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잇따른 산재 사망에 직접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백담 수습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반복되는 산업재해 사망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응답할 것을 촉구하며 청와대 근처에 산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분향소' 설치에 나섰다. 경찰이 이를 막아서면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정의 달'이라는 말이 무색케 지난 5월에만 77명의 노동자가 출근 후 퇴근하지 못했다. 반복되는 산재사망, 중대재해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요구안을 정리해 어제 청와대에 전달하고 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중대재해를 멈추기 위한 문 대통령과의 긴급 노·정 교섭, 민주노총-고용노동부의 비상대응팀 가동 △중대재해사업장(원청) 사업자 구속 △노동자와 시민이 참여하는 특별근로감독·노동자 작업중지권 즉각 보장 등 실효성 있는 비상조치 △근본적 제도개선 등을 요구안에 담은 것으로 파악됐다.
9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더 이상 죽이지 마라'는 문구가 적힌 '산재사망 노동자'의 영정 피켓을 들고 있는 민주노총 조합원들. 백담 수습기자
이날 회견이 예정된 오전 10시 전부터 행사장 주변은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이를 둘러싼 경찰들로 인해 긴장감이 감돌았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든 민주노총 측은 "추모의 공간을 열겠다는 거다. 관혼상제 행사는 집회 신고 등이 의미 없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들어 '집회신고 장소로 이동하고 도로를 점거하지 말라'고 해산방송을 하며 경고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이곳에 추모공간 하나 만드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는 정부가 과연 노동자 목숨을 지킬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 평택항 고(故) 이선호씨 빈소에 정치인들이 왔다 가도 무슨 변화가 있나"라며 "이씨가 죽은 이후 지금까지 51명이 또다시 산재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정부와 자본에 의한 구조적 살인인 산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추모공간 설치도 가로막는다면 대통령의 이선호 빈소 방문은 기만이고, 노동자의 안전을 지킬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며 "(코로나19) 방역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 알지만 코로나로 죽은 사람보다 산재 사망자가 더 많은데 어떻게 책임질 건가"라고 반문했다.
양 위원장은 "우리는 더 이상은 죽지 못한다. 여기서 우리의 요구를 전하기 위한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우리가 마련한 추모공간에서 머리를 숙이고 희생된 노동자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9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는 산재사망 노동자들의 추모분향소를 설치하려는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경찰 사이 팽팽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백담 수습기자
회견을 마친 조합원들은 분향소 설치를 위해 좌측 도로에 주차된 스타렉스 차량으로 향했다. 그러자 30여 명의 경찰들이 차량과 조합원들을 에워싸면서 양측 사이 고성이 오가고 대치상황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은 '숨을 쉴 수 없다'고 호흡곤란을 호소하거나 차도에서 쓰러지기도 했다. 조합원 2명이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되는 동안 이같은 국면은 약 30분 동안 이어졌다. 다만, 현장에서 경찰에 연행된 조합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정차 위반으로 3차례 차량 철수명령을 내린 경찰은 견인대상 통지서를 발부해 스타렉스 차량을 끌고 갔다. 현장에 나와 상황을 주시하던 종로구청 관계자도 민주노총 측이 도로에 내려놓은 천막 구조물을 압수 조치했다.
구청 관계자는 "인도에서든 도로에서든 천막을 설치하는 행위는 주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불법 행위"라며 "만약 추후에 천막을 설치하더라도 이를 압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채증자료를 바탕으로 집회를 주최한 민주노총 관계자들에 대해 집시법 위반 혐의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9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민주노총과 경찰이 대치하는 가운데 일부 조합원은 호흡곤란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백담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