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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기]갓더비트 '스텝 백' 이런 뒷걸음질 치는 가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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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보기]갓더비트 '스텝 백' 이런 뒷걸음질 치는 가사라니

    지난 3일 신곡 '스텝 백'을 발표한 갓 더 비트. 왼쪽부터 카리나, 웬디, 태연, 보아, 효연, 슬기, 윈터. SM엔터테인먼트 제공지난 3일 신곡 '스텝 백'을 발표한 갓 더 비트. 왼쪽부터 카리나, 웬디, 태연, 보아, 효연, 슬기, 윈터. SM엔터테인먼트 제공'갓 더 비트'(GOT the beat)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여성' 가수들로만 구성된 첫 번째 프로젝트 유닛이다. 20년 넘게 솔로 활동을 한 보아의 첫 '그룹' 활동이라는 점, 보아와 소녀시대 태연·효연, 레드벨벳 슬기·웬디, 에스파 카리나·윈터까지 다양한 연차의 1980~2000년대 출생자가 두루 모였다는 점, '퍼포먼스 기반 유닛'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처럼 보컬·랩·댄스 등 각자 전문 분야를 갖추고 뛰어난 실력으로 정평이 난 이들로 구성됐기에 주목받았다.

    프로젝트성 유닛이긴 하나, 신곡이 있고 무대도 공개할 예정이어서 자연히 신곡을 향해 관심이 쏠렸다. SM엔터테인먼트는 갓 더 비트의 신곡 '스텝 백'(Step Back)을 "반복되는 베이스와 악기의 변주가 중독적인 힙합 R&B 곡으로, 가사에는 연인과의 사랑에 있어 자존감 높은 여성의 모습을 직설적인 표현들로 담았으며, 멤버들의 개성 있는 보컬과 탄탄한 가창력이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라고 소개했다.

    지난 1일 '에스엠타운 라이브 2022 : SMCU 익스프레스@광야'(SMTOWN LIVE 2022 : SMCU EXPRESS@KWANGYA)에서 최초 공개된 '스텝 백' 무대에서는 갓 더 비트의 탄탄한 실력과 화려한 끼를 만끽할 수 있었다.

    K팝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수를 지속해서 배출한 회사가 준비한 기획인 만큼, 매끈한 완성도와 그 완성도를 실현시키는 멤버들의 역량이 곳곳에서 빛난다. 이른바 '고음 발사' 구간이 잦은데도 여유롭게 소화하며, 누구를 센터에 세워도 어색함이 없다.

    왼쪽부터 카리나, 웬디, 태연. SM엔터테인먼트 제공왼쪽부터 카리나, 웬디, 태연. SM엔터테인먼트 제공사선으로 서서 얼굴을 팔로 가린 채 시작되는 무대에서 멤버들은 자기 파트 전까지 뒤를 바라보고 춤을 춘다. 도전적인 시작에서 자신감이 엿보인다. 그리고 멤버들이 언제 얼굴을 드러낼까, 하는 것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증폭하는 하나의 감상 포인트가 된다.

    슬기·태연, 웬디·윈터·효연, 효연·보아·카리나, 보아·효연·카리나·웬디 등 페어 안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단체 안무로 흐르고, 누구도 묻히지 않게 스포트라이트를 고르게 분배하는 영리한 연출 역시 인상적이다. 소속사 자체 콘텐츠인 스테이지 비디오의 카메라 워크는 이런 강점을 최대치로 높인 결과물이다.

    문제는 가사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7명의 멤버들"을 모아두고는 자신의 연인에게 접근하려는 다른 여성에 대한 비난 일색인 가사를 주었다. 스스로를 '어나더 레벨'(Another Level)이자 '넥스트 레벨'(Next Level)이라고 규정해도 모자람 없는 갓 더 비트는, 한껏 웅장함과 강렬함을 뽐내는 이 곡에서 고작 '내 남자친구에게 수작 부리는 것 같은 여자'의 존재를 험담한다.

