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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1위' 삼성전자가 '반도체 1위'에 도전한다고?[인더독]

기업/산업

    '반도체 1위' 삼성전자가 '반도체 1위'에 도전한다고?[인더독]

    [산업(Industry)을 읽다(讀)]④D램·낸드 '최강자'이자 파운드리 '도전자'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1위에 도전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1위에 도전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했습니다. 업계의 관심은 삼성전자의 향후 행보에 쏠렸습니다. 7개월 만에 경영 일선으로 복귀한 이 부회장을 두고 국내 언론은 공통적으로 미국 파운드리 제2공장 건설 계획을 최대 현안으로 지목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1위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1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산업(Industry)을 읽는(讀) '인더독' 시리즈, 이번에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국내 반도체 업계의 현 주소를 알아 봅니다.

    1992년에 'D램' 1위 오른 삼성전자…'치킨게임'에서 완승하다

    지난 2012년 2월 일본 최대 메모리 기업이었던 엘피다가 파산 보호를 신청합니다. 히타치 반도체와 NEC가 합작한 엘피다는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가 하면,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70%를 넘었습니다. 팔면 팔수록 손해인 시장에서 더는 버티지 못했습니다. 이에 앞서 2009년에는 독일 지멘스에서 떨어져 나온 반도체 회사 키몬다가 파산했습니다.

    이로써 글로벌 D램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을 더한 '빅3' 체제로 재편됐습니다. 근 10년이 지났지만 빅3는 건재합니다. 새롭게 이 시장에 뛰어든 업체는 없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들의 분석을 종합한 아래 표를 보면 지난해 D램 시장은 삼성전자 42%, SK하이닉스 30%, 마이크론 23%의 '삼국지'였습니다.

    2020년 집적 회로(반도체로 구성된 전자회로와 여러 단자를 가지는 패키지) 시장의 주요 업체 점유율 순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 14017에 따른 백악관의 핵심산업 공급망 안정화 대책 보고서에서 발췌.2020년 집적 회로(반도체로 구성된 전자회로와 여러 단자를 가지는 패키지) 시장의 주요 업체 점유율 순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 14017에 따른 백악관의 핵심산업 공급망 안정화 대책 보고서에서 발췌.지난 1970년 인텔이 처음으로 생산을 시작한 D램은 컴퓨터에서 정보나 명령을 판독·기록할 수 있는 주 기억장치로 쓰입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기본 성능을 좌우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몇 기가(GB) 램을 장착했는지' 반드시 따져보곤 하죠.

    우리나라 업체들이 D램 시장에 뛰어든 건 1980년대 초반입니다. 미국과 일본 업체가 주도하던 D램 시장에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전자와 LG반도체(IMF 구제 금융 이후 두 회사는 지금의 SK하이닉스로 합쳐집니다)가 명함을 내밀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채 10년도 되지 않은 1992년 메모리 업계 1위에 등극합니다. 시장의 특성을 적극 활용해 경쟁사와의 차이를 더욱 벌리는 '초격차' 전략이 바로 이때 시작됐습니다.

    D램의 역사는 '치킨게임'의 역사입니다. 1995년에만 해도 글로벌 D램 업체는 20여 개에 달했습니다. 이후 지속적인 고성능화와 고집적도 연구개발 경쟁 등으로 대규모 설비투자의 사이클이 빨라졌습니다. 장치산업의 특성상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시제품에서 양산까지는 1년 넘게 차이가 납니다. 경쟁사와 조금만 차이가 벌어져도 이를 다시 따라잡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2000년대 중후반 글로벌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서 앞서 언급한 회사들이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치킨게임'의 승자는 삼성전자였습니다. 시장을 선도하며 홀로 대규모의 흑자를 냈고, 이를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해 차이를 더 벌렸습니다. 2006년 세계 2위였던 키몬다가 3년 뒤 파산하고, 그로부터 3년 뒤 엘피다는 마이크론에 흡수됐습니다. D램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삼국지'의 완성입니다.

    도시바·애플에 힘입어 낸드플래시 시장서도 1위에 오른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또 1위를 달리는 분야가 있습니다. D램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의 양축을 이루는 '낸드플래시' 부문입니다. 위의 표를 다시 보시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33%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도시바에서 떨어져 나온 키옥시아(20%), 웨스턴 디지털(14%), SK하이닉스(12%), 마이크론(11%), 인텔(9%) 순이었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가 마무리되면 5강 체제로 개편됩니다.

