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의 지지율 '골든크로스'를 좀처럼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 보궐선거 무공천에 이어 연정 가능성까지 조심스레 검토하고 있다.
정권교체에 대한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국민의당·정의당·새로운물결 등 제3지대와의 공존 없이는 진영 대결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커진 탓이다.
한 표가 아쉬운 민주당
초접전 양상을 보이는 최근 여론조사에 민주당 관계자들은 대외적으로 "내년 초면 골든크로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있는 모습을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5% 이상 뒤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왼쪽부터 지난 13일 경북 포항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11일 강원 속초를 방문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연합뉴스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0~11일 실시한 정기주례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 지지'를 물은 결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42.0%를,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0.6%를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성인 남녀 3043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지지도를 물은 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밖에서 윤 후보가 이 후보를 눌렀다.
또 여야 후보 지지율 격차가 그나마 좁혀진 것 역시 야당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잡음이 커진 데 대한 반사이익을 누린 결과이기 때문에 '민주당 열세' 기류가 연초에도 이어질 거라고 보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재선의원은 "이미지 변신만으로는 지금 지지율 답보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킬러 콘텐츠까지는 아니더라도 우후죽순 정책을 쏟아내는 것 외 다른 '한 방'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제3지대가 차지하고 있는 '지지율 10%'에 민주당이 아쉬워졌다는 후문이다. 이미 이재명 후보 측은 CBS노컷뉴스에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김관영·채이배 전 의원 입당에, 구 동교동계 복당도 타진하고 있지 않느냐"며 범진보 빅텐트론에 힘을 실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심 후보는 3.3%, 안 후보는 3.2%를 기록했다. KSOI 조사에서는 안 후보 2.8%, 심 후보 2.6%,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 1.2%를 기록해 제3지대 지지율은 대체로 10% 선을 유지하고 있다.
연정론이 조심스레 거론되는 배경에는 현재의 구도에서 진영 대결이 심화될수록 민주당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권 교체에 대한 여론이 높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복안으로 연정도 논의할 수 있다는 것.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타트업 미래의숲 1차포럼 '위기의 대학, 공유경제를 만나다'에서 김동연 새로운물결(가칭) 대선후보(왼쪽)와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오른쪽)가 인사하고 있다. 가운데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윤창원 기자반면 강한 양강 구도가 펼쳐지면 제3지대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3의 후보들이 완주를 다짐했더라도 대선 막바지에 민주당이 연정을 제안한다면 고민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분석도 연정론 논의에 시동을 걸고 있다.
김동연 후보의 경우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 부총리를 지냈던 만큼 활용도가 더 무궁무진할 거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종로에 민주당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대신 김 후보를 측면 지원하고 김 후보의 전략기획본부장인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을 입각시킬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野 움직이기 전에 먼저 무공천 선언해야"
민주당에 귀책 사유가 있는 보궐선거 지역구에는 공천하지 않겠다는 논의에도 불이 붙고 있다.
당내 혁신위를 중심으로 서울 종로, 서초, 청주 상당, 대구 중·남구, 경기 안성 등 5곳 중 민주당 귀책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종로, 청주 상당, 경기 안성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게 논의의 핵심이다.
박종민 기자다만 당헌·당규에 무공천 사유로 명시돼 있지 않은 정무적 이유나 판결로 인해 치르는 재보궐·재선거인 만큼, 차라리 다섯 곳 모두 공천하지 않아야 '쇄신과 반성'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 후보도 일부 당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 상황이다.
물밑에서 논의되던 무공천론이 수면 위로 올라온 데엔 국민의힘이 먼저 일부 지역구에 무공천을 선언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당내 반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야당이 먼저 무공천을 선언하면 민주당은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을 수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100조원 손실 보상 등 주요 이슈에서 끌려 다니고 있는데, 무공천 이슈에서도 밀리면 어떡하냐"고 우려했다.
가뜩이나 연내 지지율 '골든크로스'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쇄신과 반성'이라는 카드까지 국민의힘에 뺏길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하는 셈이다.
한편, 민주당 혁신위는 연초까지는 무공천 여부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