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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계엄군, 건물 옥상서 조준사격…신혼부부도 피살"(종합)

사건/사고

    "5·18 계엄군, 건물 옥상서 조준사격…신혼부부도 피살"(종합)

    "사격사실 인정하는 당시 가해자 측 복수진술 처음으로 나와"
    진상조사위 1주년 간담회…"계엄군 2천명↑증언확보 계획"
    '광주 침투' 주장한 탈북민으로부터 "사실 아냐" 진술 확보
    하반기에는 5·18 왜곡·조작 등 4과제 직권조사 여부 결정

    12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송선태 위원장이 조사개시 1주년을 맞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조사성과 등을 발표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1980년 광주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M60기관총과 조준경이 달린 M1소총으로 시위대를 살상하고, 시신의 사후수습을 담당하는 '사체처리반'(가칭)을 운용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 봉쇄작전' 중 광주교도소 부근을 차로 지나던 신혼부부가 사살되고, 송암동에서 만 4세 아이가 총격에 희생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이른바 '북한 특수군 침투설'과 관련해서도 실제 북에서 내려왔다 주장했던 김명국(가명)씨는 최근 "사실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을 뒤집은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조사개시 1주년을 맞은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는 서울 중구 저동 진상조사위 대강당에서 조사성과 등을 보고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5·18 당시 군부의 발포명령과 헬기 사격여부를 비롯해 민간인 학살과 암매장 등을 조사하고자 출범한 진상조사위는 지난 2019년 말 출범해 5개월 만인 지난해 5월 12일 조사과제 7개를 결정하면서 활동을 개시했다.

    진상조사위는 전두환 신군부가 투입한 특수부대 제3공수여단이 1980년 5월 20일 밤 10시 이후 광주역, 5월 22일 이후 광주교도소의 감시탑과 건물 옥상에 M60 기관총을 설치하고 M1 소총에 조준경을 부착해 시민을 사살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투입부대인 제11공수여단의 경우, 5월 21일 오후 1시경 전남도청 앞에서 벌어진 집단발포 직후 금남로 주요건물 옥상에 저격수를 배치하고 시위대를 향해 '조준 사격'을 한 사실을 인정하는 진술도 확보했다.

    진상조사위 송선태 위원장은 "M60 기관총과 M1 소총의 조준경 부착사격은 1980년 5월 20일 광주역 일원의 총상 사망자들과 1980년 5월 22일 이후 광주교도소 일원에서 발생한 총상 사망자들의 사망원인이 일부 칼빈총 총상으로 분류된 의혹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군들은 대부분 칼빈총을 소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굉장한 숫자가 시민군끼리 (쏜) 교전으로 사망했다'는 주장을 했다. 위원회는 군이 칼빈이나 그와 유사한 총기를 사용했는지 여부를 면밀히 조사했다"며 "M1과 M60이 칼빈과 동일한 검안 소견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논쟁과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보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발견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2과가 만든 '광주교도소 3공수여단 작전상황 및 민간인 피해현황' 조감도. 이은지 기자

     

    허연식 조사2과장은 "지난 1년간 현장 작전에 직접 투입된 장·사병 중 522명을 만났고, M60으로 직접 사격을 했다거나 M1 조준경을 이용해 사격을 했다는 등 58명의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했다"고 부연했다. 진상조사위는 탄도학 등 관련분야 전문가들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전문기관에 이같은 진술내용을 의뢰해 추가로 정밀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다.

    1980년 5월 21일 밤 광주와 외부를 잇는 도로망을 모두 차단하라는 지시에 따라 계엄군이 수행한 '광주 봉쇄작전' 중 사망한 이들의 실종된 시신을 찾는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당시 숨진 이들 중 광주교도소 일원에서 최소 41구, 주남마을 일원에서 최소 6구가 확인되지 않았고, 송암동 일원의 시신(최소 8구)도 확인조사 중이다.

    진상조사위는 현재까지 최소 총 55구의 시신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신의 사후수습을 담당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체처리반'(가칭)을 조직적으로 운용했다는 의혹도 조사 중이다. 송 위원장은 "현장에서 암(가)매장을 지시·실행, 목격했다는 계엄군 중 제3공수여단 51명의 증언과 주남마을 제11공수여단 4개 팀이 광주에 다시 내려와 사체수습에 참여했다는 증언에 기초했다"고 말했다.

