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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안건조정위를 통해 법안을 우회 심사해 구글이 예고한 인앱결제 강제 정책 시행시점인 10월 전에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조속한 법안 처리를 위해 미온적인 야당을 압박한 셈이다.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묶여 있던 구글방지법 통과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 인앱결제강제금지법' 안건조정위 회부…"법안 통과 속도"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인앱결제 관련 안건조정위원회는 민주당 3인, 국민의힘 2인, 무소속 1인으로 구성한다"고 24일 밝혔다. 국회법에 따르면 회부된 안건에 대한 조정안은 재적 조정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한다.
여야는 해당 법안을 두고 평행선을 달려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글로벌 플랫폼 독과점 방지를 위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 1 야당인 국민의 힘은 규제 대신 시장 조정에 맡겨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구글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이 안건조정위에 오른 것은 최근 교통방송(TBS) 감사청구권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계속되면서 법안 심사가 줄곧 미뤄졌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TBS 감사청구권 상정을 요구하며 6월 국회 심사 일정을 모두 보이콧 하고 있다.
◇"창작자 노력에 '무임승차'"…구글 인앱결제 강제에 분노하는 창작자들이에 따라 업계는 인앱결제강제금지법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방침이 시행되는 10월 이전엔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인앱결제 강제로 직격탄을 맞게 될 앱 개발사들과 콘텐츠 업계는 그간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국회에 요구하며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인앱결제 강제에 따른 수수료 인상이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돼 전체 생태계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간 의견 대립으로 조정이 필요할 때 위원회 재적위원 3분의1 이상의 요구로 구성된다. 안건조정위의 조정안이 의결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위원회가 그 안건을 표결하도록 돼 있다. 안건조정위의 활동기한은 구성일로부터 90일이다.
만약 오는 25일까지 안건조정위원 구성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법안소위를 거치지 않고 전체회의에 상정될 가능성도 있다.
◇구글 반값 수수료 공식화에도 국내 IT업계는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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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이 같은 국회 움직임을 의식한 듯, 이날 앱마켓 수수료를 기존 30% 방침에서 15%로 낮추는 정책을 발표했다.
구글은 '구글플레이 미디어 익스피리언스 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구글플레이에서 월간 활성 앱 설치가 10만개 이상인 비디오·오디오·도서(웹툰·웹소설 등) 등 앱에 대해 15%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인앱결제 30% 수수료의 절반 수준이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TV, 차량, 웨어러블, 인공지능(AI) 스피커 등 안드로이드 기반 장치 플랫폼과 앱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통합해야 한다. 콘텐츠 유형에 따라 구글이 추가 요구 사항을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업계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문제의 본질은 "수수료율이 아니라 구글이라는 거대 앱마켓 사업자가 자사 결제시스템을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수수료 15% 기준 없어 "기한·조건 없는 독단적 결정"…구글 수수료 인하는 '사탕발림'
구글의 일방적인 조치에도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다수의 이해당사자들과 어떠한 협의도 없는 독단적인 행동인 데다 15%라는 수수료의 기준도 모호하다는 입장이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은 "15%로 인하한다는 개념 자체가 너무 막연하다"며 "기한이나 조건 등 상세 조항이 있어야 하는데 구글의 프로그램을 따라야한다는 전제조건만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장 눈 앞의 상황만 모면하고 2~3개월 후에는 다시 수수료를 올릴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면서 "인앱결제 서비스를 쓰도록 강제하는 문제의 근원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실장도 "구글이 대한민국 콘텐츠 생태계를 약탈하려는 야욕이 여전하다"며 "이번 조치는 사탕발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15%로 인하한다는 것도 정확히는 15%가 아니다"라며 "몇 개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회사들이 구글 프로그램에 신청하라는 것"이라고 일침했다. 구글에게 종속을 약속한 기업들에게만 일정 기간 동안만 할인 혜택을 제공하려는 미봉책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구글이 플랫폼이라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되면서 이 같은 형태의 조치들이 계속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감추지 않았다. 국회가 이른바 '구글 갑질방지법'을 조속히 처리해주길 바라는 이유다.
권 실장은 "결국 해법은 구글 갑질방지법의 조속한 통과에 있다"며 "더 이상 구글이 갑질을 못하도록 법안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 회장 역시 "구글의 이번 수수료 인하 조치로 안건위에 회부된 내용이 흐지부지되서는 안된다"며 "여러 곳에서 공통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과방위에서도 신중하게 검토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과방위 의원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추천의 건에 반대하며 전체회의 진행 중에 중도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