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를 27일 개최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뉴스원 제공북한이 27일 연말 전원회의를 개막했다. 지금이 김정은 집권 10년을 마무리하고 향후 10년을 다시 내딛는 시점임을 감안하면 회의의 시작을 알리는 노동신문 보도는 단 6문장으로 소략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회를 본 전원회의에서는 올해 당과 국가의 주요 정책 집행 실태를 결산·평가(총화)한 뒤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발전기를 열어 나가기 위한 다음 단계의 전략과 실천 과업들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노동신문은 "전원회의는 상정된 의정들을 승인하고 토의사업에 들어갔다"고 전했으나, 구체적인 의정(의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회의 시작 뒤 김정은 위원장의 회의 보고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일단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회의 규모는 지난 2019년 전원회의와 비슷한 규모로 관측된다. 노동신문은 당 중앙위 위원과 후보위원들만이 아니라 말단 시·군 및 주요 공장·기업소 간부들까지 방청으로 배석했다고 전했다.
통일부는 회의 참가 및 방청 범위로 볼 때 천여 명 정도가 회의에 참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이 참석 범위를 공장·기업소 간부로까지 확대한 것은 "현장의 의견을 전원회의에 수렴하는 한편 향후 회의 결정 사항을 현장에까지 전달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발표될 전원회의 결정 사항과 관련해서는 코로나19 출구전략 여부, 북한의 내년도 정책 목표 등 향후 10년 비전 제시 여부, 대남·대미 메시지 등이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출구전략 나오나?
북한은 코로나19에 대응해 지난 2년 동안 국경을 폐쇄하는 등 국가 봉쇄 수준의 최대비상방역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여전히 0명이다.
관심은 이런 '우리식 비방방역체계'에 변화가 있느냐 여부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코로나 19 방역 일변도가 아니라 방역과 경제·민생 분야를 동시에 병행하는 새로운 입장이나 방향성이 제시될지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작업하는 모습. 뉴스원 제공북한에서 코로나19 방역은 방역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방역을 위해 국경을 봉쇄하고 있기 때문에 이른바 '우리식 비상방역체계'에 변화가 없다면 기본적으로 민생 중심으로의 과감한 정책전환, 더 나아가 대외정책의 조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통일부 당국자는 "코로나19 방역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느냐 여부는 김 위원장이 강조해온 인민생활 개선과 관련한 함의 있는 조치, 더 나아가 대외관계까지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향후 10년 비전 제시되나?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노동신문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 용어가 '총동원' '총집중'이다. 국경이 봉쇄된 상황에서 외부 자원을 조달할 수 없으니 내부 조직과 내부 자원을 총동원하고 총집중해 위기에 대응한 것이다. 북한이 올해 반복적으로 강조한 '재자원화' 또는 '국산화'가 그런 예이다.
그런데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5개년 경제계획의 1년차인 올해는 내부 총동원으로 그럭저럭 대응했으나 2년차인 내년에는 목표의 상향 제시가 불가피한데, 과연 총동원·총집중 체제로 대응이 가능하겠느냐 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내년은 작게 보면 8차 당 대회에서 제시한 5개년 경제계획의 2년 차이고, 크게는 김일성 탄생 110주년, 김정일 탄생 80주년에다 김정은 집권의 새로운 10년이 시작함에 따라 장기적인 발전 노선 제시와 새로운 목표의 상향 설정이 필요한 해"라며, "북한이 어느 수위에서 내년 목표를 설정할지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 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스원 제공김정은 체제의 향후 10년 비전은 결국 국방력 비용 및 강화노선의 조정, 대미·대남 등 대외정책의 변화 여부와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남·대미 메시지는 어떻게 나오나?
북한에서 전원회의는 사실 대외메시지 보다는 당원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내부 당면과업과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목적이 더 크다. 그러나 북한은 2019년 전원회의에서도 대외정책방향을 독립된 의제로 논의해 제시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대남·대미 등 대외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리 정부가 제시한 종전선언, 남북협력방안 등에 대해 어떤 수준으로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북한이 제재와 코로나19 등 3중고에 직면해 내치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큰 변화가 없고 우리 정부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원론적 입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북한의 대남·대미 비난이 적었던 만큼 종전선언과 남북협력에 대한 화답이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올해 말과 내년 초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간인 만큼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서는 선택을 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여정의 공식 서열 변화하나?
김정은 위원장의 친동생이자 백두혈통인 김여정 당 부부장의 공식 서열에 변화가 있는가 하는 점도 관전 포인트이다.
회의장 제일 앞줄에 앉아 참석한 김여정 당 부부장. 뉴스원 제공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17일 김정일 10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 정치국 위원들 다음에, 정치국 후보위원들 앞에 14번째로 호명되어 정치국 위원 또는 후보위원으로 공식 서열이 상승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다만 노동신문이 전원회의 첫 날에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여정은 정치국원이 자리하는 주석단에 앉지않고 그 아래 1열에 자리했다.
"이것만으로는 김여정의 특별한 위상 변화나 지위 변동을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통일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통상적으로 전원회의 마지막 날에는 조직과 인사 문제도 논의되는 만큼 김여정의 공식지위 변화 여부도 조만간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