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타인의 신체를 상습적으로 불법 촬영한 사람이 검거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수사기관이 휴대전화 압수수색 과정에서 당사자 참여권을 보장해주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무죄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4월 2일 오전 8시 20분께 시내버스 안에서 휴대전화 카메라로 학생(당시 16세)의 신체를 촬영하는 등 1개월가량에 걸쳐 사람들의 다리나 치마 속을 촬영한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재판에서 A씨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혐의를 입증할 증거인 휴대전화 속 불법 촬영물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였기 때문이다.
법원에 따르면 그가 불법 촬영으로 덜미를 잡힌 것은 2018년 3월 10일이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이 범행을 혐의사실로 삼아 4월 5일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았고, 영장에 따라 A씨 소유 휴대전화 2대를 압수한 뒤 디지털 증거 분석을 했다.
경찰은 이 휴대전화들 속에서 사람들을 불법 촬영한 사진·동영상을 여럿 발견했지만 정작 영장에 적힌 범행 관련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
어찌 됐든 불법 촬영물을 확보했다고 생각한 경찰은 A씨를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휴대전화 속 자료들을 유죄 증거로 들며 A씨가 2018년 3~4월에 모두 23회에 걸쳐 타인의 신체를 몰래 촬영했다는 내용의 공소장을 작성했다.
1심과 2심은 애초에 수사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증거인 불법 촬영물들은 압수수색영장의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데다 휴대전화에서 증거를 찾아 확보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A씨의 참여권도 보장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경 수사가 위법하니 A씨의 자백이 있어도 그것을 뒷받침할 증거는 없는 셈이 됐다.
대법원은 하급심과 달리 경찰과 검찰이 확보한 불법 촬영물이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로는 사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범행 간격이 짧고 공중이 밀집한 장소에서 불특정 사람들을 물색해 촬영하는 등 수법이 동일한데, 피해자들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라면 동영상을 간접·정황증거로 쓰일 수도 있었다는 취지다. 하지만 증거 확보 과정에 A씨의 참여를 배제한 점이 결국 문제가 됐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객관적 관련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해도 피고인에게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위법이 있는 이상 이 사건 동영상은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원심의 잘못은 (무죄) 판결에 영향이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