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SNS상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국민의힘 노재승 공동선대위원장이 임명 나흘 만인 지난 9일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국민의힘 선대위 차원에서는 김성태 직능총괄본부장과 함익병 공동선대위원장 낙마에 이어 3번째 인사 실패이다보니 윤석열 후보도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그러나 윤 후보는 최종 결정권자이자 책임자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논란의 진행 때나 사퇴까지 과정 전반에서 한 발짝 떨어진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노재승 공동선대위원장과 윤석열 대선후보. 연합뉴스·윤창원 기자노재승 선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작성 당시 상황과 이유와 관계없이 과거에 제가 작성했던 거친 문장으로 인해 상처 입으셨을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노 위원장은 임명 이후 5.18 특별법과 관련된 설화 외에도 촛불시위 폄하, 백범 김구 선생 비하, 정규직 폐지론 등 과거 SNS상 막말이 연이어 발굴되며 거센 비난을 받았다. 결국 노 위원장은 "한 사람의 유권자 위치로 돌아가 제가 근거리에서 확인한 윤석열 후보의 진정성을 알리며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며 자진 사퇴했다.
이날 오전만 해도 노 위원장의 진퇴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사과하고 새로운 마음과 몸가짐으로 한 번 해보겠다는 청년의 청을 들어줘야하지 않겠냐"며 감싸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후보는 논란이 나흘째인데도 "살펴보고 있으니 좀 있어보자"는 언급만 했다. "본인에게 판단을 맡기겠다"는 선대위 차원의 우회적인 권고가 있었지만 노 위원장은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오후 들어 KBS에서 방송될 예정이었던 노 위원장의 정강정책 연설이 전격적으로 취소되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기자들과 만나 "당 차원에서 빠른 시일 내 결심할 것"이라는 언급을 하며 당내 압박 수위가 높아졌다.
과거 발언들로 논란을 빚은 국민의힘 노재승 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9일 국회 소통관에서 선대위원장직 사퇴를 밝힌 뒤 권성동 선대위 종합지원총괄본부장과 취재진의 질문을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노 위원장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당보다는 제 주관이 더 많이 반영됐다. 당의 권고보다는 저의 판단의 결과"라고 말했지만, 선대위 차원의 압박이 상당했다고 한다. 노 위원장은 전날만 해도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해 충분히 소명 가능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윤 후보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정권 교체에 부정적이라는 선대위의 설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지난달 27일 딸 관련 'KT 특혜 채용' 의혹으로 김성태 직능총괄본부장의 자진 사퇴에 이어 지난 5일엔 '독재 옹호', '여성 차별' 등의 발언으로 함익병 공동선대위원장의 내정 철회 이후 3번째 선대위 인사 실패인 셈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운데)와 권성동 사무총장(오른쪽)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의 1차 회의에 참석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종민 기자노 위원장을 영입한 권 사무총장은 "우리 욕심으로 (노 위원장을) 모셨다가 여러 논란 끝에 우리 욕심으로 자진 사퇴하는 모양새로 끝나게 돼 가만히 있던 사람을 정치권에 끌어들인 사람으로서 인간적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동시에 "SNS를 다 들여다볼 수 없어서 결과적으로는 검증에 실패했다는 것을 자인한다"며 연이은 인사 실패로 후보 리더십에 생채기가 생겼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그 비판을 달게 받겠다"고 했다.
이처럼 권 사무총장이 책임을 인정하며 검증 장치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반해, 모든 인선의 총 책임자이자 최종 결정권자인 윤석열 후보는 한 발 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노 위원장의 과거 발언이 논란이 되는 동안 윤 후보는 "선대위에서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했었다. 윤 후보는 노 위원장 사퇴 직후에도 '후보의 빠른 결단이 있었다면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았을 것 같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퇴를 했는데 긴 말 할 것 있겠느냐"고만 했다.
당 내에서도 이번 인선 과정과 대처가 모두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석 달 짜리 선대위에서 후보가 모든 인선을 확인하고 검증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도 "공동선대위원장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선대위 인사 최종 책임자는 윤석열 후보이므로, 내가 만약 보좌하는 역할을 하는 입장에 있었다면 이정도 3연타 인사 실패에 대해선 최소한 유감 표명 정도는 하라고 조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