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중학생 살인사건 피의자 백광석(48). 고상현 기자제주의 한 주택에서 중학생을 살해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된 백광석(48)과 김시남(46). 이 둘은 경찰의 탄력순찰을 비웃듯 사건 현장에 장시간 머물다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당일 아침부터 주택 주변에서 염탐
3일 경찰에 따르면 백광석과 김시남은 살인사건 당일인 지난달 18일 오전 7시 40분쯤 제주시 모 철물점에서 범행 도구로 사용할 테이프 2개를 샀다. 이후 사건 장소로 향했다.
백씨는 김씨의 차량을 타고 제주시 조천읍의 한 클린하우스 인근까지 이동했다. 백씨와 김씨는 범행 장소인 주택과 직선거리로 불과 80여m 떨어진 이 클린하우스 주변에 차를 세웠다.
이때부터 백씨와 김씨는 차량에 머물거나 주택 주변을 돌아다니며 주택 2층 다락방 창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린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다락방은 숨진 김모(16)군이 머문 곳이다.
주택 침입 장면이 담긴 CCTV 영상. 제주경찰청 제공급기야 이날 오후 3시 16분쯤 다락방 창문이 열리자, 백씨와 김씨는 부리나케 주택 뒤편 담벼락을 타고 다락방 창문을 통해 주택에 침입했다. 이후 김군을 결박한 뒤 목 졸라 살해했다.
경찰, 사건 당일 오전 탄력순찰 했지만…
백광석과 김시남이 사건 현장 주변에 7시간가량 머물며 다락방 창문이 열리기만을 주시하는 동안 경찰은 '탄력순찰'을 다녀갔다. 경찰이 순찰까지 돌았지만, 이들은 대범하게 범행했다.
탄력순찰은 주민들이 순찰을 희망하는 불안 장소를 우선적으로 순찰하는 제도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경찰은 김군 어머니가 지난달 3일 신변보호를 요청하자 자체적으로 탄력순찰을 실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달 3일부터 18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차량 순찰을 돌았다"고 밝혔다. 순찰을 담당한 조천파출소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오전에도 차량으로 순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 중학생 살인사건 피의자 김시남(46). 고상현 기자피해자 유가족은 경찰의 탄력순찰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피해자 외삼촌은 "우리가 엄중한 사안으로 신변보호를 요청했으면 도보 순찰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순찰차만 왔다 갔다 하는 게 무슨 순찰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변보호 요청 당시 김군 어머니는 "백광석으로부터 수시로 폭행‧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경찰에 호소한 바 있다. 아울러 백광석과 김시남은 각각 전과 10범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도보 순찰하고 싶어도…인력‧장비 한계"
보통 지구대‧파출소에서 담당하는 '탄력순찰'은 도보 순찰과 차량 순찰로 나뉜다.
경찰관이 직접 걸어 다니면서 순찰하는 도보 순찰은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고, 보다 상세하게 정황을 관찰할 수 있다. 반면 차량 순찰은 이보다는 순찰 효과가 떨어지는 편이다.
차량으로 순찰 시에는 거점으로부터 반경 50m 안에 접근해서 30초에서 1분 동안 머무르기만 하면 이행됐다고 시스템에 기록된다. 주거지 주변을 잠깐만 둘러봐도 순찰을 했다는 뜻이다.
범죄 예방에는 도보 순찰이 효과적이지만, 파출소‧지구대 인력‧장비의 한계로 현실적으로 차량 순찰이 주로 이뤄진다. 이번 사건 탄력순찰을 담당한 조천파출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경찰청 홈페이지 갈무리.조천파출소에는 순찰 인력이 모두 14명인데 관할 인구는 1만 5900여 명이다. 경찰 1명당 1139명을 맡고 있다. 순찰차도 한 대뿐이다. 당시 순찰차 한 대로 사건이 발생한 주택 등 13곳을 돌았다.
경찰 관계자는 "도보 순찰로 일일이 들여다보면 좋지만, 112신고 건도 처리해야 하고 넓은 면적과 많은 인구를 담당하다 보니깐 대부분 차량 순찰에 그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 "탄력순찰에도 선택과 집중 필요"
전문가들은 '탄력순찰'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경찰이 다른 곳도 순찰을 돌아야 하기 때문에 주택 한 곳만 집중적으로 순찰하는 것은 인력과 장비 여건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건의 성격에 따라 위험성이 크게 우려되는 경우 차량 순찰이 아닌 도보 순찰을 하는 등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보다 실효성 있는 대응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주 중학생 살인사건 피의자 백광석(48)과 김시남(46). 제주경찰청 제공한편 백광석과 김시남은 지난달 18일 낮 제주시 조천읍의 한 주택에 침입해 홀로 있던 김모(16)군의 손‧발을 테이프로 결박한 상태에서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경찰은 백씨가 김군 어머니와의 관계가 틀어지자 앙심을 품어서 김군을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백씨는 김군 어머니에게 평소 "네가 제일 사랑하는 것을 빼앗겠다"며 자주 협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