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5일 서울 마포구 JTBC 스튜디오에서 열린 합동 TV 토론에 참석해 후보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예비경선 2차 TV토론회는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집중 견제의 장이 됐다.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기본소득을 비롯해 영남 역차별, 여배우와의 스캔들까지 이 지사를 다방면으로 압박했다.
반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 지사를 두둔하면서 이낙연 전 대표와는 날카롭게 각을 세우는 등 치열한 2등 전쟁을 예고했다.
계속되는 1등 때리기…'여배우 스캔들' 질문까지
지난 5일 JTBC와 MBN의 주관으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단일화로 인해 참석자만 1명 줄어들었을 뿐 이틀 전 열린 1차 토론회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박용진 의원은 "기본소득을 임기 내에 하겠다고 공약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며 공세를 시작했다.
박 의원은 26조원을 들이면 1인당 연 50만원의 기본소득을 당장이라도 지급할 수 있다는 이 지사의 페이스북 글을 가리키며 "연 25조원씩 4년이면 100조원의 돈을 문재인 정부가 허투루 쓰고 있다는 말씀이냐"고 비판에 나섰다.
이 지사가 친문 성향의 당내 지지층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까지 활용한 공격인 셈이다.
5일 서울 마포구 JTBC 스튜디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합동 TV 토론회에서 이낙연 후보(오른쪽)와 박용진 후보가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박 의원은 이에 그치지 않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흉 볼 것이 없다. 윤 전 총장은 한 말이 없지, 한 말을 뒤집은 적은 없다"며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윤 전 총장까지 소환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미국 타임지에 수억원의 광고비를 썼고, 각지에 기본소득 국민본부가 출범했다"며 이 지사의 대표 공약이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기본소득을 공약한 적이 없다고 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국민과 당원에게 사과해주면 좋겠다"며 공약 폐기를 촉구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 지사의 '영남 역차별' 발언을 두고 공격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수도권과 지방의 역차별이라는 해명은 원래 발언에 대한 진실한 해명이 아니다"라며 "영남 역차별은 발언한 문장 속에 수도권이 있지 않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 전 총리는 이 지사의 도덕성 관련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배우 김부선씨와의 스캔들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정 전 총리는 "대통령의 덕목 중 도덕성은 매우 중요하다. 윤 전 총장도 친인척 비리로 도덕성을 상실한 것"이라며 "소위 '스캔들' 해명 요구에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대선후보로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제가 혹시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라며 대응에 나섰다.
가수 나훈아씨가 2008년 여배우와의 스캔들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던 중 "내가 직접 보여줘야겠느냐"며 테이블 위에서 바지를 벗으려 했던 사건을 활용한 것이다.
이에 정 전 총리는 "그거하고는 다른. 아니 이제 국민들이 납득을 하실 수 있도록 말씀을 해야 한다"며 잠시 당혹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재명 감싼 추미애…이낙연 맹공하며 2등 싸움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5일 서울 마포구 JTBC 스튜디오에서 열린 합동 TV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승조, 박용진,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최문순, 정세균, 이재명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다른 후보들과 달리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중간 중간 이 지사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추 전 장관은 박 의원이 이 지사의 말 바꾸기를 지적한데 대해 "윤석열 대선 후보가 말을 뒤집었던 것에 대해서는 간과하시고 이 지사가 기본소득에 대해 말을 뒤집는다고 하시는 것은 과하다"며 "정책을 비판하며 뭐가 이렇다고 짚어주는 것은 모르겠으나, 윤석열을 가지고 와서 우리 후보를 비판하는 것은 원팀으로서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러한 추 전 장관의 발언들에 대해 "지원해주셔서 각별히 감사드린다", "추 전 장관께 지원을 많이 받았다"며 여러 차례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반면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3위로 올라선 추 전 장관은 2위를 달리고 있는 이 전 대표에 대해서는 날을 세웠다.
그는 총리 시절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반대의 뜻을 전했다는 이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혹시 당시에 대통령이 판단을 잘못했다고 여기셨느냐", "검찰개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는 않았느냐", "윤 전 총장이 검찰개혁에 저항한다고 의심을 안 해보셨느냐" 등의 추궁성 질문을 쏟아냈다.
이 전 대표가 "제가 국회에서 (윤 전 총장을 향해) 여러 번 경고했고, 과도한 수사라고 한 것도 기억하실 것"이라고 답했지만 추 전 장관은 "별로 기억이 나는 바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오히려 이 전 대표가 당의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던 4·7재보궐 선거를 가리켜 "판단이 잘못됐던 선거 결과였다"고 거듭 비판을 이어갔다.
때문에 당내 일각에서는 다른 후보의 견제를 분산시키려는 이 지사와, 2위 주자가 되려는 추 전 장관이 연대해 다른 후보들이 구축하고 있는 이른바 반(反) 이재명 전선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재명 "황희" 최문순 "김정은" 박용진 "버핏"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5일 서울 마포구 JTBC 스튜디오에서 열린 합동 TV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승조, 박용진,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최문순, 정세균, 이재명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통질문인 '내가 대통령이 되면 꼭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에 대한 후보들의 답변도 눈길을 끌었다.
이 지사는 "좀 색다른 생각을 해봤다"며 "정책실장으로는 실사구시의 정약용 선생, 장영실 같은 분을 과기부 장관으로, 대동법을 만들었던 김육은 기재부 장관으로, 시간이 되면 황희정승을 총리로 써서 통합하고 싶다"고 답했다.
최 지사는 "김정은 위원장"이라며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할 때 문 대통령과 같이 갔었는데 예전에는 상상도 못한, 자연스럽게 일어나 와인 잔을 부딪치며 대화를 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나라도 부자로, 국민도 부자로 만들겠다는 국부 펀드가 꼭 성공해야 하니 워런 버핏 이런 분을 모셔오려고 한다"고 답했다.
추 전 장관은 "여기 계신 후보님들", 김두관 의원은 "염태영 수원시장, 신정훈·진성준·강병원 의원", 정 전 총리는 "이광재 후보",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정세균, 이낙연 후보", 이 전 대표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빛내리 교수"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