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두 번째 단독 콘서트 '엔시티 127 세컨드 투어 네오 시티 : 서울 - 더 링크'를 열었다. NCT 127 공식 트위터가수들에게 꿈의 무대 중 하나로 꼽히는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첫 번째 단독 콘서트를 열고 해외 투어를 돌았던 그룹 NCT 127이 3년여 만에 단독 콘서트로 팬들을 만났다. 코로나19 이후 좀처럼 팬들을 직접 볼 기회가 없었던 NCT 127은 사흘간의 공연을 무사히 치렀다는 것에 감사하며 '다시 만나는 날'을 기약했다.
19일 오후 5시,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엔시티 127 세컨드 투어 네오 시티 : 서울 - 더 링크'(NCT 127 2ND TOUR 'NEO CITY : SEOUL - THE LINK)가 열렸다. 지난 17일부터 열린 콘서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공연이었다. 그동안 새로 발매된 앨범과 곡 수가 적지 않고 팬덤도 나날이 커진 NCT 127은 정규앨범으로 100만 장 이상을 팔아치우는 대형 그룹으로 성장했다. 이번 공연은 높아진 팀의 위상에 걸맞은 알찬 세트리스트를 자랑했다.
코로나19 상황 이후 나온 정규 2집 '엔시티 #127 네오 존'(NCT #127 Neo Zone)의 타이틀곡 '영웅'(英雄; Kick It)으로 문을 연 이번 콘서트는 멘트를 줄이고 무대를 보여주는 데 방점을 맞춰 기획된 듯 보였다. 인트로 퍼포먼스까지 총 4개의 무대를 마치고 한 오프닝 멘트 이후, 17곡의 무대가 더 등장하고 나서야 멤버들은 멘트를 했다. 주어진 시간 안에 한 곡이라도 더 하겠다는 각오가 읽히는 대목이었다.
가장 최근작인 정규 3집과 리패키지 앨범 곡이 중심이 됐다. '레모네이드'(Lemonade), '드리머'(Dreamer), '브렉퍼스트'(Breakfast), '같은 시선'(Focus), '내일의 나에게'(The Rainy Night), 브링 더 노이즈'(Bring The Noize), '러브 온 더 플로어'(Love On The Floor), '파일럿'(Pilot) 등 수록곡부터 '페이보릿'(Favorite), '스티커'(Sticker) 등 타이틀곡까지 고루 훑었다.
NCT 127은 이날 공연에서 첫 곡 '영웅'을 시작으로 앙코르 마지막 곡 '다시 만나는 날'까지 총 34곡의 무대를 선보였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5위를 차지해 당시 자체 최고 기록을 썼고, 네오(neo)한 팀의 색은 물론 대중성을 잡았다는 평을 듣는 대표곡 '영웅'을 비롯해 '엘리베이터'(Elevator), '우산'(Love Song), '백야'(White Night), '메아리'(Love Me Now) 등 정규 2집 곡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무한 개방과 무한 확장을 모토로 하는 NCT 시스템을 활용한 단체 앨범의 곡 '어스퀘이크'(Earthquake), '뮤직, 댄스'(Music, Dance)나 '사이먼 세이즈'(Simon Says), '파라다이스'(Paradise), '터치'(TOUCH), '체리 밤'(Cherry Bomb) 같은 초기 곡을 무대로 만날 수 있다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었다.
'엔시티 127 세컨드 투어 네오 시티 : 서울 - 더 링크'에서만 볼 수 있는 최초 공개 무대도 풍성했다. 태일-해찬 유닛의 '러브 사인'(Love Sign), 마크 솔로곡 '바이브레이션'(Vibration), 태용 솔로곡 '문라이트'(Moonlight), 태용-마크 유닛의 '더 히말라야'(The Himalayas), 재현의 '로스트'(Lost), 도영의 '더 리즌 와이 잇츠 페이보릿'(The Reason Why It's Favorite), 유타의 '버터플라이'(Butterfly)는 이번 콘서트에서 처음 볼 수 있는 무대들이었다.
