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일본 수도권에 강한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일본 총리관저에서 취재진을 만나 지진과 관련한 대응 등을 설명하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연합뉴스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취임 후 국회에서 8일 행한 첫 소신표명 연설 내용에 대해 마이니치, 아사히, 도쿄신문 등 진보 성향의 일본 주요 일간지들이 사실상 '낙제점' 평가를 내렸다.
소신표명 연설은 임시국회가 시작될 때 국정 현안과 관련해 기본입장을 밝히는 일본 총리의 연설을 말한다. 마이니치신문은 9일 사설을 통해 기시다 총리가 첫 국회 연설에서 '신뢰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정치를 목표로 '새로운 자본주의'를 실현하겠다고 역설했지만 직전의 아베·스가 두 정권 노선을 바로잡겠다고 명확히 언급하지 않아 변화를 향한 의지를 엿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시다 총리는 아베·스가 정권을 염두에 두고 '국민 신뢰가 크게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고 거듭 밝혀 왔지만 첫 국회 연설에선 두 정권에 얽힌 '정치와 돈' 문제나 공문서 위조·폐기 등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그간 해온 말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각을 세웠다.
마이니치는 또 성장에 치우쳤던 정책 방향을 수정해 부(富)의 분배에 주력한다고 했지만 성장과 효율을 우선하는 아베·스가 정권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의 부정적인 면을 명확하게 지적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배려하는 것이냐고 따졌다. 분배 정책을 강조하면서 관련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세제 개혁이나 사회보장 제도 개혁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은 것도 마이니치신문 사설의 비판 대상이 됐다.
아사히신문도 관련 사설에서 핵심인 새로운 자본주의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이전 정권에서 논란이 됐던 '정치와 돈'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기시다 총리의 첫 국회 연설 내용이 국민적 신뢰와 공감을 얻기에는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다만 태평양 전쟁 중 미국의 원자폭탄 공격을 받은 히로시마 출신 총리로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명언한 것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도쿄신문은 '민주주의 재생, 총리의 각오가 보이지 않는다'는 제하의 사설에서 기시다의 첫 국회 연설 내용에 불만을 표명했다. 도쿄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설 때 '민주주의의 위기'를 언급해 자민당에도 그런 생각을 하는 정치가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였지만 총리 취임 후에는 아베 전 총리가 연관된 모리토모(森友) 학원 문제 등으로 초래된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본 최대 종합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 총리의 국회 소신표명 연설을 사설로 다뤘지만 평가를 유보한 채 연설 내용을 설명하고 당부 사항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최대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정책 실현을 위한 재원 마련이나 규제 개혁에 관한 상세한 내용이 미흡한 점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새로운 자본주의와 관련해 성장과 분배 전략을 함께 굴러가야 하는 두 바퀴로 규정한 문제의식이 옳다면서 정책을 구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