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이 지난달 7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이한형 기자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강윤성(56)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강씨는 재판장에서 "오늘 저한테 사형 선고를 내린다고 해도 아무 이의제기를 하지 않을 만큼 각오가 돼있다"고 밝혔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박상구)는 14일 오전 10시 강도살인, 살인, 사기, 공무집행방해,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7개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씨의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법정에 나온 강씨는 재판부에 "의견서에 말씀드렸듯이 다 시인한다"고 울먹이며 검찰의 공소사실 낭독 절차를 생략하길 바란다는 의사를 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생략할 수 없다"며 "형사 재판에서 실체적 진실과 절차적 가치를 위해 공개적으로 최소한 확인해야 한다"고 답했다.
검찰은 "강씨가 화장품 판매 사업을 하는 재력가 행세를 하면서 피해자로부터 2천여만 원을 빌렸는데 피해자가 채무 변제를 요구하고 유흥비·생활비가 부족해지자 범행을 저질렀다"며 강씨의 범행 동기를 설명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강씨는 8월 26일 A씨를 거주지에서 목 졸라 살해하고 다음날 전자발찌를 훼손한 뒤 28일 두 번째 피해자 B씨를 살해했다.
또 강씨는 첫 번째 피해자의 신용카드를 강취해 휴대폰 판매점에서 휴대폰 4대를 구입하는 데 사용하는 등 6백여만 원을 결제한 혐의를 받는다.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이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이한형 기자강씨는 자신의 기소 혐의를 모두 인정했지만 일부 왜곡된 내용도 있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 범행 당시 흉기를 사용했다는 혐의에 대해 강씨는 피해자를 살해하고 "정말 죽은 건지 기절한 척하는 건지 몰라서 칼 끝으로 주사 놓는 정도로 확인한 것"이라며 "칼로 살해하려고 찌른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당시 사용했던 칼이 집에 있던 과일칼이 아니라 마트에서 산 것이라는 사실은 맞다고 답했다.
또 강씨는 두 번째 피해자와 연인관계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두번째 피해자에게) 돈을 갚지 않으려고 유인한 게 아니냐는 검사의 질문을 듣고 그럼 내가 왜 첫 번째 피해자에게 400만 원을 빼앗았을까 생각했다"며 "전부 맹목적인 사랑 앞에 돈을 무조건 해줘야 한다는 일념만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강씨는 지난 추석연휴 기간 자신의 변호인에게 편지를 보내 "사형 선고만이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진정 사죄드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자신의 변호를 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했다. 또 강씨는 배심원 8명이 추가로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강씨의 두 번째 재판은 내달 9일 오후 2시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검찰이 신청한 증거는 변호인이 모두 동의해 전부 채택돼 다음 공판 기일에 증거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