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태년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윤창원 기자21대 국회 첫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9일 본격 활동을 개시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제한 연령 하향과 선거구 조정 등 필요작업을 위해 꾸려졌지만, 관심은 총선과 대선 제도 변경에 쏠리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위성정당 출현 사태로 인해 '누더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비롯, 주요 선거제도에 대한 의제가 이번 정개특위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정개특위는 이날 첫 전체회의를 열고 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했다.
특위 위원장에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이, 민주당 간사에는 김영배, 국민의힘 간사에는 조해진 의원이 각각 선임됐다.
활동 시간은 내년 6·1 지방선거에 맞춰 2022년 5월 말까지이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태년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시급한 처리 사안은 피선거권 연령 하향과 선거구 조정이다.
피선거권은 현행 만 25세인 기초단체장·시도의원·국회의원 후보자의 출마 연령 제한을 만 18세로 낮추는 것이 골자다.
여야 모두 이전보다 정치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2030세대의 행보에 귀를 기울이며 청년 유권자 표심 확보를 위해 애쓰고 있어 어렵지 않게 통과될 전망이다.
선거구 조정 또한 지역별 인구 증감을 고려해 행정안전부와 지자체의 의견을 반영하는 만큼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총선과 대선 제도에 대해 어느 정도나 의견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냐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을 비롯한 당직자들이 지난달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당 5대 정치개혁 과제 입법 발의안 소개 및 정개특위의 책임있는 논의를 촉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가장 큰 관심 사안은 총선제도 개편이다.
지난해 치러진 21대 총선은 20대 국회 말 이른바 '여야 4+1'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인해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처음으로 도입돼 치러졌다.
가급적 민의를 그대로 반영해 사표를 방지하고 득표율대로 의석수를 배분하자는 취지였지만, 의석수가 줄어들 것을 염려한 거대 양당 민주당과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각각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라는 비례대표 선거 전용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사실상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
그 결과 비례의석 10석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던 전망을 뒤집고 더불어시민당이 17석, 미래한국당이 19석을 가져갔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여야 특위 위원들은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고 있다.
다만 비례위성정당의 창당을 막을지 여부와 막는다면 법률로 제한을 할지 여부, 아니면 아예 연동형비례제를 폐지할지 등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열린 당 정당혁신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국민 주권 의지가 제대로 정치에 반영될 수 있게 위성정당을 불가하게 만드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 이재명 대선 후보의 발언처럼 위성정당 출현 제한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법제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다.
국회 과반의석을 바탕으로 단독 처리에 나서왔던 일반 상임위원회와 달리 정개특위는 관련 법률 개정에 여야 간 합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의 말대로 그런 방향으로 가야하는 것이 맞지만, 법으로까지 할 수 있겠느냐는 부분은 실현 가능성의 문제가 남아있다"며 "의원들 스스로가 자기의 명운이 걸린 게임의 룰을 정하는 것이라서 험난한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도 자체에 반대하며 패스트트랙으로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도입되자 가장 먼저 우회도로로 비례위성정당 창당에 나섰던 국민의힘도 여전히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반대하며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국민의힘 간사인 조해진 의원은 통화에서 "제도를 없애든가 손을 봐야한다는 의견들이 나오는 상태 같아서 협의를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면서도 "비례위성정당을 제도적으로 못하게 하려면 결국 연동형비례대표제 자체를 없애야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기에 대선을 앞두고 거대양당이 각당의 입장을 강조할 경우 대선에서 이슈가 되면서 불필요한 논쟁으로 비화될 수 있어 의제화 자체도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반면 지난 총선 최대 피해자로 분류되는 정의당은 현행 총선 제도의 폐단을 최대한 줄이고, 대선에서도 결선투표를 도입해야 한다며 대규모 개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최근 제3지대 후보로 분류되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와 만나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을 함께 촉구했다.
다만 이은주 의원 1명만 정개특위에 참여하고 있어 주장에 무게감을 싣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태년 위원장과 국민의힘 조해진 간사가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민주당과 국민의힘 측은 대선이 90일 앞으로 다가온 촉박한 상황에서 대선 관련 제도 변경을 논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최우선 과제인 후보 연령 제한 하향과 헌법불합치 사안인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 확성장치 소음규제 등에 대한 논의는 내년 1월까지 합의처리 될 전망이다.
총선과 대선 관련 의제는 1월 이후부터 다룰 수 있지만, 이미 대선이 한창인 상황이어서 3월 이후에나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