솔로와 유닛 무대는 NCT 127 멤버들 각각 어떤 음악을 들려주고 보여주고 싶은지 차이를 발견하는 재미를 주었다. 태일과 해찬이 부른 R&B 장르 곡 '러브 사인'은 두 사람의 보컬, 해찬의 춤, 태일의 신시사이저 연주가 어우러졌고, 마이크 하나만 들고 홀로 무대에 선 마크는 '바이브레이션'에서 세련되면서도 리듬감 있는 래핑을 선사했다. 재현은 밍지션과 함께한 '로스트'를 절제되면서도 나른한 분위기의 무대로 꾸몄다.
이번 공연에서 NCT 127은 정규 3집과 정규 2집 수록곡을 가장 많이 들려줬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문라이트'는 주로 랩을 담당해 온 태용의 보컬까지 확인할 수 있는 곡이었고, 정규 3집 리패키지 타이틀곡 '페이보릿'의 연장선에 있는 '더 리즌 와이 잇츠 페이보릿'은 도영의 절절한 감성이 한껏 녹아든 곡이었다. 멤버 중 가장 마지막으로 솔로 무대에 오른 유타는 스타일리시한 곡 '버터플라이'를 통해 보컬과 춤 모두에 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태용-마크의 '더 히말라야'는 두 사람의 힘찬 에너지와 합을 볼 수 있는 무대였다.
기존 곡을 재해석해 색다른 느낌을 전달하기도 했다. 태일은 데뷔 앨범 수록곡 '어나더 월드'(Another World)를 R&B 장르로 편곡해 감미로움을 더했다. 쟈니는 '같은 시선' 무대 중 솔로 댄스 퍼포먼스로 무르익은 관능미를 자랑했고, 정우는 일본 앨범 수록곡 '립스틱'(Lipstick) 댄스 퍼포먼스로 신비로우면서도 섹시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쟈니·태용·유타·재현은 '런 백 투 유'(Run Back 2 U)와 SM루키즈 당시 선보인 '베이스 봇'(BASS BOT)을 매시 업해 댄스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첫 번째 콘서트 때보다 공연장 규모가 커진 만큼, 무대 구성도 한층 더 다채로워졌다. 초대형 LED와 대형 오브제 9개, 9대의 리프트로 구성된 본무대를 시작으로 각도 조절을 할 수 있고 360도로 회전도 하는 돌출 무대, 움직이는 대형 무대, 무빙 카 등의 무대 장치가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32곡의 무대를 마친 NCT 127은 오랜만에 만나는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영상으로 띄워 그리움을 전했다. 앙코르 첫 곡은 정규 2집 수록곡인 '드림스 컴 트루'(Dreams Come True)로, 멤버들은 스탠딩 마이크를 두고 노래에 집중했다. 팬들은 '변함없이 항상 여기 있어 우린'이라는 손팻말 이벤트로 화답했다.
왼쪽부터 NCT 127 태일, 쟈니, 마크. SM엔터테인먼트 제공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이 시시각각 달라지면서, 회당 수천 명~수만 명 규모의 대형 콘서트는 사실상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NCT 127 또한 지난해 대면 콘서트 대신 네이버 비욘드 라이브 온라인 공연을 연 바 있다. 코로나19 신규 일일 확진자 수가 연일 7천 명대를 기록해, 공연 이틀째였던 18일부터 비정규 공연장의 운영 시간 단축·행사 인원 축소 등이 포함된 강화된 방역 지침이 시작됐으나, 다행히 NCT 127의 공연은 문체부 사전 승인을 받아 변동 없이 치를 수 있었다.
뜻하지 않은 환경적 요인으로 못 본 시간이 길었고, 앞으로도 여러 상황 때문에 콘서트 개최 여부가 좌우된다는 것을 의식한 듯 멤버들은 '공연할 수 있음'에 더없는 고마움을 표했다. 쟈니는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하루이긴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아름다운 이곳을 만들어 준 시즈니에게 꼭 고맙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 진짜 곧 다시 만나자"라고 말했다.
