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 박종민 기자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무마 의혹'으로 기소 위기에 처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목될 것이냐가 총장 후보 추천 국면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변수로 여겨지던 '이성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는 일단 29일로 예정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 회의 일정 뒤로 밀리게 됐다.
검찰의 '이성윤 기소 방침'과 이 지검장의 '결백 주장'이 대립하는 가운데, 수사심의위의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조차 없는 상황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규정에 따라 이 지검장을 적합한 후보라고 자체 판단해 추천위에 심사대상자로 제시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CBS노컷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이성윤 심의위'는 오는 29일 추천위 회의 전엔 열리지 않는다. 심의위 일정을 정하는 양창수 위원장은 '급하게 서두르기보단 원칙대로 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통상 신청이 들어온 후 심의위 소집까지 수주가 걸리는데, 이번에 이례적으로 약 일주일 만에 소집할 경우 '추천위 일정'을 고려한 정무적 소집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심의위가 추천위 전에 열리느냐, 마느냐'는 이 지검장이 총장 후보로 추천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를 민감한 변수로 여겨져 왔다. 만약 심의위가 추천위 전에 열려 '이성윤 기소 또는 수사 계속' 판단이 나왔다면 이 지검장은 후보군에서 멀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심의위가 추천위 이후로 밀리면서 이 지검장으로선 한시름 놓게 된 모양새다. 검찰의 기소를 추천위 이후로 지연시키기 위한 이 지검장의 '심의위 신청'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분석까지도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황진환 기자
'심의위 변수'가 일단 사그라지면서 이제는 박 장관의 선택에 시선이 옮겨가는 기류다. 기소 방침을 세운 검찰 수사팀과 이 지검장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심의위라는 제 3자의 판단도 없이 '피의자 이성윤'을 '총장 후보 적합자 이성윤'으로 추천위에 제시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지어야 하는 입장에 놓였기 때문이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운영규정(대통령령) 제8조 2항은 '법무부장관은 피천거인 가운데 검찰총장 제청대상자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추천위원회에 심사대상자로 제시한다'고 돼 있다.
이 지검장은 국민천거 절차에 따른 피천거인 명단에는 포함됐지만, 박 장관은 아직 이 지검장을 '심사대상자'로 지목해 제시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6일 법무부는 총장후보추천위원들에게 피천거인 14명 관련 자료를 모두 넘겼지만, 이는 법무부 장관의 적격성 판단이 들어간 '정식 심사대상 명단'은 아니라는 게 내부의 설명이다. 해당 피천거인들에는 이 지검장과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 구본선 광주고검장,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 등 기존에 유력하게 거론되던 후보들은 물론이고 연령·기수 등에서 가능성이 떨어지는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박 장관이 추천위 회의 직전이나 현장에서도 끝내 심사대상자를 본인이 지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이번엔 정치적으로 사안이 민감하니 총장 후보군을 (장관이) 추리지 않고 천거된 전원을 심사 대상으로 삼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경우 박 장관이 이 지검장을 '적합한 후보'라고 제시함에 따라 뒤따를 수 있는 각종 논란을 피해가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추천위는 29일 회의에서 심사대상자들의 적격 여부를 심사할 예정이다. 추천위가 이 과정을 거쳐 총장 후보자로 3명 이상을 추천하면, 박 장관은 이를 존중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최종 후보자를 제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