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권 도전을 선언한지 열흘이 지났다. 국민의힘 입당을 미루며 식사정치와 민생투어를 이어가고 있지만 내용은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
빵(정치행보)은 커지고 있는데 정작 '앙꼬(내용)'는 없는 빵(국민의힘 관계자)"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윤 전 총장은 8일 오후 김영환 전 국회의원과 만찬 회동을 했다. 역사논쟁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이슈에서 여권 선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번번히 충돌하자 '이재명 저격수'로 알려진 김 전 의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정부에서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내기도 한 김 전 의원과의 만남을 통해, 호남에 구애의 메시지를 발신하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다만 지난 열흘 동안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반문(재인)' 이상의 내용이 없다는 게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 전반의 평가다. 일단 대권 도전 선언 이후 접촉한 정치권 인사들은 캠프가 '공개한' 인물만 김 전 의원 외에 원희룡 제주도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 등이다. '여의도에서 제일 바쁜 사람은 윤석열'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러나 국민의힘 입당 이슈를 얘기한 권 위원장 외에는
모두 정권교체의 뜻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논의가 머물렀다.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팁스타운에서 열린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스타트업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의 우려스런 시선이 주로 머무는 지점은 '윤석열이 듣습니다'로 명명된 민심투어다. 현 정권을 향한 정치적 메시지 외에
정책적 역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첫 일정은 지난 6일 카이스트 원자핵공학과 전공 학생들을 만나는 것이었는데, 탈원전 정책에 대한 맹비난만 남았을 뿐 그래서 어떤 에너지 정책이 필요한지
'윤석열의 구상'은 나오지 않았다. 청년창업가들을 만난 이날 두번째 민생 투어에서는 "경제의 역동성을 주기 위해서는 자유를 줘야 한다"며 현 정부의 규제정책을 비판하면서도 이들을 위한 생태계를 어떻게 조성할지에 대해서는
'공정'이라는 추상적 대안만 제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윤 전 총장 입당을 촉구하고 있는 국민의힘에서부터 "대권도전을 공식화하고 열흘이나 지났는데, 정치적 접촉이나 민생투어 모두 단건의 메시지 발신에 그치고 큰 그림은 보이지 않고 있다(국민의힘 다선 의원)"는 말이 나온다. 대선을 여러 번 치루며 잔뼈가 굵은 한 당직자는 "
민생투어의 경우 전체 일정이 스토리를 가지고, 해당 지점마다 후보가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유권자에게 정보를 주는 방식으로 꾸려져야 한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의 일정은 수박 겉핥기 식"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이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는 명분으로 국민의힘 입당도 미루고 있으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소극적인 태도 역시 논란거리다. 장모 최은순씨의 1심 유죄판결이 나온 지난 2일, 윤 전 총장은 비공개로 김영삼대통령기념도서관,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을 각각 방문한 뒤 관련 내용을 언론에 알렸었다.
"처가 관련 질문을 피하면서, 좋은 모습만 언론에 나오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처사다. 급기야 최근에는 질문을 쏟아내는 취재진 앞에서 "총장님, 대답하지 마세요. 좌팝니다"라고 말하는 지지자와 그 얘기를 듣고 윤 전 총장이 대답 없이 자리를 떠나는 장면이 현장에 있던 각종 미디어 영상에 그대로 잡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불법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수십억 원대 요양급여를 부정수급 한 혐의(의료법위반 등)로 기소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가 지난 2일 1심 선고 재판을 받기 위해 의정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명실공히 야권의 대형 우량주인 만큼 주위에 모인 인재들이 탄탄한 지원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캠프 구성 자체가 폐쇄적으로 운영돼 자원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권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공보팀과 네거티브 대응팀 등 캠프 내 조직들이 유기적으로 화합하지 못하고 콘트롤타워 없이 점조직처럼 움직이고 있다"며 "
아무리 역량 있는 보좌진이라고 해도, 자신의 재량이 어디까지고 윤 전 총장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확실히 알지 못하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캠프의 기술적 문제를 넘어서 윤 전 총장 스스로 '정치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힘 다선 의원은 "정책을 만들기까지 의견이 완전히 다른 세력과도 소통해야 하는 등 크고 작은 정치 과정 전반을 지나면서 쌓이는 지식이 있다"며 "이런
'보이지 않는 지식'을 인정하며 보완하려고 하지 않고 '내가 수사를 해봤기 때문에 정치분야도 잘 안다'는 식이면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