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전, 프로듀싱 팀 발할라를 만났다. 왼쪽부터 컨퀘스트, 후스, 늘, 유일. 발할라 제공같은 기획사에 있었던 컨퀘스트(Konquest)와 후스(WHO$)가 먼저 함께했다. 이후 늘(NEUL)이 합류했고, 그의 소개로 유일(U1)이 들어와 팀을 이뤘다.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휘황찬란한 궁전을 의미하는 '발할라'(Valhalla)에서 착안해, '발할라'(Balhalla)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발할라의 지향은 명확하다. 'K팝으로 좋은 음악을 만들어 보자', 그리고 '기존에 없던 K팝을 만들어보자'.
지난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우조엔터테인먼트에서 '발할라'('발할라 뮤직 프로덕션')를 만났다. 비트 메이커 1명(컨퀘스트)과 탑 라이너 3명(후스·늘·유일)으로 이루어진 발할라는 2019년 활동을 시작해 올해 3년차가 된 프로듀싱 팀이다.
그동안 제시, 드렁큰타이거 등의 곡을 작업했고 가수 테이크원(김태균) 정규 앨범 '상업예술'을 프로듀싱했다. 올해는 우조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7인조 보이그룹 블리처스의 첫 번째 미니앨범 '체크-인'(CHECK-IN)을 프로듀싱했다.
블리처스와 인연을 맺게 된 건 지난해 봄 무렵이었다. 우조엔터테인먼트가 블리처스의 데뷔를 준비하며 여러 프로듀싱 팀을 만나던 중 발할라에게도 기회가 온 것이다. 컨퀘스트는 "당시 저희가 K팝 프로듀싱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연습곡 수준으로 몇 개 준비했는데, 대표님이 그걸 들으시더니 '같이 성장해보지 않겠나' 하고 제안해 주셨다"라고 말했다.
프로듀싱 팀은 앨범 작업의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맡을까. 컨퀘스트는 "해당 기획사와 프로듀싱 팀 관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냥 곡만 주는 경우도 있고, 어떤 팀은 각종 영상과 안무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저희는 곡과 가사를 줬고, 멤버들과의 소통도 일부 맡았다"라고 답했다.
발할라는 올해 데뷔한 7인조 보이그룹 블리처스의 데뷔 앨범 '체크-인'을 프로듀싱했다. 우조엔터테인먼트 제공이어 "내부에 뮤지션이 많은 회사가 아니고서는 (멤버들이) 음악적 고민이 있을 때 얘기를 나눌 만한 사람이 생각보다 없을 수도 있다. 음반을 만들 때 필요한 능력에 관해, 녹음 과정에서 도움을 주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컨퀘스트는 "블리처스에게 저희가 잡았던 키워드가 뭐냐면 '최대한 기존에 없던 걸 만들어보자'는 거였다. K팝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음악적 요소가 '아닌 것'들을 갖고 되게 'K팝처럼 느껴지게 하자'는 거다. K팝이라는 장르가 가진 특정한 형태가 있다면 그걸 벗어나서 '어? 이런 것도 K팝이 될 수 있구나' 싶게. 저희끼리는 '얼터너티브 K팝'으로 인지되면 좋겠다는 말을 농담처럼 했다"라고 설명했다.
전형적이지 않은 K팝을 만들기 위해 어떤 점을 신경 쓰는지 묻자, 컨퀘스트는 "타이틀곡은 기타 리프가 주가 되는 곡을 쓴다. 보통 (다른 아이돌 그룹이) 신시사이저 소스를 메인으로 한다면, 저희는 강하고 로킹한 요소를 많이 넣는다. K팝의 주된 소비층에게는 조금 낯선 소리일 수도 있다. 이번에 나온 '싯-벨트'(SEAT-BELT)도 스윙과 셔플 리듬을 적극적으로 썼다"라고 밝혔다.
