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심 선고공판이 열린 지난 5월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모인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모습. 이한형 기자학대로 아동을 숨지게 한 범죄에 최대 징역 22년 6개월을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이 상향됐다. 생후 16개월 영아를 사망에 이르게 한 '정인양 학대 사건' 등 최근 빈번히 발생한 아동 상대 범죄에 엄정 처벌을 바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한 결과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는 6일 제113차 회의를 열고, 아동학대범죄의 양형기준 수정안을 심의·권고했다. 먼저 아동학대치사의 경우 기본 양형기준이 4~7년이었는데 4~8년으로, 가중 영역은 6~10년에서 7~15년으로 대폭 늘렸다.
양형위는 "아동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가운데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해 아동학대살해로는 기소하지 못하더라도, 중한 결과에 책임은 여느 가중범보다 무겁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상향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죄질이 나쁜 가중 영역은 형량을 상향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특별가중인자가 감경인자보다 2개 이상 많을 때에는 형량 범위 상한을 징역 22년 6개월까지로 높였다.
고상현 기자'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올해 신설된 아동학대살해죄의 양형기준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는 △기본 17~22년 △감경 영역 12~18년 △가중 영역 20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 이상으로 정했다. 양형위는 또 아동학대살해죄의 경우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에 해당하는 사건이 있을 수도 있어 형법상 살인죄의 양형기준보다 더 무거운 형량 범위를 적용하도록 추가 기준도 뒀다.
이밖에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중에서 신체적·정신적 학대나 유기·방임 범죄의 가중 영역은 기존에는 1~2년이었지만, 앞으로는 1년 2개월~3년 6개월로 상·하한이 모두 올라갔다. 이때도 특별가중인자가 감경인자보다 2개 이상 많을 정도로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되면 형량 범위는 법정형 상한인 징역 5년까지 권고하도록 결정했다.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하거나 돈을 받고 파는 범죄의 양형기준도 신설했다. 성적 학대는 △기본 8개월~2년 6개월 △감경 4개월~1년 6개월 △가중 2~5년이다. 아동매매는 △기본 1~3년 △감경 6개월~2년 △가중 2년 6개월~6년이다. 다만 아동학대중상해는 선고 사건수가 10년간 11건에 불과해 현행 현행 양형기준을 일단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6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 1층 대강당에서 열린 대법원 양형위원회 산하 양형연구회의 제6차 심포지엄 '아동학대범죄와 양형' 심포지엄에 참가한 양형위원회 김영란 위원장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양형위는 지난 10월 논의했던 합의 관련 양형요소 정비원칙도 의결했다. 특히 현행 양형기준에서는 일부 범죄에만 들어가 있던 '합의 시도중 피해 야기' 요소를 피해자가 있는 범죄에서 일괄적으로 가중인자이자, 집행유예 일반부정 사유로 추가했다. 무리한 합의 시도로 2차 피해가 가중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이같은 기준은 내년 3월 이후 기소되는 범죄부터 적용된다.
벌금형의 양형기준 설정 원칙도 심의했다. 각 범죄군의 특성을 반영한 개별적 양형기준을 기본 원칙으로 설정하고, 권고 형량 범위에 실무 통계적 분석도 반영하도록 했다. 벌금형 집행유예는 실제 활용도가 1%에 그친다는 점에서 양형 실무 축적 이후 재논의하기로 방침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