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연합뉴스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시험 합격자 실무 연수 인원을 200명으로 제한하기로 하면서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올해 새 임원진이 당선된 후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온 데 이어 나온 강경 조치로, 당장 약 500명의 변시 합격자가 개업을 하지 못할 위기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변협은 26일 "제10회 변시 합격자 실무연수 인원을 예정대로 최대 200명으로 정하고 만약 신청자가 이를 초과할 경우 무작위 추첨으로 실무연수자를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사법에 따라 신규 변호사는 6개월 이상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실무를 익히거나 변협에서의 연수를 마치지 않으면 법률사무소 개업 등을 할 수 없다.
변협에 따르면 해마다 법원, 검찰, 로펌 등에 취업해 실무를 익힐 수 있는 인원은 1천 명 정도로, 연수처를 구하지 못한 나머지는 변협에서 연수를 받아왔다. 올해 법무부가 발표한 변시 합격 인원은 1706명으로 취업에 성공한 1천여 명과 변협에서 연수를 받게 되는 200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당장 변호사 업무에 종사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변협은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실무를 익히는 것이 원칙이고 그렇지 못한 이들의 경우 보충적으로 변협에서 통로를 마련했을 뿐 이는 의무나 강제사항이 아니다"라며 "정부로부터의 수습변호사 예산지원이 완전 중단된 지도 2년이 됐다"고 강조했다.
제10회 변호사시험. 박종민 기자
현재 수습변호사들이 자비를 들여 변협 실무연수를 받으려면 100만 원 이상 자비를 들여야 한다. 그럼에도 연수인원이 늘어나면서 경력 2년인 변호사가 5~6명의 수습변호사를 관리하거나 단순 독후감을 과제로 대체하는 등 연수가 크게 부실화됐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논란은 대한변협이 변호사 업계 포화를 이유로 신규 변호사 수 감축을 주장해온 것과 관련해 협회 차원의 첫 공식조치를 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변협은 최대 1200명 이내로 신규 변호사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변협은 "수습변호사들이 법률사무종사기관을 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법조시장의 수요와 현실을 외면한 채 로스쿨의 요구만을 반영해 일방적으로 변호사 과잉 배출 정책을 강행한 교육부와 법무부의 합작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로스쿨 원우협의회 측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합격자 수 축소를 주장하는 핵심 멤버들은 (합격률이 높았던) 변시 1·2기 초기 기수"라며 "자신들은 수월하게 합격했지만 후배들은 더 힘들게 공부하고 점수를 잘 받아도 탈락하고 오탈자가 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숫자를 줄이자는 변호사의 SNS에는 골프 라운딩과 수십억 아파트 이야기가 나오지만 현재 수험생들은 수천만 원 빚에 골방 생활을 하고 있다"며 "대한변협의 행태로 억울하게 피해 입는 로스쿨생들이 너무 많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