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국회의원 선거 당시 '친일 정치인 불매 운동'과 '친일청사 4대 입법' 캠페인을 진행하다 서울 동작구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에 출석하는 피고인들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을 앞두고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후보자로 출마한 지역구에서 "친일 국회의원을 청산하자"는 피켓 시위와 서명 운동을 벌인 것은 낙선 운동에 해당할까?
29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아베규탄시민행동 활동가들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첫 공판에서 이 질문에 대해 검찰과 피고인의 변호인은 서로 다른 대답을 내놓으며 법정 공방을 펼쳤다.
이 사건 피고인은 모두 5명으로 아베규탄시민행동을 구성하는 시민단체 중 하나인 겨레하나 소속이다. 이들은 지난해 4월 15일 21대 총선을 앞둔 3월 17일~27일 나경원 전 의원 선거사무실 앞 노상을 비롯해 서울 동작구 이수역 출구, 흑석시장 앞 노상 등에서 여러 차례 친일 청산 캠페인을 벌였다.
당시 활동가들은 해당 장소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친일 정치인을 국회에서 청산하자는 취지의 서명 운동을 벌였다. 임시로 설치한 책상에는 '친일망언 처벌' '친일파 재산환수' '친일파 훈장 박탈' '친일파 국립묘지 안장' '친일파 없는 국회' 등이 적힌 현수막이 붙었고 '사사건건 아베편' 등이 적힌 피켓을 이따금 들기도 했다.
검찰은 이 행위가 당시 동작을 예비후보자로 출마한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확산하기 위한 낙선운동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180일 전부터 특정 후보 혹은 정당의 당선 혹은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검찰은 구체적으로 공소장에 "나경원 예비후보자가 2004년 일본 자위대 행사에 참가한 경력 등으로 친일 논란을 빚은 것을 빌미로 이용하여", "나 후보에 대해 부정적 여론을 형성 및 확대하고 낙선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문구로 적시했다.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선거 당시 '친일 정치인 불매 운동'과 '친일청사 4대 입법' 캠페인을 진행하다 서울 동작구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에 출석하는 피고인들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피고인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친일청산을 위해 총선 기간 전에도 진행한 캠페인이었고 특정 정당 혹은 후보자의 이름도 적거나 부른 적이 없어 특정 후보자의 당선에 영향을 주기 위한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사건 피고인들을 대리하는 양홍석 변호사는 이와 함께 "선거관리위원회나 경찰의 현장 계도에 따라 가능한 범위에서 캠페인 활동해왔고 이 사건 이전에도 캠페인 활동했기 때문에 고의성이 없고 위법하지 않다"고 검찰 주장을 맞받아쳤다.
같은 행위에 대한 검사와 변호인의 첨예하게 다른 시각은 이후 진행된 증인신문 과정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이날 재판 증인으로는 당시 수사기관에 제출한 고발장을 쓴 동작구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공무원과 이 사건을 수사한 동작경찰서 경찰관이 나왔다. 모두 검찰 측이 신청한 증인들이다.
검사는 이들이 당시 피고인들의 활동이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에 따라 수사한 점을 확인하는 질문을 던졌고 변호인은 유독 피고인들에 대한 수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이유를 부각했다. 증인신문 도중 경찰의 일부 수사 서류가 증거능력이 있는지를 두고 양측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에서는 변호인 측의 신청에 따라 이 사건에 관련된 선관위 소속 직원 3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2차 공판기일은 법원 여름 휴정기 이후인 오는 9월 7일로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