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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청탁 맞지만, 스펙 높아…부정통과 간주 어렵다"



법조

    "채용청탁 맞지만, 스펙 높아…부정통과 간주 어렵다"

    핵심요약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1심 유죄→2심 무죄 '반전' 배경
    은행장이 지원자 이름 전달했는데…法 "관여여부 불투명"

    ▶ 2021.11.22. 신한은행 채용비리 2심 선고
    "공소사실에 특정 전형에서의 부정통과자로 적시된 지원자들 대부분은 청탁의 대상이거나 신한은행 임직원들과 연고관계가 있는 지원자들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들은 대체로 상위권 대학 출신에 일정 수준의 어학점수와 각종 자격증을 보유하는 등 기본적인 스펙을 갖추고 있는데다 다른 지원자들과 마찬가지로 일정 정도의 합격자 사정 과정을 거친 경우가 있다. 따라서 이들을 일률적으로 부정통과자로 볼 수는 없다."

    '신한은행 채용비리'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심에서 무죄로 뒤바뀌는 반전이 일어났다. 2심 재판부는 채용청탁 리스트에 포함된 후 합격한 지원자일지라도 일괄적으로 부정채용으로 합격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1심에 이어 유죄 판단이 유지된 인사 담당 실무자들도 '부정채용자' 숫자가 줄어들어 2심 선고형량에서 이득을 보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6-3부(조은래·김용하·정총령 부장판사)는 22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 회장은 지난해 1월 서울동부지법에서 진행된 1심에서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받았다.
       
    선고공판 마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연합뉴스선고공판 마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연합뉴스
    당초 검찰은 조 회장이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상·하반기 신한은행 채용에서 총 30명의 부정합격에 관여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외부에서 청탁받은 지원자와 신한은행 임직원 자녀의 점수를 조작해 특혜를 제공하거나 합격자 남녀 성비를 3대1로 인위적으로 만들기 위해 서류·면접점수를 조작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1심에서 조 회장의 부정채용 관여가 인정된 것은 2015년 상반기 지원자 1명(A)과 2016년 하반기 지원자 2명(B·C)이었다. 2심에서는 이마저도 모두 무죄로 결과가 바뀌었다.
       

    재판부는 "일반 입사 지원자들이 피해자이고 공정한 채용절차 그 자체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법률이 없어 현재 형법상의 업무방해죄라는 죄목으로 채용비리를 다스리고 있다"며 채용비리 사건 형사재판의 어려움을 먼저 밝혔다. 업무방해죄로 기소할 경우 채용비리에 따른 피해자는 입사지원자들이 아니라 해당 기업이나 그 임직원들로 구성된 면접위원들이 된다.
       
    이에 재판부는 "(채용비리 판단에 앞서) 최소한 '특정 전형에서 특정 지원자를 부정한 방법으로 통과시키는 행위'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상정할 수 밖에 없다"며 "'채용 관련 최종·중간 의사결정권자나 실무자가 정당한 합격자 사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청탁이나 연고관계를 이유로 특정 지원자를 합격자로 결정하는 행위'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재판부의 이같은 관점에 따르면 검찰이 공소장에 기재한대로 '청탁 리스트'에 있거나 신한은행 임직원들과 연고관계가 있는 지원자들일지라도, 일정 정도의 합격자 선발 과정을 거쳤다면 일률적으로 부정통과자로 볼 수 없게 된다. 청탁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더라도 상위권 대학을 나오고 일정한 수준의 자격점수가 있는 등 이른바 '기본 스펙'을 갖춰 일정한 평가를 받은 지원자라면 무조건 부정합격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의 관여 여부가 확인된 1심 부정채용자 2명(A·B)에 대해 2심은 "정당한 합격사정 과정을 거쳐 합격한 지원자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서류전형 부정합격이 확인된 C지원자에 대해서는 조 회장의 채용비리 '관여 정도'를 1심보다 더 깐깐한 기준으로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조 회장이 직접 C지원자의 채용지원 사실을 인사담당자에게 전달했지만, 이 자체를 '합격 지시'로 간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인사담당자가 '합격 지시'로 이해했다면 서류합격만 시켜줄 것이 아니라 1차 면접도 통과시켰어야 하는데, C지원자가 탈락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C지원자가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관련된 사람이라는 점은 드러나 있지만 구체적인 관계는 알 수 없다는 점, 당시 신한은행장이었던 조 회장이 C지원자를 서류전형만이라도 합격시켜줬어야 할 특별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는 점도 무죄의 근거가 됐다.
       
    신한은행 채용비리 혐의를 받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신한은행 채용비리 혐의를 받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서울고법 대법정에서 열린 재판에는 신한금융 측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조 회장의 선고공판을 지켜봤다. 무죄 선고가 나온 후 관계자들은 서로 악수를 나누고 등을 두드리기도 했다.
       
    선고 후 조 회장은 취재진과 만나 "현명한 판단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좀 더 엄정한 잣대를 가지고 전반을 들여다보고 투명한 절차를 확립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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