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에 방콕시청 청사 전면에 투사된 태극기와 태국 국기. 연합뉴스한국 국경일인 개천절에 태국 수도 방콕의 중심부에서 우리의 전통 민요 아리랑이 울려 퍼지고 사물놀이 공연과 태권도의 힘찬 발차기가 펼쳐졌다.
지난 3일 오후 6시 방콕 시청 앞 광장에서는 한국의 개천절을 축하하고, 한국과 태국의 우호 증진을 기념하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태국의 개천절 행사가 방콕시청 광장에서 개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에는 호텔 등 실내에서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행사 장소를 물색하던 한국대사관에 방콕시측이 흔쾌히 시청 앞 광장을 제안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빗방울이 계속해서 떨어졌지만, 아리랑 등 우리의 전통 가락이 방콕 시청 앞 광장 곳곳을 은은하게 채우면서 개천절의 의미를 더했다.
이날 행사는 한식 나눔으로 문을 열었다. 삼계탕과 김치 등 우리 전통 음식을 태국의 소외 계층에 나눠주며 코로나19 극복 의지를 함께 다졌다.
태국 전통무용 공연에 이어 한국국제학교 학생들은 경쾌한 삼도 사물놀이를 펼쳐 보였다.
이어 등장한 태국 태권도협회 소속 태권도 품새 국가대표팀이 화려한 공연을 펼쳐 박수갈채를 받았다.
태권도는 최근 막을 내린 도쿄올림픽에서 태국에 유일한 금메달을 안긴 종목이고, 이어 열린 도쿄 패럴림픽에서도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자마자 값진 동메달을 수확한 터라 국민적 관심이 한껏 높아진 상태다.
이어 방콕 시청사 건물 전면을 배경으로 펼쳐진 미디어파사드 쇼에서는 태극기와 태국 국기가 나란히 투사돼 양국의 우정을 상징했다.
한국 상징동물인 호랑이와 곰, 태국 상징 동물인 코끼리도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고, 양국 언어로 '함께 극복하는 코로나19', '우리의 마음을 모읍니다'라는 문구도 청사 전면에 빛으로 새겨졌다.
연합뉴스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중계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최근 태국 내 태권도 붐을 이끌고 있는 주역인 한국인 태권도 지도자들도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타이거 최'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태권도 대표팀의 최영석(47) 감독과 장애인 태권도 대표팀의 신영균(45) 감독은 대회 이후 처음으로 직접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신 감독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방콕 시청 건물에 한국의 태극기와 태국 국기가 등장할 때 뭉클하고 벅찼다. 태권도가 양 국가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의 지도 아래 동메달을 따낸 콴수다 푸엉낏짜(21) 선수는 무대에 올라 코로나19라고 적힌 송판을 격파하는 시범을 선보였다.
콴수다 선수는 "태권도를 계기로 한국의 큰 국경일 행사에 참여하게 돼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이욱헌 주태국 대사는 "한국인 지도자들이 이끄는 태국 태권도 대표팀의 도쿄올림픽 및 패럴림픽의 빛나는 성과와, K팝 그룹 블랙핑크의 태국 멤버 '리사'가 태국 문화를 선보인 뮤직비디오는 양국간 우호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면서 "방콕 시내에서 처음 열린 개천절 행사를 계기로 양국 우정이 더욱 깊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