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3일 오후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국가가 양육비를 지급 받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률을 만들지 않은 것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이미 양육비 지급을 위한 법이 존재하고 있고, 국가가 추가로 법을 마련해야 하는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23일 헌법재판소는 A씨 등이 "국가가 양육비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법을 만들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헌재의 각하 결정은 입법 의무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적법한 헌법소원이 아니라는 취지다.
A씨 등은 이혼 후 이전 배우자로부터 자녀 양육에 필요한 비용을 받지 못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다. 이들은 현행법에는 양육비를 지급할 만한 실효성 있는 수단이 없다며 입법부작위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냈다. 이전 배우자가 양육비를 주지 않는다면 우선 국가가 먼저 지급한 뒤 나중에 청구해 받아내는 양육비 대지급제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헌재는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비록 헌법 36조 1항이 국가가 가족을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양육비 이행이라는 구체적인 의무까지 부여하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양육비 이행이 청구인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이유로 기존 입법 이외에 양육비 대지급제 등과 같은 구체적·개별적 사항에 대한 입법 의무가 새롭게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이미 여러 차례 가사소송법이 개정됐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 7월부터 개정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양육비를 주지 않는 배우자의 재산을 파악해 급여에서 정기적으로 양육비를 빼 직접 지급하도록 명령하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감치 명령이 가능하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19일 양육비 미지급자 두 명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