 지시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임 전 부장판사가 가토 다쓰야 사건 등 일선 재판에 개입한 것을 인정하고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하면서도 수석부장이 일선 재판에 개입할 권한 자체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항소심이 진행되던 중 국회는 1심 재판부가 임 전 부장판사의 재판개입을 최소 '위헌적 행위'로 판단한 점을 근거로 지난달 탄핵소추안을 의결해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다. 임 전 부장판사는 연임 신청을 하지 않아 올해 2월 말 법관 자리에서 물러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