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방송한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 최종회. 위쪽부터 1위 '홀리뱅', 2위 '훅', 3위 '라치카', 4위 '코카N버터'. '스우파' 캡처스릴 넘칠 줄은 알았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 첫 방송 전 공개된 예고편 속 신경전은, 그간 수많은 서바이벌을 만든 엠넷 프로그램이란 걸 따져봐도 센 매운맛이었으니. 스펙트럼도 넓었다. 여덟 크루 훅·라치카·홀리뱅·코카N버터·프라우드먼·웨이비·원트·YGX는 '춤'으로 너무나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여기에 캐릭터와 관계성이 더해졌다. 본업에 충실한 '전문 직업인'으로, 또 매력적인 '사람'으로 시청자들을 매료한 크루들은 단숨에 유명인사로 거듭났다. 방송에 나온 상황과 대사는 족족 '밈'(온라인을 통해 유행하는 특정한 문화 요소)이 됐다.
트로피의 주인공은 '홀리뱅'이었다. 26일 최종회에서 퍼포먼스 음원 미션, 컬러 오브 크루 미션을 마치고 글로벌 응원 투표(30%)와 생방송 문자 투표(70%)를 합친 최종 심사 결과 1천 점을 받아 우승했다. 메가 크루 미션 당시 "유독 뭔가 불운이 따른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라고 털어놓은 리더 허니제이의 말처럼, '스우파' 중반까지만 해도 고전했던 '홀리뱅'은 끝내 역전극을 썼다.
리듬의 다채로운 변화를 최대한 살리며 다이내믹한 안무를 준비한 '코카N버터', 견제로 시작했으나 화합하며 마무리하는 이야기를 왁킹과 라틴으로 표현한 '라치카', '엄마가 딸에게'라는 곡을 통해 춤으로 감동·슬픔·애잔함을 전하고 싶다고 밝힌 '훅', 인간 내면의 다양한 감정을 다크하면서도 섹시한 무드로 풀어낸 '홀리뱅'까지. 팀별로 대표색과 콘셉트를 정해 선보인 '컬러 오브 크루' 미션이 이날 방송의 백미였다.
트로피는 하나였지만, 패자는 없었다. 누구도 우승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찡그리지 않았다. 어떤 등수가 불려도 당사자들은 기뻐했고, 다른 크루와 방청객들도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최종 4위였던 '코카N버터' 리더 리헤이는 "파이널 무대까지 저희의 모든 색깔을 끝까지 잘 보여준 것 같아서 정말 기분이 좋다"라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할 테니까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제일 잘했고 우리가 제일 멋있었어, 그럼 된 거야"라는 특유의 유머 넘치는 마지막 소감을 남긴 가비가 속한 '라치카'는 3위였다. 가비는 "이 힘든 시기에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 저희가 이렇게 끼를 펼치고 무대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또 많이 봐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댄서들도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YGX, '라치카', '웨이비', '프라우드먼', '훅', '홀리뱅', '코카N버터', '원트'. 엠넷 제공
먼 길을 돌아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홀리뱅' 허니제이는 그동안 거쳐온 여러 미션을 도와준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먼저 전했다. 이어 "대한민국 댄서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가 돼 있었다. 정말로 너무 멋진 댄서들이 많다. 여기 같이 참여했던 여덟 크루 말고도 이미 대한민국 댄서들은 너무 멋있기 때문에 여러분 자부심 가져도 된다. 자랑스러워하셔도 되고.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앞으로 댄스 신에 많은 발전에 있었으면 좋겠고, 많은 분들이 진짜 순수하게 춤을 사랑하는 댄서들을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파장을 일으킨 소감은 최종 2위 팀 '훅'에게서 나왔다. 아이키는 이미 허니제이가 좋은 말을 많이 했다며 "'스우파' 제작진분들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어… 그냥 저희 '스우파' 댄서들 졸X 멋있다! 한국 댄서들 파이팅! '훅' 사랑해~"라고 말했다. 다시보기 영상에서는 묵음 처리되었으나, 생방송이었던 마지막 회에서는 해당 발언이 그대로 나가 웃음과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 정도로 춤을 좋아하고 즐길 수 있을까' 싶은 여성 댄서들이 다양한 미션을 받아 열띤 경쟁을 벌인 서바이벌 '스우파'는 이렇게 끝이 났다. 하지만 '경쟁'은 목적 그 자체가 아니었다. '홀리뱅'은 우승 소감을 전한 후 곧바로 준우승팀 '훅'에게 자신들이 받은 꽃다발과 꽃목걸이를 전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은 채로 웃고, 서로를 격려하는 근사한 마침표였다.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이 돌았던 '리더 워스트 계급 지목 배틀'에서 모니카와 맞붙은 허니제이는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떳떳하게 실력으로 겨루고, 결과에 승복하고, 더 나은 다음을 준비하는 멋진 여성 댄서들 덕에 울고 웃었던 9주. 최종회 '헤이 마마'(Hey Mama) 스페셜 무대의 엔딩 요정이 된 허니제이는 인상적인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잘 봐~ 언니들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