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원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구속까지 됐었던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6일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3월 31일 MBC가 이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연루 의혹을 처음 보도한지 약 1년 4개월 만이다.
MBC 보도로 촉발된 시민단체의 고발은 빠르게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당시 이성윤 검사장(現 서울고검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이 수사를 맡았고, 사건은 최선임인 정진웅 형사1부장(現 울산지검 차장검사)에게 배당됐다.
수사팀은 고발장을 접수한지 3주만인 지난해 4월 28일 채널A 본사를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첫 강제 수사였다. 다만 기자들의 거센 반발로 대치하다가 수사팀은 압수수색 대신 일부 자료를 넘겨받고 41시간 만에 철수했다.
채널A 본사 압수수색 시도 이후 수사팀은 이철 전 VIK 대표와 그의 대리인을 자처한 '제보자X' 지모씨(56) 등 관련자들을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높였다. 지씨는 '검언유착' 의혹을 MBC에 알린 인물이고, 이 전 대표는 강요미수 피해를 주장해왔다.
이동재 전 기자가 구치소에 수감중인 이철 전 대표에게 수차례 편지를 보냈는데, 이 과정에서 이 전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털어놓도록 압박했다는 게 MBC 보도의 골자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황진환 기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측근인 한 검사장이 연루돼 있다는 이유로 같은해 6월초 지휘를 대검찰청 부장회의에 일임했다. 이동재 전 기자 측은 수사팀을 신뢰할 수 없다며 형사사법 전문가들이 판단하는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해달라고 진정했다.
대검과 중앙지검 수사팀, 법무부의 갈등이 표출된 건 이때부터다. 윤 전 총장이 이 전 기자 측 진정대로 전문수사자문단의 소집을 지시하자,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피의자 요청에 따라 자문단이 꾸려지는 건 아주 나쁜 선례"라며 공개 비판했다.
곧이어 수사팀도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중단하고, 수사팀에게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 독립성'을 부여해달라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윤 전 총장의 결정에 반발했다. 윤석열 대(對) 추미애·이성윤의 갈등 구도가 형성된 때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윤창원 기자 수사팀의 반발에도 윤 전 총장이 뜻을 굽히지 않자 항명 이틀만인 지난해 7월 2일에는 추 전 장관이 직접 나섰다. 전문수사자문단 절차를 멈추고 중앙지검 수사팀에 독립성을 주라며, 사실상 '윤 전 총장은 손을 떼라'는 취지의 수사 지휘권을 발동한 것이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난 7월 9일 대검은 "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게 됐다"고 발표하며 한발 물러섰다. 추 전 장관이 나서 윤 전 총장은 끄집어내고 이성윤 고검장에게 키를 쥐어준 모양새였다. 이후 엿새만에 수사팀은 이 전 기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에서 이 전 기자의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만 해도 사건은 '검언유착' 실체가 인정되는 쪽으로 흘러갔다. 한동훈 검사장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그를 폭행한 혐의(독직폭행)로 입건된 정진웅 형사1부장은 8월 인사에서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현재는 기소가 돼 재판중인 상태다.
반면 한 검사장은 사건에 연루돼 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산고검 차장검사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다. 이 전 기자 구속 즈음 열린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권고까지 나왔지만 1년째인 지금도 중앙지검은 한 검사장 사건의 처분을 미루고 있다.
취재원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8월 기소된지 11개월, 올해 2월 보석으로 풀려난지 5개월 만에 이동재 전 기자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공범으로 기소된 백모 채널A 기자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이 전 기자 측은 "검언유착 의혹에 실체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한 검사장도 입장문을 내고 "이 사회에 정의와 상식의 불씨가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판결로서 잘못이 바로잡혀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거짓 선동과 공작, 불법적 공권력 동원에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