    삼성전자의 7세대 176단 V낸드 이미지컷. 2차원 구조였던 낸드플래시는 2013년 이후 위로 수백단을 쌓는 V(Vertical)낸드로 진화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7세대 176단 V낸드 이미지컷. 2차원 구조였던 낸드플래시는 2013년 이후 위로 수백단을 쌓는 V(Vertical)낸드로 진화했다. 삼성전자 제공 낸드플래시는 쉽게 설명하면 노트북과 스마트폰의 저장장치입니다. 다들 전화번호·사진·동영상·음악·문서 등 많게는 수백 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갖고 계실 겁니다.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CPU(Central Processing Unit)와 AP(Application Processor)가 연산작업을 할 때 D램은 데이터를 바로 쓰고 지우며 낸드플래시에 저장된 자료를 꺼내 옵니다.

    플래시 메모리는 1980년 도시바에 의해 개발됐습니다. 엄청난 양의 정보를 '0'과 '1'의 디지털 신호로 바꿔 저장하는 플래시 메모리는 전원이 없어도 데이터가 유지되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D램보다 읽기와 쓰기 속도가 1만배 이상 느린 '저품질' 메모리로 인식됐기 때문에 초기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인텔이 플래시의 다른 종류였던 '노어' 플래시 시장에서 공세에 나서자 원조였던 도시바는 1991년 낸드플래시 개발을 완료하고 시장 진출을 선언합니다. 여기서 도시바는 희대의 실수를 저지릅니다. 1992년 삼성전자에 낸드플래시 기술을 이전해 준 겁니다. 낸드 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워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계획이었습니다.

    도시바는 일단 인텔이 주도한 노어 진영에는 승리를 거둡니다. 낸드는 플래시 메모리 시장의 대세가 됐습니다. 문제는 삼성전자였습니다. 당시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2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지금은 4세대 LTE를 거쳐 5G세대)를 미래의 주력 먹거리로 삼아 역량을 쏟아붓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세계 1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낸드의 원조 도시바는 만년 2위로 전락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저장장치인 SD(Secure Digital)카드나 휴대용 USB 메모리 정도에만 쓰이던 낸드플래시는 지난 2005년 애플의 '아이팟' 출시를 계기로 엄청난 도약을 이룹니다. 이어 휴대전화 업계의 가히 혁명으로 기록되는 '아이폰'의 등장은 애플의 든든한 파트너였던 삼성전자에도 큰 성공을 가져다 줍니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선 2006년에는 최초의 양산형 SSD(Solid State Drive)를 출시하며 낸드 시장을 더 넓혔습니다.

    메모리 분야 '최강자'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쏠림' 현상은 한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를 더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글로벌 메모리 시장 매출을 1611억 달러(약 189조 원) 규모로 전망하는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이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2022년 하반기 완공될 평택 3라인의 클린룸 규모는 무려 축구장 25개 크기다. 삼성전자는 평택에서 총 6개 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제공.  2022년 하반기 완공될 평택 3라인의 클린룸 규모는 무려 축구장 25개 크기다. 삼성전자는 평택에서 총 6개 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제공문제는 메모리 반도체 쏠림이 지나치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매출 72조 8578억 원 가운데 메모리 부문은 55조 5442억 원으로 76.2%를 차지했습니다. 반도체 설계와 위탁생산(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 매출은 나머지 24% 수준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매출 31조9천억원 가운데 메모리 비중은 94% 수준으로, 사실상 거의 전부였습니다. 더구나 전체 매출 중 D램 매출은 70.6%였고, 낸드플래시가 23.4%로 D램 편중이 더 심했습니다. 다만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가 완료되면 낸드플래시 시장의 글로벌 점유율도 20%까지 높아지며 D램 편중은 다소 완화될 전망입니다.

