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황진환 기자서울에서 월세를 낀 임대차 거래 비중이 약 40% 수준까지 올랐다. 가계대출이 어려워지면서 매매뿐 아니라 전세 거래까지 어려워진 탓이다.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8~10월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계약일 기준) 등록은 전날까지 총 3만3435건이며, 이 가운데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계약은 39.2%(1만3099건)로 집계됐다.
반전세 비중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올해까지 같은 기간(8~10월) 대비 가장 높은 수치다. 월세가 낀 임대차 계약 비중은 2017년 30.4%, 2018년 26.8%, 2019년 27.1%, 지난해 32.9%, 올해 39.2% 등으로 3년 연속 증가 추세다.
지난해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한 새 임대차법 시행 직후 30%대로 치솟았다. 전세 품귀에 매물 가격이 치솟으면서 전세를 구하지 못하거나 오른 전셋값을 마련하지 못하는 임차인들이 어쩔 수 없이 '월세 낀 임대'를 맺는 사례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올해는 이 비중의 증가 폭이 더욱 커졌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정부가 은행권에 강력한 대출 총량 관리를 요구했고 지난 8월부터 금융권의 '대출 옥죄기'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보면 올해 8~10월 3개월간 서울 25개구 중 20개구에서 월세 낀 임대차 계약의 비중이 최근 5년 새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구(50.6%)가 50%를 넘어 가장 높았고 이어 중랑구(47.8%), 강동구(46.2%), 송파구(44.6%), 은평구(42.8%), 강남구(42.6%), 구로구(40.7%), 강서구(40.1%)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강남·북을 불문하고 '월세 난민' 비중이 확대된 것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해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내용을 발표한 지난 26일 오후 서울의 한 시중 은행의 한산한 대출 창구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매매·전세 거래를 더욱 어렵게 하는 고강도 대출 규제를 추가 발표함에 따라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전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 40% 적용 시행 시점을 애초보다 앞당기고, 이를 제2금융권까지 확대 적용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내년 1월부터는 총대출금액이 2억원(7월부터는 1억원)을 초과하면 대출자가 1년간 갚아야 하는 모든 종류의 부채 원리금이 연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40%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다. 은행권보다 상대적으로 대출 한도가 높았던 제2금융권의 대출 문턱도 높아진다.
아울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이날부터 시행하고 이달 중 17개 시중은행으로 확대할 새 전세자금대출 관리 방안에 따라, 실수요가 아닌 것으로 의심되거나 다른 곳에 유용될 가능성이 있는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규제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매매·전세대출이 제한되거나 집주인의 전세보증금 증액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든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보증부 월세를 선택하는 월세화 현상이 가속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