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당 밖의 대선주자 포섭에 본격 착수했다. 대형 우량주인 윤 전 총장의 경우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 외에도 이준석 대표가 직접 만나 입당을 촉구하고 나섰고, 최 전 원장 등 다른 주자들과의 접촉도 속속 예정돼 있다.
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표는 지난 6일 윤 전 총장과 1시간 가량 양자 회동을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6일 대전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오는 길에 이 대표의 문자를 받고 나서, '얼굴이나 보자'는 차원에서 저녁에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입당을 미루고 있는 윤 전 총장이 조기 입당 필요성을 고수하고 있는 이 대표를 비공개로 만난 것에 대해 윤 전 총장 측은 "상견례 성격의 자리였다"며 조만간 공개 회동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는 8월 말 전후 대선후보 당내 경선 시작을 예고한 국민의힘은 범야권 대선주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권 위원장은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부총리, 장성민 전 의원 등 장외에 머물고 있는 잠룡들과 접촉했거나 접촉을 예고하는 등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권 위원장은 이날 최 전 원장 부친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최 전 원장이 정치 참여 의사를 밝힌 만큼 이번주 내 양자 회동이 예상됐지만, 예상치 못한 최 전 원장의 부친상으로 인해 빠르면 다음 주에 만남이 예상된다. 앞서 지난 3일 권 위원장은 윤 전 총장과 만찬을 함께 하며 정권교체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권 위원장은 김 전 부총리, 장 전 의원 등 범야권 대선주자들을 폭넓게 만나 입당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제1야당으로 장외주자들을 모두 끌어들여 통합 경선을 벌이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게 중론이다. 이준석 대표가 꾸준히 '8월 경선 버스 출발론'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범야권 주자들이 장외에 흩어져 있어 속도를 낼 필요가 있는 셈이다. 이 대표는 이날 KBS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8월 내 입당 가능성에 "제가 듣고 있는 무수한 첩보로는 (입당설이) 맞는 것 같다"며 "(윤 전 총장이) 제3지대를 고려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최 전 원장과 장 전 의원 등 범야권 주자들이 제1야당 대선 경선에 참여하면 흥행에 도움이 되는데,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윤 전 총장의 합류가 관건이다. 국민의힘 내에선 결국 8월 경선 전에 윤 전 총장이 합류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윤 전 총장에게도 빨리 입당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 여러 차례 전해졌고, 윤 전 총장도 크게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퇴역 대령의 빈소를 조문한 뒤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윤 전 총장은 일단 국민의힘 입당 여부엔 말을 아끼며 장외에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이 듣습니다'라는 이름의 민심탐방을 명분으로 입당을 미루고 있지만, 중도와 보수 등 다양한 인사들과 회동을 통해 지지세 확장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지난 2일 원희룡 제주지사와 만찬을 시작으로 지난 7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오찬 회동에 이어 이날 김대중 정부에서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김영환 전 의원과 만찬을 함께 했다.
지난 2016년 민주당을 탈당,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을 거쳐 지난해 총선 직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합류한 김 전 의원은 여권 유력 대선주자 이재명 경기지사의 저격수로 꼽힌다. 이날 회동 후 윤 전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의원으로부터 오랜 정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귀한 말씀을 많이 듣고 배웠다"고 했고, 김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은) 살아있는 권력과 싸우는 과정에서 존경했고, 현재 야권통합과 정권교체에 가장 소중한 분"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이같은 윤 전 총장의 행보를 두고 입당 전 중도층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과 제3지대 가능성 등 전망이 엇갈린다. 당내 한 재선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현재는 당적이 없는 윤 전 총장에 대한 호남 지지율이 꽤 높게 나오지만, 막상 보수정당에 입당하는 순간 폭락할 수도 있다"며 "밖에 있는 동안 호남 구애 행보로 지지율이 빠지는 것을 미리 대비하는 것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가 지나치게 압박 공세를 취하면서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 머물러 막판 단일화를 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내 한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가 버스 정시 출발로 압박을 주니까 윤 전 총장이 외곽에서 힘을 모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범야권 주자에게 예의를 갖추고 교집합을 찾아야 하는데 이런 식으론 야권 통합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굳이 지금 국민의힘에 들어가 다른 후보들과 옥신각신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적어도 현재 당내 대선후보 경선룰(당원 50%‧여론조사 50%)을 100% 여론조사로 바꾸면서 오는 11월 후보 선출일 전후 막판 후보 단일화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과의 회동설을 일축했지만, 김 전 위원장의 발언 등을 감안하면 조만간 양자 간 만남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