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회의에서 실리콘 웨이퍼 꺼내든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달 12일(현지 시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확충 회의를 열었던 미국 정부가 한 달 여만에 또다시 삼성전자 등을 불러 반도체 관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에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압박이 또다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기업들에게 보낸 초청장을 입수해 "미국 상무장관이 오는 20일(현지시간)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반도체 기업들을 불러 최근 전 세계의 반도체 공급난을 주제로 화상 회의를 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날 회의에는 삼성전자, TSMC, 인텔, 제네럴모터스, 포드, 구글, 아마존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십년 간 우리는 충분한 반도체를 미국에서 생산하지 못했다"며 "이는 최우선 순위이고 우리가 공격적으로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이번 회의 역시 반도체 및 공급망 문제와 관련한 주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황진환 기자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달에도 반도체 공급난 해결 방안을 논의한다는 명분아래 화상 회의를 열고 사실상 기업들에게 미국 내 투자를 요구했다. 이번 회의도 이와 유사한 성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레 삼성전자가 바이든 행정부의 요구에 어떤 대응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앞선 회의에서 인텔·TSMC는 즉각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꺼내놓지 않았다.
일각에선 공교롭게도 회의 날짜가 한미 정상회담 하루 전날이라는 점에서 회의 전후 삼성전자가 미국 내 반도체 공장 투자를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와는 달리 인텔·TSMC 등은 지난날 열렸던 회의직후 반도체 공장 증설 계획 등을 발표했다.
실제로 TSMC는 당초 120억 달러(약 13조원)를 들여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 1개를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미국 측 요청을 받고 향후 3년간 최대 6개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인텔도 미국 뉴멕시코주 공장에 35억 달러(약 4조원)를 투입해 반도체 후공정 기술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이처럼 경쟁사들이 앞다퉈 미국에 화답하는 분위기가 연출되면 삼성전자도 더 이상 투자 계획 발표를 미루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공장.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약 19조원)를 투입해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장 부지는 현재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 오스틴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반도체 회의 개최 여부와 상관없이 오는 21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이유로 삼성전자가 미국 내 투자 계획 발표를 마냥 늦추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