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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가는 '장릉 앞 아파트'…입주자들 "일상 무너지고 참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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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 가는 '장릉 앞 아파트'…입주자들 "일상 무너지고 참담해"

    건설사들 "문화재위 심의 거부"…내년 초 행정소송
    문화재위 심의받은 건설사도 사실상 아파트 철거 권고
    입주자 "정상 입주 말고 아무것도 안 바라…빨리 해결됐으면"

    연합뉴스연합뉴스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이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김포 장릉(章陵) 보존지역에 아파트를 지어 공사가 중단된 건설사들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철회하고 법원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문화재청이 아파트 철거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선만큼 문화재청 산하 문화재위원회에서 심의를 계속 받는 것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들어가면서 공사재개 및 입주는 기약이 없어졌고 입주예정자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입주 앞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뜬 눈으로 밤새는 입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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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6월 인천 검단신도시 대광로제비앙에 입주할 계획이었던 박영민(33)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잠을 설친다. 분양받은 아파트가 문화재 보존지역 안에 있다며 갑자기 공사가 중단된 뒤 사태가 해결되기는커녕 한치 앞을 볼 수 없게 되어서다.
     
    박씨는 "30년도 넘은 10평도 되지 않는 원룸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입주 후에는 아기도 낳고 세 식구가 알콩달콩 살 꿈을 꿨는데 일상이 다 무너져 버리고 참담하다"며 "입주에 맞춰 내년 6월까지 전세 계약을 해뒀는데 새 전세집을 구해야할지 말지, 구한다면 언제까지 계약기간으로 해야 하고 지금 갖고 있는 돈으로 구할 수는 있을지 모든 것이 불투명하고 답답해서 잠을 제대로 자는 날이 없다"고 호소했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 7월 대방건설과 대광건영, 금성백조 등 3개 건설사가 건립 중인 아파트 일부가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건설되면서 장릉 경관을 훼손한다며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후 건설사들은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대방건설을 제외하고는 기각돼 9월 30일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대광건영과 금성백조는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앞서 제출한 대안들에 대해 문화재청이 회의적인 반응으로 일관하며 계속 철거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지난 8일 심의를 철회하고 법정에서 정당성을 가리겠다고 밝혔다.
     
    건설사들은 "'심의 절차만 진행하면 공사 지속이 가능하다'는 (문화재청)궁릉유적본부를 믿고 심의를 신청했다"며 "외부 골조가 마감된 아파트 상태에서 가능한 모든 대안을 제시했지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문화재청이) 비공식적으로 철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 법적인 부분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화재위원회에 실의에 유일하게 참여했던 대방건설도 사실상 '아파트를 일부 철거해야한다'는 권고를 받았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가) 혼유석(봉분앞에 놓는 장방형 돌)에서 높이 1.5m의 조망점을 기준으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500m) 내에 기 건립된 건축물(삼성쉐르빌아파트)과 연결한 마루선(스카이라인) 밑으로 건축물 높이를 조정하는 개선안을 2주 내에 제출받은 후 재심의하는 것으로 '보류'했다"고 알렸다.

    문화재청은 "건물 높이를 조정하지 않은 개선안으로는 김포 장릉의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역사문화환경적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고, 아파트 입주예정자의 입장,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에 기 건립된 건축물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공동주택의 높이 조정 및 주변 환경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논의는 원점으로…중도금 납부 임박해 "대출 불가" 날벼락까지

     
    건설사들이 법정공방을 예고하며 논란이 원점으로 돌아간 가운데 피해는 고스란히 수분양자들이 떠안게 됐다.
     
    대광건영은 내년 1월, 금성백조는 3월에 공사 중단에 대한 행정소송이 개시되는데, 건설사와 인천 서구청은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하고 문화재청은 건설사가 규정을 위반했다고 맞서고 있는 일련의 상황을 감안하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문화재청의 공사중지명령에 대해 건설사들이 신청한 가처분을 1심 법원이 기각한 뒤 항고심도 진행 중이지만 2심 법원이 건설사들의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문화재청이 상고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입주자들은 주거 이전에 대한 불확실성에 더해 금전적인 문제까지 떠안을 위기에 처했다.
     
    해당 아파트를 대상으로 중도금 대출을 실행해온 은행들이 향후 실행될 예정이었던 중도금에 대해 지급 중지를 통보하거나 검토하고 있어서다.
     
    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스마트이미지 제공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스마트이미지 제공
    입주자들에 따르면 대광로제비앙 계약자를 대상으로 중도금 대출을 했던 수협은행과 우리은행은 중도금 6회차 대출지급 중지를 검토 중이다. 6회차 중도금은 3400만원에 달한다.
     
    입주예정자 윤두수(37)씨는 "20일이 6차 중도금 실행일인데 우리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들에게 '10일까지 공사재개 명령 떨어지지 않거나 관련 공문 없으면 중도금 대출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전달됐다"고 전했다.
     
    중도금 6회차 지급이 중지되면 통상은 잔금에 더해서 지급하면 되지만 문제는 공사가 장기 지연될 경우다. 건설사가 항고심 결정이 지연되거나 2심 법원이 다시 문화재청의 손을 들어줄 경우 공사 장기 지연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입주예정자들이 3천만원이 넘는 돈을 마련해야 한다.
     
    윤씨는 "입주자들은 내년 여름, 예정됐던 입주일에 모두가 안전하게 입주하는 것 말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며 "문화재청과 시공사가 잘 협의를 마치고 예정대로 입주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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