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특혜 논란의 중심인 경기 성남시 대장동 '민관합동 개발사업'을 가능하게 한 관문은 과거 이명박 정부 때부터 열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여야를 불문하고 규제 문턱을 낮췄지만, 적절한 대비책은 마련하지 않으면서 민간이 수익을 과도하게 휩쓰는 구조를 가능하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남시는 지난 2017년 대장동 사업을 '성공 모델'이라며 자축하며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성과금을 지급하고,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사업을 '최대 업적'이라며 치켜세우고 있지만 이 같은 구조의 사업이 반복된다면 언제든 다시 '특혜 논란'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성남시는 2014년 5월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 명의로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구역지정 고시'를 발표했다. 고시에 명시된 개발의 핵심 근거 법은 '도시개발법'이었다.
도시개발법은 급격한 도시화로 주택지 등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민관이 함께 체계적인 도시개발을 하는 한편, '공공복리'의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1월 제정됐다. 당시에도 주택건설촉진법 등이 마련돼 있었지만, 복합적인 기능을 갖춘 신도시를 개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 자산관리 사무실 모습. 이한형 기자애초 도시개발법 대로라면 성남시는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시였다. 특별시장, 광역시장, 도지사, 특별자치도지사만이 도시개발구역을 지정할 수 있고, 도시개발구역의 면적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이면 국토해양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3월 법이 개정되면서 관문이 열렸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치구가 아닌 구가 설치된 시의 시장(대도시 시장)에게도 도시개발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정권자로서의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당시 법안은 원혜영 전 대통합민주신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원이 대표 발의해 17대 국회에서 통과됐다.
2009년 12월의 경우에도 규제는 한층 더 풀렸다. 개정안에서는 인구 50만 이상의 대도시의 시장에게 도시개발구역 지정 권한을 주는 등 자율성을 강화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면적 규모 이상(100만㎡)의 도시개발구역을 지정하는 경우 국토해양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조항도 폐지했다. 해당 법안은 윤영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대표 발의해 18대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대엽 당시 성남시장. 연합뉴스이처럼 도시개발 문턱이 완화됐을 당시 성남시장은 한나라당 이대엽 전 시장이었다. 이 전 시장 역시 대장동 사업을 구상한 바 있어 법 개정이라는 '순풍'을 얻은 셈이다.
다만 실제로 법 개정의 혜택은 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가 누린 셈이 됐다. 대장동 개발 사업은 2000년대 초부터 공공, 민간 개발 사이에 줄타기를 하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지사로 있던 2014년부터 성남도시개발공사 및 민간사업자 특수목적법인(SPC) 형식 민관 공동 개발 추진으로 본격화됐다. 당시 성남시 인구는 90만 명이 넘었다. 도시개발법상 성남시장은 자격 요건을 갖춘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진행된 사업에 민간을 향한 별다른 '안전 장치'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번 사업으로 성남시는 5500억 원의 확정 이익을 가져갔다지만,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는 4000억 원대의 배당수익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4000억 원대로 추정되는 분양수익까지 챙길 것으로 예상돼 '특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애초 시행사 등 민간이 가져갈 초과 수익에 '상한'을 둬야 했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하지만 도시개발법상 민간 이익에 대한 한도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민관이 합작한 사업의 경우 일정 비율(6% 안팎) 이상의 이득을 민간이 가져갈 수 없도록 규정한 택지개발촉진법과 다른 점이다.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른 사업은 대규모 정부 주도의 사업으로 과거 1, 2기 신도시 등의 사업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와 달리 도시개발법상 사업은 이보다 작은 규모로 민관이 함께 주도하는 형태를 띈다. 자치단체의 자율성이 강조되다 보니, 민간이 쉽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창원 기자성남시가 100% 설립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사업 시행 등 공공성을 위한 책임을 다해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지만, 도시개발법상 민간 출자자가 소수 지분으로 들어와 특혜를 누릴 수 있는 구조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2012년 7월에 신설된 도시개발법 시행령 제18조에 따르면 지방공사는 100분의 50 이상 출자한 법인을 시행사로 삼을 수 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과반 이상의 지분을 출자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시행사로 선정했고, 성남의뜰 지분을 1% 보유한 화천대유는 막대한 배당금을 챙겼다.
규제만 푼 근거 법안으로 진행한 대장동 사업에 대해 특혜 논란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지만, 성남시는 지난 2017년 해당 사업을 전국 최초로 성공한 '치적'이라며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에게 성과시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 대상에 오르는 모습이다.
이재명 지사 캠프에서는 이번 사업의 장점을 강조하며 "성남시가 5503억 원을 먼저 가져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민간영역은 자신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지, 특별히 불법사항이 적발되지 않는 한 간섭할 수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업처럼 '관'이 부동산 관련 인허가, 토지 강제 수용 등 사업 과제를 해소하고, 정작 '민'이 대규모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가 또 다시 짜여진다면 특혜 의혹은 끊이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위례, 안양, 평택 등 다른 수도권 민관 합동 개발 사업들이 대장동과 '판박이'라고 지목되며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결국 사업의 근간이 된 도시개발법을 손 봐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명지대 권대중 부동산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도시개발법은 민간의 수익제한이 없기에 언제든지 이런 특혜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수익 회수, 제한 등 도시개발법상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는 안전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