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가짜 수산업자 사건부터 대장동 의혹까지…'특검' 박영수에 드리운 그림자

법조

    가짜 수산업자 사건부터 대장동 의혹까지…'특검' 박영수에 드리운 그림자

    핵심요약

    '부패 엄단' 강조했던 朴 전 특검
    '가짜 수산업자 고급차 제공' 의혹 불명예 퇴진
    대장동 사업 '접점'도 곳곳에…檢 비공개 출석
    자금흐름 관여 여부 '물음표'…추가 소환 관측도
    줄곧 결백 강조하지만…법조계 "씁쓸"

    서초동 검찰 모습. 연합뉴스서초동 검찰 모습. 연합뉴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역대 특별검사 가운데 최대 성과를 냈다고 평가받아온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불과 몇 년 만에 각종 비리 의혹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하자 법조계에선 "지켜보기 씁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4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삼성그룹의 뇌물 관계를 대국민 발표하며 '부패 엄단' 원칙을 앞세웠던 박 전 특검은 최근 대장동 특혜·로비 연루 의혹으로 조사를 받을 때에는 검찰에 비공개로 출석했다. 검찰 안팎에선 박 전 특검과 이 사업 관련 접점이 적지 않은 만큼 추가 소환 가능성도 거론된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주말을 하루 앞둔 26일 박 전 특검을 처음으로 불러 그간 제기된 의혹 전반을 조사했다. 박 전 특검이 취재진에게 노출되지 않은 채 비공개 출석할 수 있었던 데에는 관련 절차에 따른 당사자 신청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 이한형 기자박영수 전 특별검사. 이한형 기자
    대장동 사업 전후로 민간 사업자들과 폭넓은 접점이 확인된 박 전 특검은 이 같은 관계를 고리로 특혜나 금품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에 직면해 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정영학 녹취록' 등 제보 내용을 근거 삼아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로부터 거액을 지급받기로 약속됐다는 '50억 클럽' 일원 가운데 한 명으로 박 전 특검을 거론했다. 박 전 특검은 "50억원을 받기로 약속하거나 통보받은 일이 결코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민혁명당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그를 뇌물수수 혐의로 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박 전 특검과 관련한 여러 갈래의 대장동 의혹 가운데 검찰의 주요 수사 포인트로 거론되는 건 대장동 민간 사업자와 그의 인척 간 수상한 돈거래 정황이다. 박 전 특검의 인척인 대장동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모씨는 2019년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109억원을 받아 이 가운데 100억원을 건설업자 나모씨에게 보냈다. 이씨는 그보다 전인 2014년~2015년 사이 김만배씨 동업자인 남 변호사 측에 나씨의 돈 20억원을 포함한 40여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수상한 돈 거래에 박 전 특검이 개입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지만, 그는 "전혀 알지 못한다"며 선을 긋고 있다. 다만 박 전 특검은 당초 "분양업자 이모씨는 촌수를 계산하기 어려운 먼 친척"이었다며 그 관계성 자체에 선을 긋는 듯하다가, 이후 "친인척인 이씨에게 오래전에 돈을 빌려줬다가 여러 차례에 걸쳐 변제받은 사실이 있다"고 밝혀 입장이 다소 바뀐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로부터 고문료를 받은 것 외에 다른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은 유지하고 있다. 검찰은 박 전 특검 입장의 신빙성을 따지는데 주력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 자산관리 사무실 모습. 이한형 기자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 자산관리 사무실 모습. 이한형 기자
    박 전 특검은 대장동 사업 본격화 이후인 2016년 4월부터 7개월 가량 고문료를 받으며 화천대유 상임고문을 맡았고, 그의 딸도 이 회사에서 근무했다. 박 전 특검의 딸도 지난 6월 화천대유가 소유한 대장동 아파트 1채를 시세보다 싼 값에 분양 받아 특혜 아니냐는 의혹을 받지만, 당사자들은 모두 정상적인 분양이었다는 입장이다. 박 전 특검은 대장동 핵심 민간 관계자들의 변호를 맡은 이력도 있다. 특히 2011년엔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인척으로서 '대장동 불법 대출 브로커'로 지목된 조모씨 변호도 그가 맡았는데, 당시 대검 중수부의 '윤석열 수사팀'이 조씨를 입건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박 전 특검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존재한다. 이처럼 대장동 개발 전후 수년에 걸쳐 해당 사업과 박 전 특검의 직·간접적인 접점이 속속 드러나자 법조계에선 "당황스러울 정도"라는 말이 나왔다. 다만 사업 주체도 아닐뿐더러 그가 공직자 신분이 아닐 때 불거진 의혹들이라 이렇다 할 혐의를 적용하기 까다로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보강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이와 맞물린다.
     
    해당 사건과 별개로 박 전 특검은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의 금품로비 의혹 사건으로도 중앙지검 형사3부의 수사를 받고 있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박 전 특검이 김씨로부터 포르쉐 렌터카를 무상 제공받은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박 전 특검은 '특검은 공직자가 아니라 공무수탁 사인(私人)이기 때문에 청탁금지법 대상이 아니며, 차량 사용료도 정상 지급했다'는 취지의 입장이었지만, 경찰 수사 단계에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민권익위원회도 '특검은 공직자'라고 판단했다. 그는 이 사건이 불거지자 "더 이상 특별검사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사표를 제출했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정치권에서도 박 전 특검 추천 주체로 여야가 서로를 지목할 정도로 시선이 따가운 가운데, 그의 명예회복 여부와 직결된 검찰의 사건 처분은 내달 안에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 황진환 기자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 황진환 기자
    한편 검찰은 박 전 특검과 함께 '50억 클럽' 일원으로 거론된 곽상도 전 의원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을 적용해 전날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곽 전 의원은 김만배씨로부터 청탁을 받아 하나은행과 화천대유 간 컨소시엄 구성에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화천대유에 취업한 아들 병채씨를 통해 퇴직금 등 명목으로 약 25억원(세전금액 50억원)을 수령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의 영장 청구에 곽 전 의원은 "화천대유와 관련된 어떠한 일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장동 개발사업에도 관여된 바 없다"며 "영장 범죄사실에도 구체적으로 어떤 부탁을 받고 누구에게 어떤 청탁을 했는지 드러나 있지 않다"고 반발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