후스는 "저희가 블리처스의 거의 처음부터 참여했기 때문에, 같이 성장한다는 느낌이 컸다"라고, 늘은 "(블리처스와) 서로 알아가고 가까워지다 보니까 진짜 내 동생들이 성공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 같아 굉장히 흐뭇하고 뿌듯했다"라고 전했다. 유일은 "데뷔하고 나서 더 열의를 갖고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나아가고 있어서 저희도 만족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컨퀘스트는 "저는 주로 힙합 프로덕션을 했기 때문에 19금(청소년 청취 불가) 곡도 많고 그래서 부모님께는 와 닿지 않으셨나 보더라. 블리처스는 매주 음악방송에 나오는데 부모님은 물론 저희 장모님까지도 보면서 너무 좋아하시더라. 가족들이 좋아하니 참 뿌듯하더라"라고 말했다.
발할라가 작업하는 모습. 발할라 제공'발할라'라는 팀을 이룬 지 어느덧 2년. 프로듀싱 팀이 2년 이상 활동을 유지하는 건 상당히 쉽지 않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후스는 "음악적 레벨이 잘 맞고, 탑 라이너가 세 명인데 성향이 다르지만 빈틈을 채워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좋다. 그래서 오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늘과 유일은 '소통이 잘되는 점'을 비결로 꼽았다.
컨퀘스트는 "보통은 멜로디 쓰는 사람(탑 라이너)이 소수고 트랙을 만드는 사람(비트 메이커)이 다수인데, 저희는 반대여서 멜로디 만드는 데 가능성을 열어두는 특색이 있다. 또, 아이디어를 낼 때도 수평적인 관계에서 하고 우리가 '모였을 때' 시너지를 내는 데 주력했다. 그래서 잘 뭉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후스는 "처음엔 장르가 변화해 어려웠지만, 제가 던져놓으면 이 친구들(늘·유일)이 다듬어주는 식으로 해서 지금은 팀에서 'K팝답지 않은 아이디어 배출'을 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컨퀘스트는 "저는 비트 만드는 게 주 업무이고 가사도 쓰지만, 세무 등 행정 업무도 맡는다"라고 밝혔다.
늘은 "서로의 색채를 섞어나가면서 아이디어가 쌓여 색다르고 안정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다"라고, 유일은 "가수에게 어울리면서도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고 노력한다. 제가 이 팀에서 하는 역할이 따로 있다기보다 서로 상성이 좋아서 신선한 곡이 나오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후스, 늘, 유일은 솔로 뮤지션이기도 하다. "뭔가 (제) 영감의 원천은 우울에 있다"라고 한 후스는 슬플 때 오히려 슬픈 드라마를 찾는 사람들이 있듯, "우울한 사람에게 우울한 음악을 들려주는" 가수가 되고 싶단다.
팀 발할라와 멤버 개인별로 참여한 작업물들. 발할라 제공
늘은 "아티스트로서든 작가로서든 예술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뭔가를 피워낸다는 느낌"이라며 아티스트로서는 '블룸'(BL8M)이란 이름을 쓸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들려주고 싶은 음악이 무엇인지 묻자, '가장 자신다운 음악'을 들었다.
유일은 힙합과 알앤비가 결합한 장르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K팝에서 보일 수 없는 것들을 해 보고 싶다"라며 "스토리 만들고 이해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가사 하나하나에도 집중해서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컨퀘스트는 당장 가수 활동을 할 생각은 없지만 전자음악과 디제잉에 관심이 있다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멤버들이 정의하는 '발할라'는 어떤 팀인지 물었다. 늘은 "컬러 팔레트를 놓고 봐도 본 적 없는 색을 지닌, 한 번도 본 적 없는 팀"이라고 말했다. 유일은 "발할라 뜻이 여러 가지인데, 아름다움과 고귀함, 웅장함도 있다. 좋은 음악, 궁전 같은 음악을 만들겠다는 뜻이 팀명에 담겼다"라고 전했다.
후스는 "발할라는 신의 전쟁 속 쉼터이기도 하다. 음악을 하면서 동시에 쉬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라고 답했다. 컨퀘스트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팀"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