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북한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 앞에서 열린 제7차 전국노병대회 관련 28일 조선중앙통신 보도. 연합뉴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25 전쟁 체결일인 27일
코로나19와 대북제재의 장기 지속에 따른 "곤란과 애로는 전쟁 상황에 못지않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결심했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처럼 현재 국면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28일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정전협정체결 68주년에 열린 제7차 전국노병대회에서 실시한 '전승세대의 위대한 영웅정신은 빛나게 계승될 것'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오늘 우리에게 있어서 사상 초유의 세계적인 보건위기와 장기적인 봉쇄로 인한 곤란과 애로는 전쟁 상황에 못지않은 시련의 고비로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전승세대가 가장 큰 국난에 직면하여 가장 큰 용기를 발휘하고 가장 큰 승리와 영예를 안아온 것처럼 우리 세대도 그 훌륭한 전통을 이어 오늘의 어려운 고비를 보다 큰 새 승리로 바꿀 것"이고, "전체 인민이 부럼 없는 복락을 향유하는 부흥강국으로 꾸려나갈 것"이라며 극복 의지를 강조했다.
6.25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이른바 '전승절'에 나이 든 참전군인들 앞에서 한 연설이지만 지난해 대회와 달리 자위적 핵 억제력과 국방력 강화 방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연설에서 국방 분야와 관련해서는 "우리 혁명무력은 변화되는 그 어떤 정세나 위협에도 대처할 만단의 준비를 갖추고 있으며 영웅적인 전투정신과 고상한 정치 도덕적 풍모로 자기의 위력을 더욱 불패의 것으로 다지면서 국가방위와 사회주의건설의 전초선들에 억척같이 서있다"고만 말했다.
지난 27일 북한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 앞에서 열린 제7차 전국노병대회 관련 28일 조선중앙통신 보도. 연합뉴스반면 김 위원장은 지난해 노병대회 연설에서는 "우리의 믿음직하고 효과적인 자위적 핵 억제력으로 이 땅에 더는 전쟁이라는 말은 없을 것",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최강의 국방력을 다지는 길에서 순간도 멈춰 서지 않을 것"이라며 핵 무력을 공개적으로 강조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 관련해서도 연설에서 "1950년대 영용한 조국 방위자들이 미 제국주의의 날강도적인 침략을 결사적으로 격퇴", "미제를 괴수로 하는 추종 국가무력침범자들을 꺾고 전승이라는 경이적인 미증유의 사변을 이루어낸 전승세대의 위대한 공적" 등이라고 언급했지만, 이는 지난해 미국을 거론하며 했던 발언들의 수준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핵 협상을 염두에 두고 한반도 정세에 '주동적 대응'을 하기 위해 남북연락채널 복원 합의에 이어 핵 국방력 강화와 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빼고 유화적인 기조를 이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김 위원장은 "전쟁 상황"과도 같은 현재의 위기 국면에서 청년세대 등 북한 주민들에게 전승세대의 정신력을 따라 배울 것을 강조하며 내부 단합과 결속에 주력했다.
김 위원장은 "전승세대의 공적 중에서 제일 귀중하고 값진 것은 영웅적인 투쟁정신과 기풍을 창조한 것"이라며, "우리 인민과 새 세대들에게는 위대한 전승세대의 후손이라는 그 무엇에도 비기지 못할 특별한 긍지와 자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승세대 후손들의 영예로운 사명은 위대한 수령, 위대한 당의 영도 밑에 창조된 위대한 승리전통과 영웅정신을 빛나게 계승하여 선열들이 지켜내고 일떠세운 이 나라를 더 강대하게 하고 끝없이 번영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전국노병대회'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북한은 지난해와 올해의 정전협정 체결일이 5년과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정주년이 아닌데도 2년 연속으로 대규모 노병대회를 열고 김 위원장이 직접 연설을 했다.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는 참전 노병만이 아니라 "공화국 무력 장병들과 새 세대 청년대학생들, 혁명학원 교직원, 학생들이 참가했다"고 한다. 3중고의 위기 국면에서 반동 문화 배격법을 제정하는 등 비사회주의 문물 유입을 경계하는 북한이 참전 노병들을 내세워 청년층 등 북한 주민들의 사상교양 강화와 체제결속을 꾀한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