    문헌과 계엄군의 증언을 통해 광주교도소 양쪽의 광주-순천 고속도로, 광주-담양 간 국도를 오간 차량과 민간인들에 대한 사격이 최소 13차례 이상 이뤄졌다는 점도 확인됐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복수의 장·사병이 교도소 옆 고속도로를 지나가던 신혼부부의 차량을 저격, 사살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상조사위는 "그간 목격자 진술은 있었지만 가해당사자가 공통적으로 진술한 것은 처음"이라며 "신혼부부의 신원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제7·11공수여단, 제20사단과 전투교육사령부 병력이 모두 동원된 송암동 일대 봉쇄작전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사건의 새로운 피해정황도 나왔다. 진상조사위는 만 4세 어린이가 총격으로 좌후경부맹관총상을 입고 숨진 뒤 암매장된 사건에 대해 "가해자를 특정하고 피해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13년 자신이 5·18 당시 북한군으로 광주에 침투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된 탈북민 김명국(가명)씨가 "사실 광주에 간 적이 없다"는 '양심 선언'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진상조사위는 그에 대한 조사를 통해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김씨의 진술은 그동안 위원회가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내용과 연계해 북한 특수군 침투의 가능성을 검증하는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본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동영상을 통해 '2012년 국정원 조사에서 사실무근임을 밝혔음에도 계속 거짓말이 확산돼 진상조사위에서 밝혔다'며 광주 시민에게 사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진상조사위는 채널A, TV조선 등 김씨와 탈북민 출신 작가 이주성씨 등을 출연시켜 '북한 특수군 침투설'을 여과없이 방송한 종편 방송사들의 방송 경위도 추후 파악할 계획이다.

    그간 끊임없이 제기돼온 '북한 특수군 침투설'을 두고 군(軍)과 정보기관에서 보유한 정보자료·교범·교훈집 등과 대조해 내용을 분석하는 작업도 계속되고 있다. 또 북한의 로동신문·조선중앙통신 등 관련문건과 기타 공개자료를 통해 조사를 보완하는 한편 주한 미국 대사·국무부·국방부·CIA 등 미국 정부문서를 분석해 주장의 진위를 파악 중이다.

    5·18 민주화운동기간 중 시위대에 의한 무기고 피습과정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사실관계도 살펴보고 있다. 당시 시위대와 경찰 관계자, 현장 목격자 등의 증언을 토대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송 위원장은 "시위대의 무기고 공격은 당시 전라남도 26개 시·군 중에서 진도군과 신안군을 제외한 24개 시·군에서 발생했다"며 "광주의 실상을 알리고 무기를 획득하기 위해 시위대가 광주 외곽으로 진출하면서 총 100개소의 무기고를 공격해 60개소에서 무기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2020년 11월 30일 고 조비오 신부를 비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씨가 30일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자료사진

     

    항간에는 당시 전남도청 지하실에 '8톤 분량의 군사용 TNT가 조립돼 설치되어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군사용 TNT가 아닌 민수용 다이너마이트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진상조사위는 폭발력과 폭발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그간 알려진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며 과학적 검증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1980년 5월 광주에 투입됐던 2만 353명의 계엄군 중 10%인 2천명 이상으로부터 의미 있는 진술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200여 장·사병들로부터 확보한 진술로 인해 진압작전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재구성하며 '발견적(heuristic) 진실'에 다가가고 있다는 자평도 내놨다.

    아울러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신군부 핵심관계자들에 대한 조사 준비도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진상조사위 법률자문단 중 내부적으로 엄선한 분들이 심문서를 만들고 있다. (준비되면) 소환장을 보내고 저희가 쓸 수 있는 모든 방책을 다 쓰겠다"며 "소환과 서면조사에 불응할 시 해당 (관할)지검을 통해서라도 조사를 의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의 육사 동기이자 최측근인 정호용 전 특전사령관은 진상조사위 측에 먼저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진상조사위는 "확인된 사안이 전원위원회 의결을 거치면 그때 공개하겠다. (5·18 당시) 정씨의 위상으로 봐 이 내용이 밖으로 나갔을 때 당시 신군부 상층부에 미칠 영향도 고려하고 있단 점을 양해해 달라"고 말을 아꼈다.

    진상조사위가 직권조사 중인 사건은 5·18 당시 최초발포와 집단발포 책임자 및 경위조사를 포함한 12개 사건이다. 올 하반기에는 5·18민주화운동을 은폐·왜곡·조작한 사건과 △계엄군과 경찰의 피해조사 △연행·구금과정 등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 △국가권력 등에 의한 피해자 탄압사건 등 4개 과제에 대한 직권조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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