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박범계 법무부장관은 13일 '고발 사주' 의혹에서 고발장을 전달한 인물로 지목된 손준성 검사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매우 특별한 관계라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 첫날인 이날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장관이 인사를 내려고 할 때 대검 쪽에서 손 검사를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계속 유임해달라는 대검 요청이 있었다고 정리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총장의 뜻으로 유임의 뜻을 제가 직접 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전달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장관은 "전임 총장과 손 검사는 매우 특별한 관계였다"며 "근거할 수 있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지금 밝히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윤석열 캠프 측은 손준성 검사가 지난해 2월 초 수사정보정책관으로 발령받았고, '고발사주' 의혹이 불거진 것은 두 달 뒤인 4월 3일이므로 손 검사가 최측근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박 장관이 특별한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근거'를 언급한 것이다.
이날 민주당은 '고발사주' 의혹을 정치 검찰의 쿠데타라 불렀고, 국민의힘은 제보자 조성은 씨의 발언을 근거로 박지원 국정원장이 윤 전 총장을 밀어내기 위해 공작에 나선 '박지원 게이트'로 규정했다.
하지만 수사가 막 시작됐기 때문에 대정부질문에서 각 당이 내세운 프레임을 뒷받침 할만한 답변은 나오기가 어려웠다. 결국 의원들은 가정법을 동원해 각자 원하는 답변을 유도하려 했고, 당국자들은 "지켜 보자"는 말을 되풀이 해야 했다.
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손 검사가 윤 전 총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그랬다고 생각하느냐'거나 '당 내부까지 조율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까' 등을 물었지만, 박 장관은 "제가 답변할 내용이 아니다"거나 "의혹이 다 규명돼 있지 않다"며 답을 피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등을 언급하며 "이러한 사건들을 문재인 대통령이 사주했다고 야당이 주장하면 받아들일 것이냐"고 질의했는데, 김부겸 국무총리는 "아직 재판 중이다"라며 답을 피했다.
권 의원은 또 "방송 인터뷰에서 제보자 조성은 씨가 박 원장과 보도 날짜를 상의했다는 식으로 발언했다.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느냐"고 물었지만, 김 총리는 "국정원장이 그런 일에 관여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사자가 아니기에 그런 판단을 제게 요구하면 뭐라 답할 수 없다"며 확답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남은 것은 여야가 서로를 공격하는 프레임 뿐이었다. 민주당 양기대 의원은 "헌정사에 검찰총장과 측근 검사가 야당과 내통해 비판적인 여권 인사를 고발토록 했다는 해괴한 의혹은 듣도 보도 못한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수사협조를 거부하면서 야당 탄합 정치공작이라는 말로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윤 전 총장을 놓고 공수처가 브리핑을 통해 '언론에서 수사하라고 해서 수사했다. 죄가 있느냐 없느냐는 그다음 문제'라고 했는데 이게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인가"라며 "고발장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의심 받는 박지원 국정원장은 왜 조사를 안 하는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