해찬은 "2년 11개월 동안 기다렸는데 3일밖에 하지 못해서 너무너무 아쉬운 마음이 큰데 정말 기존에 했던 콘서트처럼 여러분들이랑 같이 떼창도 하고 함성도 듣고 싶고 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너무 크다"라며 "시즈니(팬덤)분들 너무 감사하고 정말 사랑한다"라고 전했다.
마크는 "우리는 이렇게 콘서트 준비하고 여러분들은 우리를 보러 와주시는 것,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인데도 이 당연한 일을 (그동안) 못했던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된 것 같다"라며 "더 완벽할 수 없는 공연을 앞으로 많이 해서 많이 (여러분을) 뵙고 싶다. 다시 한번 이 즐거움을 알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NCT 127 태용, 도영, 유타. SM엔터테인먼트 제공이번 공연 준비 기간이 매우 빡빡했던 만큼, 다치지 않고 무사히 3일 공연을 마친 멤버들에게 특별히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재현은 "많은 것들을 무대에서 느낄 수 있게 해줘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시즈니에게 하고 싶다. 굉장히 알차고 꽉 차게 여러분들의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사실 NCT 127에게 가능할까 하는 일들이 (올해) 많았던 것 같다. 되더라"라고 말문을 연 태용은 "여러분들이 저희를 좋아해 주시는 만큼 저희가 여러분에게 드리는 열정이나 에너지가 여러분 삶 속에서 힘이 됐으면 좋겠다. 여러분 하는 일 잘됐으면 좋겠고 다치지 말고 건강하고, 다음엔 진짜 소리 지르면서 놀자"라고 말했다.
2층, 3층, 4층도 재미있었냐고 물은 유타는 "정말 무서움이 많았다. 오랜만에 하는 거기도 하고 정말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이걸(무대를) 앞에서 보여줘도 되나 하는 생각도 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이번 콘서트를 하면서 제일 느낀 건 감사하는 마음이다. 특히 멤버들의 소중함을 정말 많이 느꼈고, 열심히 한 무대를 많은 시즈니 앞에서 보여줄 기회가 이렇게 3일이나 와서 너무나 행복했다"라고 전했다.
팬들의 손팻말 이벤트를 보고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는 태일은 "정말 우리한텐 없어서는 안 될 시즈니들 너무 감사하고 리노(콘서트 기획자)상부터 가까이서 도와주시는 많은 분들 너무너무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정우는 "오늘의 제 바이브가 '한번 죽어보자'였다. 진짜 빡세게 해서 내일이 없는 듯이 해 보자 이 마인드로 왔다"라며 "앞으로도 저희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도영은 "오늘 이 공연이 끝나면 저도, 여러분들도 언제 나아질지 모르는 상황을 또 기다리면서 보내야 한다. 그래서 저는 오늘을 진짜 오래오래 기억하려고 한다. 언젠가 다가올 오늘 같은 날을 기다리면서 열심히 살고 있겠다. 여러분도 저희 못 본 2년 많이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저희도 그만큼 힘들었다. 이번 공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진짜 정말 보고 싶을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왼쪽부터 NCT 127 재현, 정우, 해찬. SM엔터테인먼트 제공NCT 127이 고척돔 단독 콘서트에서 마지막으로 선곡한 노래는 '다시 만나는 날'(Promise You)이었다. 이별한 연인과 다시 만나는 날 전하고 싶은 다짐과 상대를 향한 영원한 마음을 담은 이 곡은, 언제 다시 공연장에서 함께할지 기약할 수 없는 현재 상황에 적격인 곡이었다. 엔딩 멘트에서부터 울컥했던 멤버 일부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엔시티 127 세컨드 투어 네오 시티 : 서울 - 더 링크'를 성공적으로 끝낸 NCT 127이 2022년에는 세계 주요 도시에서 두 번째 월드 투어를 이어갈 것이라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