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잠수함에서 시험발사한 사실을 20일 확인했다. 연합뉴스북한은 20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전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신형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임을 확인했다.
그런데 전략무기에 해당하는 SLBM 시험발사를 전하는 보도가 4문장에 그쳤다. 내용도 시험발사를 지도한 인사들, 미사일을 발사한 잠수함에 대한 설명, 시험발사의 군사적 의의를 간단히 설명하는 비교적 소략한 것이었다. 노동신문 기사배치는 1면이 아니라 2면이었다.
북한이 지난 9월 한 달 동안 장거리 순항미사일, 열차발사 탄도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반항공미사일 등 새로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때마다 미사일의 성능과 군사적 의의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선전을 했던 것과는 비교가 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발사현장을 참관하지 않았고, 올 들어 미사일 발사를 지도한 박정천 당 비서도 예상과 달리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당 중앙위 부장 유진 동지, 군수공업부 부부장 김정식 동지와 국방과학원 지도간부들이 시험발사를 지도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북한이 신형 SLBM 시험 발사 소식을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소략하게 한 것과 관련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먼저 수위조절의 측면이다. 북한이 종전선언과 대화재개 등 대북관여를 위한 한미일 3국의 정보·외교 당국의 협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신형 SLBM 시험발사라는 무력시위를 통해 이중조건과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선결조건의 관철을 압박하면서도 나름 수위조절을 하며 한미를 향해 대화의 문을 열고 놓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전날 잠수함에서 시험 발사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에 발사한 신형 SLBM은 북한이 지난 11일 국방발전전람회에서 처음 공개한 '미니 SLBM'으로 관측됐다. 사진은 전람회 당시 공개된 '미니 SLBM'(붉은 원). 연합뉴스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신형 SLBM은 고도가 약 60㎞, 사거리가 590㎞ 정도로 탐지됐다. 우리 군이나 주일미군을 겨냥할 수준으로 '미니 SLBM'으로 관측된다.
전략무기에 해당하는 SLBM이기는 하지만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등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1000㎞ 이상의 사거로 전략무기로서의 성격이 확연한 북극성 계열의 SLBM 대신 미니 SLBM을 시험 발사하고, 무력시위의 격도 상대적으로 낮춘 수위조절이라는 해석인 셈이다.
통일부의 고위 당국자도 "최근 북한이 단거리미사일 등을 연이어 발사하고 있으나, 핵실험과 ICBM 발사 등은 하지 않고 있다"며, "북으로서도 결정적인 파국으로는 가지 않겠다는 의미이면서 여전히 대화의 조건을 탐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북한이 예전과 달리 이번 SLBM 발사를 부각시키지 않는 것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이룬 군사적 성취를 과시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지난 2017년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은 올해 초 8차 당 대회에서 제시된 군사 분야 5개년 계획에 따라 각종 전략·전술무기들을 개발하며 핵능력의 질량적 고도화를 실행해나가고 있다.
SLBM만 해도 북한은 지난 2016년 성공적 발사를 주장한 북극성-1형에 이어 북극성 3형, 4형, 5형까지 이미 공개한 바 있다. 이번 '미니 SLBM'까지 합하면 모두 5개 종류의 SLBM을 보유한 셈이다.
북한이 전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잠수함에서 시험발사한 사실을 20일 확인했다. 연합뉴스물론 북한이 실제 북극성 계열의 SLBM 개발에 성공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는 않는다. 아울러 북극성 계열의 중장거리 SLBM를 탑재할 수 있는 크기의 잠수함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도 없다.
그럼에도 SLBM의 성공적 개발을 자랑하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니 SLBM' 정도는 그렇게 크게 부각시킬만한 수준의 시험 발사가 아님을 강조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지난 달 15일 우리 군의 SLBM 발사를 의식한 측면도 있다는 관측이다.
남한의 SLBM 발사 뒤 장창하 북한 국방과학원 원장은 "어딘가 부실한 무기", "초보적인 걸음마 단계 수준"이라고 깎아 내린 적이 있는데, 이번에 시험발사의 격을 낮춘 것도 그런 평가 절하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미국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전략무기인 SLBM을 시험 발사한 것은 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하는 미국의 대화 진정성과 인내심을 테스트하면서 이중기준과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선결조건의 해결을 압박하는 한편 결국 남측을 비롯한 일본, 중국 등 주변국의 군비 증강에 맞서 자위적 국방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