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허술하고 엉성한 코로나 백신 예약시스템이 국민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겨주면서 방역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자 정부는 백신접종 정책과 사전 예약접수시스템을 완전히 뜯어 고쳐 8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번달(7월) 코로나 백신을 맞기 위해 예방접종 예약을 신청하던 50대 국민들은 기다려도 기다려도 내 순번이 돌아오지 않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앞아 앉아서 기다리느라 지친 경험을 한 번씩은 했다. 그나마 기다리던 끝에 당일 예약이라도 끝낸 시민들은 위안이라도 됐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스트레스로 오히려 병이 날 지경이란 푸념이 이어졌다.
김 모 주부는(서울시 목동 거주) 7월 19일 오후 8시 예약을 하기 위해 접속을 시도했으나 워낙 대기자가 폭주해 아예 접속이 되지 않았다. 김씨는 "한참을 접속을 시도해도 안돼서 나중에는 '10시에 접속을 받는다'는 재공지가 뜨더라"며 "곧이어 10시에는 접속은 됐지만 대기 순번이 천명이 넘어 스트레스가 말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시력도 좋지 않은데다 기다림에 지친 김씨는 결국 자녀에게 시켜서 그날 밤 늦게 '예약일자 8월17일'을 받는데 성공했다.
서울 등촌동에 사는 서 모씨(50대)는 코로나 예방접종 예약을 하려고 새벽 2시까지 기다렸다가 안돼서 1~2시간 기다린 뒤에야 예약에 성공했고, 용인시에 사는 박 모씨는 아예 처음부터 딸에게 예약을 부탁한 경우다.
코로나 델타변이가 급속히 번져 우세종으로 바뀐데다 예방접종이 중증화를 막는데 도움이 된다는 전문가 진단으로 국민들은 앞다퉈 백신접종에 나섰지만 정부의 정책과 시스템은 이에 따라주지 못해 생긴 불협화음이자 부실행정의 전형이다.
정부가 너무 일찍 방역을 완화해 4차 팬데믹을 자초했다는 일부의 비판이 일고 있는데다 '먹통 예약'에 국민 원성도 날로 높아지자 정부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정책과 예약시스템 대수선에 나섰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이 코로나를 백신접종을 통해 돌파하기 위해 백신확보에 동분서주할 때 뒷짐지고 있다가 실기한데 이어 백신 예약접수에서도 사후약방문을 하고 있는 격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 홈페이지 캡처폭주하는 민원에 정부가 서둘러 마련한 대책의 골자는 △백신을 접종할 연령대별 접종대상군(群)을 지금보다 세분화하는 것과 △백신 예약접수시스템의 용량을 대폭 늘리는 것 두 가지다.
질병관리청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2일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시스템 문제 진단과 해결책 마련을 위해 카카오와 네이버, LGCNS, 베스핀 글로벌, KISA 등의 전문가들을 긴급히 불러 모아 마련한 대책을 오는 5일 발표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30일 "바뀌는 예방접종 대책의 가장 큰 부분은 예방접종자들이 한꺼번에 모이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제도 자체를 바꿀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예약 누리집 개통 직후, 예방접종 대상자 약 1천만건이 한꺼번에 접속해 발생한 접속장애 현황을 공유하고, 사전예약 누리집의 서버를 확충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8월부터 시작되는 20대~40대 국민의 예약이 조만간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인 만큼, 코로나 백신 접종대상 연령군이 기존의 10대, 20대를 10년 단위로 포괄하는 방식을, 보다 세분화해 20대 연령대 전체 인구를 주민등록 뒷번호에 따라 1/10로 나누는 10부제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 1차 팬데믹 당시 전국민이 마스크 구입에 나서면서 일대 혼란이 빚어지자 도입했던 10부제를 백신 예방 접종 예약에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사전예약 누리집 개편과 관련 방역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 예방접종 장비 임차를 위한 계약체결이 A업체와 진행중이며, 8월에 맞춰 서버보강이 가능할 것이란 답변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서버를 보강해 국민들이 기다리지 않고 예약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해 예약시스템의 일부 로직도 손볼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