    이처럼 국내 업체의 메모리 매출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글로벌 메모리 업황에 따라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늘 한계로 지적되곤 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17·2018년에 이은 글로벌 메모리 호황으로 올해 2분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연말부터 메모리 업황이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주가는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사실 전체 반도체 시장의 약 30%에 불과합니다. WSTS의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전망을 보면 올해 매출은 5508억달러(약 648조원)로 추정됩니다. 메모리 분야는 1611억 달러(약 189조 원)로 전체 반도체 시장의 29.2%를 차지합니다. 스마트기기의 폭증으로 메모리 반도체는 내년까지 37.1%의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겠지만 전체 시장에서의 비중은 31.4%로 올해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아래 표를 보시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위치를 한눈에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툴을 뜻하는 EDA(Electronic Design Automation)와 반도체 설계자산(IP) 시장은 미국과 유럽이 압도적입니다. 일본은 웨이퍼와 각종 장비 등 이른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강자입니다. 우리나라는 디자인과 제조(Fab) 분야에서, 대만은 제조와 ATP(조립·테스트·패키징) 분야에서 강점을 보입니다.

    최종 반도체 생산까지 단계별로 창출되는 부가가치의 국가별 점유율. 백악관 보고서 발췌.최종 반도체 생산까지 단계별로 창출되는 부가가치의 국가별 점유율. 백악관 보고서 발췌.미국은 설계부터 시작해 최종 반도체 생산까지 단계별로 창출되는 전체 부가가치의 약 3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6%로 2위에 올랐지만 일본(14%), 대만(12%), 유럽(11%)과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메모리 분야에서는 절대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전체 시장으로 보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메모리 넘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1위에 도전하는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는 논리와 연산·제어 기능 등을 수행하는 반도체로,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CPU(Central Processing Unit)와 AP(Application Processor)가 대표적입니다. 또 고성능의 그래픽 처리장치인 GPU(Graphics Processing Unit), 마이크로프로세서(MPU), 카메라에 들어가는 CMOS 이미지 센서 등이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시스템반도체는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를 넘어 가전과 자동차, 건물, 로봇 등에 두루 쓰이며 수요가 폭증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5G, AI, 자율주행 등 우리나라 미래 산업의 밑거름 역할을 할 파운드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합니다. 오는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입해 메모리 분야가 아닌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1위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습니다. 올해 5월에는 투자 금액을 더 늘려 총 171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은 당시 "한국이 줄곧 선두를 지켜온 메모리 분야에서도 추격이 거세다"며 "수성에 힘쓰기보다는,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 삼성이 선제적 투자에 앞장서겠다"고 말했습니다.

    시스템반도체 부문의 가장 큰 특징은 설계·판매와 제조가 분리돼 있다는 점입니다. 애플과 인텔, AMD, 엔비디아 등은 자사 반도체 물량의 상당수를 대만의 TSMC에서 위탁 생산합니다. 생산 설비가 없는 팹리스(Fabless)와 제조를 전담하는 파운드리(Foundry)의 분업 전략입니다.

    국가별 웨이퍼 처리 용량을 보면 TSMC로 대표되는 대만과 우리나라 사이의 시스템반도체 부문 생산 능력의 격차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백악관 보고서 발췌.국가별 웨이퍼 처리 용량을 보면 TSMC로 대표되는 대만과 우리나라 사이의 시스템반도체 부문 생산 능력의 격차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백악관 보고서 발췌TSMC는 지난 1분기 기준 파운드리 분야에서 55%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이며 삼성전자가 17%, 글로벌파운드리가 7%로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TSMC는 지난 2분기에도 매출 15조원을 기록하며 4분기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시가총액은 1년 만에 2배 가까이 급등한 605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 시총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절대 강자에 도전하는 2위 삼성전자는 TSMC와 달리 반도체 설계와 생산, 판매까지 모두 수행하는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종합반도체회사)이기도 합니다. 반도체 설계회사 입장에서 볼 때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생산을 맡기면 설계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품을 수밖에 없습니다. 10나노미터 이하의 최첨단 공정에서도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TSMC와의 경쟁에서 삼성전자는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는 셈입니다.

    지난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큰 기대를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지난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큰 기대를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더구나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수감으로 주요 투자계획 등 의사 결정이 지연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 부회장의 향후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발표한 미국의 제2 파운드리 공장 건설 투자계획도 아직 부지를 확정짓지 못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주춤한 사이 파운드리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다툼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대란 이후 미국은 자국 중심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꾀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파운드리 업계 3위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도 흘러나왔습니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견제로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다음번에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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