    "연인과의 사랑에 있어 자존감 높은 여성의 모습을 직설적인 표현들로 담았"다지만, 여기서 간신히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은 '직설적인 표현'뿐이다. 자존감 높은 여성이라면서, "어델 어델 봐/너 감히 누구라고 날 제껴/이쯤에서 물러나고/입 닫는 게 좋을 걸/아님 어디 한번/기어 올라와 보던가//엔간히 끼를 좀 끼를 좀 끼를 좀/네가 부렸겠니"라며 그 누구보다 상대를 의식하고 흥분된 감정을 감추지 못한다. "남자들 다 똑같아/내가 뜨면 시선집중/여기저기 플래시 터져/찍어라 찍어라 찍어라"가 과연 자존감 높은 여성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을까.

    왼쪽부터 보아, 효연, 슬기, 윈터. SM엔터테인먼트 제공왼쪽부터 보아, 효연, 슬기, 윈터. SM엔터테인먼트 제공'내 남자 건드렸다'는 이유로 다른 여성을 '바보 같은 여자'(silly girl)라고 규정한 후 "착한 남자들에게/너는 독배 같은 것/마실수록 외로워", "네가 비빌 곳이 아니야"라고 일갈하는 가사. 지금이 2022년이라는 걸 상기하면 조금 멋쩍긴 하지만, 어쨌든 이런 소재와 내용이 노래 가사가 될 수는 있다고 치자.

    그런데 왜 'SM 최초의 여성 가수 유닛'이라는 상징성이 큰 갓 더 비트에게 이런 가사를 주는 것일까. 무대 최초 공개 전 에스엠타운 라이브 콘서트에서는 "세상 모든 여성을 위해 7명의 아티스트가 모였습니다"라며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여성들에게 바치는 헌사"라는 설명까지 더했다. 가사 내용을 접한 사람들이 이 설명을 기만 혹은 조롱으로 읽는 이유다.

    '스텝 백'은 SM엔터테인먼트 이사인 유영진이 단독 작사했다. 그는 H.O.T. '열맞춰', 동방신기 '라이징 선'(Rising Sun), '엑소 '마마'(MAMA) 등 SM엔터테인먼트 특유의 강한 퍼포먼스와 사회 비판적 가사가 특징인 SMP(SM Music Performance)의 대표주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20년 데뷔한 에스파의 경우 '블랙맘바'(Black Mamba), '넥스트 레벨'(Next Level), '새비지'(Savage)까지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센' 가사가 유영진의 손에서 탄생했다.

    최근작인 에스파 곡들에서도 특유의 '유영진 느낌'이 강해 호불호가 갈린다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그 곡들은 에스파와 아바타 '아이'의 연결을 방해하고 세상을 위협하는 '블랙맘바'라는 존재가 있다는 세계관 안에서 유효한 내용이었다. '남성' 연인을 둔 한 여성의 입장에서 다른 여성을 공격하는 노래는 아니었다, 적어도.
    '갓 더 비트'의 '갓'(GOT)은 보아가 2005년 발표한 대표곡 '걸스 온 탑'(Girls On Top)에서 따왔다. 당시 '걸스 온 탑' 소개 글은 아래와 같다.

    "이 노래는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여성들이 느끼는 남성 우월주의적인 표현들, 남성 중심의 편견 틀에 박혀있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에 대항하고 그것을 거부하는 강한 외침을 담고 있다. 더 이상 우리 사회에 고질적으로 팽배해 있는 성적인 차별을 묵인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와 더불어 여성으로 살면서 느끼는 미묘한 불평등조차 이제는 모든 인간의 마음에서 사라져야만 한다는 내용도 내포하고 있다."

    보아가 "'당당한 여성상'을 표현하는 그 노래가 너무 좋았다"라고 밝힌 '걸스 온 탑'의 작사가 역시 유영진이다. 17년 전에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에 대항'했던 그가, 어째서 2022년에 와서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재생산하는 걸까.

    음원 정식 발매 전 선보인 한 번의 무대에, 사람들은 뛰어난 퍼포먼스에 감탄했고 가사에 경악했다. 세상에 나온 이상, 이 가사는 이제 누구나 따라 부르고 흥얼거릴 수 있다. 발음이 좋은 멤버들인데도 평소보다 가사가 덜 또렷하게 들려서 다행이라는 반응은, 단순한 농담조의 밈(온라인을 통해 유행하는 특정한 문화 요소)이 아니다. 기대를 실망으로 바꾼 가사에 대한 분명한 '개선 요구'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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