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창원 기자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중도 표심잡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충격 요법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
2년 가까이 당의 발목을 잡아온 '조국 사태' 사과에 이어 부동산 투기 의혹일 불거진 의원 전원에 대해 탈·출당 조치하는 등 리스크 최소화에 적극 나서면서 모처럼 정국 주도권을 가지고 왔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송 대표는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 소속 의원 12명에 대한 탈당 권유 조치에 대해 "저도 변호사 아닌가. 수사권에 제한이 있는 국민권익위원회의 명단인데 이 것을 가지고 바로 탈당한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선제적이고 과도한 면이 있다"면서도 "그만큼 저희들이 절박했다"고 밝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를 했지만 기소는커녕 경찰 수사단계 조차 거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부동산 투기에 대해 높아진 국민 눈높이를 생각할 때 내로남불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특히 함께 86세대를 이끌어 온 40년 지기이자 의혹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평가되는 민주당 우상호 의원도 동일하게 탈당을 권유받은 점은 이목을 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지난 8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권익위의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와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창원 기자
송 대표는 "40년 친구의 명단이 들어있는 것을 저만 알고 있었다. 최고위원들에게는 블라인드를 해서 마지막 결정 때 까지 그 이름을 공개 안했다"며 "새벽에 자는데 2시에 깼다가, 또 4시에 깼다가 그런 고통의 시간이 있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탈당 권유를 받은 의원들 중 일부는 투기성이 낮고, 소명 기회도 없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다수는 지도부의 취지에 수긍해 탈당계를 제출했다.
조국 사태에 대한 대응, 부동산 정책 등을 이유로 반발하던 당내 의원들도 이번 결정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안은 우리 당이 한 번은 정면돌파하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었다"며 "그런 의미에서도,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서도 좋은 대응이었다"고 말했다.
당 외부에서도 신선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는 최근 송 대표에게 격려 메시지를 보내면서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고, 할 일을 하고 있다"며 "근래 볼 수 없었던 정치 리더십이다. 자랑스럽다"며 송 대표의 최근 행보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4·7 재보궐 선거 참패의 핵심 원인으로 분석되는 부동산 내로남불에 대해 다소 과할 정도의 대응을 신속하게 결정함으로써 공을 야권으로 넘긴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추경호(가운데)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강민국(오른쪽) 원내대변인, 전주혜 원내대변인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 국민의힘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의뢰하기 위해 민원실로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이 당초 감사원에 전수조사를 의뢰했다가, 감사원이 감사원법을 근거로 이를 거부하자 다시 권익위로 선회하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점도 민주당에게는 호재가 되고 있다.
특히 한동안 '이준석 돌풍', '윤석열 대권행보' 등 야권에 쏠렸던 여론의 시선을 이번 결정으로 다시 여권으로 가져온 점 또한 호평을 받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의 당 지지율이 민주당에 앞서고 있고, 범야권 대선 잠룡들의 지지세가 범여권 주자들보다 높은 점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누구나집' 등 송영길표 부동산 정책과 코로나19 손실 보상을 실효성 있게 집행하고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에 대한 이견을 잘 조율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아울러 이번 탈당 권유로 상처가 불가피해진 의원들이 추후 무혐의로 인해 당으로 돌아올 때 흉터가 남지 않도록 하는 것도 숙제다.
송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송 대표가 국민의 시선을 우리에게 돌려놓은 것은 적지 않은 성과이자 향후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라며 "새로 출범할 국민의힘 지도부와 현안, 정책적인 이슈에 있어 계속해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다면 대선에서도 좋은 싸움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