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평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야권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간 신경전이 지속된 가운데 당 경선준비위원회가 '토론회 카드'를 꺼내들면서 긴장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당 지도부와 경준위는 당내 예비후보들의 인지도 상승 등을 지원하기 위한 행사라고 설명했지만,
'지도부 패싱'을 두고 이 대표와 갈등을 빚은 윤 전 총장 측은 노골적인 견제의 일환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해보면, 국민의힘 경준위는 이달 중순 두 차례에 걸쳐 당내 대선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른바 '타운홀 미팅'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서병수 경준위원장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지금 우리당에 10명이 넘는 대선후보들이 출마한 상태인데 당 차원에서 이들을 위한 행사를 마련한 것"이라며 "당의 예비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 참석은 자율"이라고 말했다. 한 경준위원은 통화에서 "후보들 간 상호 토론이라기보단 민주당의 '국민 면접' 방식을 차용하는 안이 논의되는데 10일 회의에서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이 예비후보들에게 경선 기탁금을 받는 만큼 후보들의 인지도 상승과 경선 흥행을 위해 행사를 준비했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당내에선 경준위가 월권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지난달 말 국민의힘 입당 이후부터 이 대표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윤 전 총장 측이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당내 주자들에 비해 윤 전 총장 등 외부 영입 인사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정책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토론에서 약세일 것이란 분석이 많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한 재선의원은 "선관위도 아니고 경준위가 이런 식으로 대선후보들을 호출해 행사를 진행하는 건 무리수"라고 주장했다.
윤창원 기자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달 30일 호남 방문 일정으로 이 대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기습 입당을 하며 '지도부 패싱'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후 대선주자 합동 행사에 두 차례나 불참한 가운데 '보이콧 종용' 논란까지 번지면서 이 대표와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9일 현재까지 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대선주자가 4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경준위가 행사를 강행하는 것 자체가 윤 전 총장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입당을 급하게 하느라 마무리하지 못한 일정을 처리하기 위해 비공개 일정을 소화 중인데 이 대표가 왜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의원도 통화에서 "
이유가 어찌 됐든 윤 전 총장 입장에선 이번엔 불참하기 힘든 상황에 몰렸다"며 "그런데 노골적으로 경제 관련 주제로 토론을 잡는다는 것 자체가 의도가 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외부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당 지도부에 무게를 실으며 윤 전 총장과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여의도 선거캠프 행사에서 "최근 당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지 우려하는 분들이 있다"며 "당 대표의 권위가 훼손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와 각을 세우며
불협화음이 나오는 점을 의식해 2위 주자로서 차별화된 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경준위가 구상 중인 토론회에 대해서도 적극 환영 의사를 드러냈다. 최 전 원장 측 관계자는 "우리는 언제든 어떤 주제든 토론할 준비가 돼 있다"며 "당에서 개최하는 행사엔 적극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 전 원장은 지난 4일 출마 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대북정책 로드맵'과 '산업구조 재편' 등 일반적인 질문에도 "말씀드릴 상황이 아니다", "충분한 준비가 안 됐다"고 답을 하며 준비가 부족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광범위한 주제를 두고 노련한 대선주자들과 맞붙는 실전 토론을 최 전 원장이 감당할 수 있을지 당내 의문이 커지는 분위기다.
대선 출마 경험을 비롯해 관록이 있는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지사 등은 토론을 통한 후보 검증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당내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장외 관찰자 입장에서 볼 땐 만만해 보일지 몰라도 막상 본인이 플레이어가 되면 전혀 다른 게 정치"라며 "실전 경험이 부족한 신참 후보들의 역량이 토론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