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되고 첫 주말인 6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도로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간단히 마시고 집에 가던 길이었는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행된 이후 첫 주말인 6일 새벽 1시경. 서울 송파구 종합운동장 남문 인근 도로에서 한 경찰관이 잠실 방향으로 가는 차량을 세워 비접촉 음주 감지기를 들이밀었다. '삐' 소리와 함께 빨간 불이 켜지자 경찰들은 운전자에게 차에서 내리라고 손짓했다. 경찰의 지시에 차에서 내린 40대 남성 A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75%.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수치다.
"음주 농도 고지 이후 30분 내로 불복할 수 있다"는 경찰의 말에 A씨는 "4시간 전에 마셨는데 이렇게 높은 수치가 나올 수가 없다"며 불복 의사를 밝혔다. 경찰과 한참 실랑이를 벌인 끝에 A씨는 채혈을 통한 음주 측정을 위해 경찰과 함께 인근 병원으로 이동했다.
A씨를 단속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차량에서 '삐' 소리가 울렸다. 차에서 내린 40대 남성 B씨는 술을 마셨냐는 경찰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음주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다.
이날 B씨는 삼성동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아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다. B씨는 현장에서 "소주 1병과 맥주 1병을 마셨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고 진술했다. B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69%. 역시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수치다.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첫 주말을 맞아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날 오후 11시 30분부터 다음날 새벽 1시 15분까지 송파구 방이 삼거리와 종합운동장 남문 잠실 방향 도로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했다. 영업 시간 제한이 풀리면서, 이날 단속 현장에서는 자정이 넘은 시각에도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시민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단속을 나온 경찰관들은 방역을 위해 라텍스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잘 측정하기 위해 '신형 비접촉식 음주 측정기'가 사용됐다. 해당 측정기는 알콜 감지 센서를 강화했으며, 공기 흡입 모터를 내장했다. 경찰은 이전에도 코로나19를 감안해 비접촉 감지기를 사용했으나 차량 창문을 열고 운행할 경우 알콜 감지 감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 이를 개선해 정확성과 편리성을 높였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되고 첫 주말인 6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도로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경찰은 위드 코로나 시행에 따라 음주운전 단속 시간대도 조정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파서 교통안전계 안재범 경위는 "위드 코로나 이전에는 오후 9시~11시 정도에 음주 단속을 했지만 이제 아무래도 영업시간이 늘어나 단속 시간대도 늦춰졌다"며 "(오늘 단속은) 늦게까지 술 마시는 시민들이 많아지니 음주 운전을 예방하고 경각심을 주게 하기 위해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영업시간이 늦춰지니까 새벽 3-4시 정도에는 단속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음주운전을 하는 경우가 있고 새벽에는 대리운전도 잘 안 잡혀 직접 운전대를 잡으려는 분들이 있다"며 "음주 운전은 사고가 한번 나면 정말 크게 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대리운전을 부르던지 대중 교통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위드 코로나로 영업 시간 제한이 없어졌기 때문에 앞으로 단속 시간을 더 늦추고 더 강화하는 것도 좋은 방안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단속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수정아파트 사거리에서도 실시했으며 3명이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위드 코로나 시행 첫 날인 지난 1일 대대적인 음주운전 단속에 나서 전국 총 299명의 음주운전자를 적발했다. 이 중 면허정지 수준은 89명, 면허취소 수준은 200명, 측정을 거부한 사람은 10명이었다.
경찰청은 위드코로나와 함께 연말연시 술자리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유흥가와 식당 등 지역별 음주운전 위험 지역을 중심으로 시간과 장소를 수시로 바꿔가며 단속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