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장릉.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홈페이지 캡처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김포 장릉의 경관을 해치는 아파트 단지를 철거해달라는 청원이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김포장릉은 조선 제16대 왕 인조의 부모인 원종과 인헌왕후의 무덤으로 사적 제202호로 지정됐고,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가운데 하나다.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지난 17일 게재된 '김포장릉 인근에 문화재청 허가없이 올라간 아파트의 철거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 청원은 한 주만에 11만 1천여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김포 장릉은 파주 장릉과 계양산의 이은 일직선 상에 위치하며 파주 장릉-김포 장릉-계양산으로 이어지는 조경이 특징인데 아파트는 김포 장릉-계양산의 가운데에 위치하며 조경을 방해하고 있다"며 "아파트들이 그대로 그곳에 위치하게 된다면 문화유산등재기준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려워져 문화유산의 가치가 심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네스코 홈페이지에 따르면 "유교 문화의 맥락에서 조선왕릉은 자연 및 우주와의 통일이라는 독특하고 의미 있는 장례 전통에 입각해있다. 풍수지리의 원리를 적용하고 자연경관을 유지함으로서 제례를 위한 기억에 남을 만한 경건한 장소가 창조되었다"라며 등재기준을 충족했음을 명시하고 있다.
또 "도시 개발이 몇몇 유적의 경관에 영향을 미쳤지만(선릉, 헌릉, 의릉) 대체로 특정한 능묘의 정상부에서만 도시 건물을 볼 수 있다. 현재 엄격한 법률로 완충지역 안의 개발을 제한하고 있다"고도 나타나 있다.
이와 관련 청원인은 "이미 분양이 이루어져 수분양자들에게 큰 피해가 갈 것이기에 이 청원을 작성하는 저도 마음이 무겁다"면서도 "김포장릉의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훼손하는데다 심의 없이 위법하게 지어졌으니 철거되어야 하는 게 맞다. 위 아파트를 그대로 놔두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로 남아 위와 같은 일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청원인은 공사가 위법하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위 아파트들은 문화재보호법 상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범위인 500m 이내에 지어진 아파트로서, 해당 구역에 7층에 해당하는 20m 이상의 건물을 지으려면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했으나 이를 받지 않고 지어진 건축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설사들은 그들에게 그 용지를 매각한 인천도시공사가 2014년에 택지 개발에 대한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받았다고 하나 문화재청 따르면 위 허가를 위한 신청서 상으론 '아파트 건설에 필수적인 설계도, 입면도, 배치도, 건설사 이름 등에 대한 사항은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문화재청의 아파트 건설에 대한 허가가 없었던 것으로 위법한 게 맞다"고 덧붙였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 6일 김포 장릉 옆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서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 세 곳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어 김포 장릉 반경 500m 안에 포함되는 아파트 19개 동에 대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들 건설사가 문화재 반경 500m 안에 포함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아파트를 지으면서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아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