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창원 기자"2005년 2기 신도시 조성 당시 고양지청에서 파주 운정지구 투기 의혹을 직접 수사한 경험이 있다. 공적 정보를 도둑질해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인 만큼 땅과 돈의 흐름을 좇아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내부 정보 이용 땅 투기 의혹에 대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해 3월 7일 한 언론사를 통해 밝힌 입장이다.
그는 "(LH 직원 등) 토지 등기부등본에 있는 사람만 불러 조사할 게 아니라 투자 가치가 큰 땅과 관련해선 돈의 흐름을 추적해 실소유주를 밝혀내야 한다"고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파주 운정지구 불법 택지불하 사건의 주임검사였던 윤 후보는 지난 2006년 1월 사기미수와 업무방해 등 5명을 구속기소하고 나머지 12명은 불구속기소했다. 기소 대상이 된 업체는 8곳이었다.
이들은 택지개발사업 내에서 예정지구 지정 공고일 이전에 토지를 취득한 민간 건설업체에게 일정비율의 공동 주택용지를 수의계약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한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을 악용해 불법으로 택지를 불하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택지를 저렴한 가격으로 수의계약하려면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 공고 시점인 2003년 5월 13일 이전에 토지 매입계약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뒤늦게 매입한 토지를 이전에 산 것처럼 매매계약 일자를 바꾼 뒤 주택공사에 공동주택용지 수의공급 신청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이를 업무 방해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윤 후보가 내세운 검사시절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다.
하지만 윤 후보가 특정 업체를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봐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업체는 윤 후보와 밀착 의혹이 제기됐던 삼부토건이다.
삼부토건과 공동시행했는데…동업자만 처벌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파주지역 시행업체인 SM종합건설의 장모 대표는 지난 2002년 말 삼부토건과 사업 협약을 맺고 운정지구에서 아파트 사업을 벌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장 대표는 삼부토건을 찾아가 공동 시행을 제안했다.
사업을 위한 토지 매입대금을 삼부토건에서 대고 시행 이익을 나누기로 했다. 공동사업에는 두 회사말고 삼부토건 임원이 세운 회사(미래가)도 참여하게 돼 이익 배분은 대략 4(삼부토건):4(SM종건):2(미래가)로 결정됐다.
삼부토건은 이들 두 회사에 토지매입 등 초기사업비를 제공하고, 아파트 시공을 맡았다. 하지만 일부 토지주인 등을 중심으로 매매 계약서가 허위로 작성됐다는 의혹과 민원이 제기되면서, 결국 SM종건 등을 포함해 8개 업체가 수사선상에 올랐다.
토지 매입계약 날짜를 택지지구 예정지구 지정 공고일보다 앞당겨 기존 토지의 일정비율로 택지지구 내에서 대토를 받으려다 덜미가 잡힌 것이다. 여기에는 SM종건의 장씨도 포함됐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는 "땅 매입작업은 장씨가 주도했고 땅은 사실상 공동으로 소유한 것"이라고 전했다.
황진환 기자검찰 수사 결과, 장씨가 이런 식으로 매입 날짜를 조작한 땅은 3만 2천 평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동업 관계에 있던 삼부토건은 수사 대상에서 빠졌다.
검찰은 "형사사건은 실제 행위를 한 사람을 중심으로 처벌한다"는 이유로 장씨만 처벌하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기소된 5명에 포함됐던 장씨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장씨는 SM종건과 삼부토건과의 관계, 사업 구조 등에 대해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윤 후보는 본인 말처럼 땅과 돈의 흐름을 좇아가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삼부토건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변호사는 "돈을 댄 쪽은 당연히 수사 대상에 넣었어야 했다"면서 "삼부토건이 사업 과정에서 주도권과 결정권을 가졌다면 주범이 될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2차 토지대금 대출도 기준날짜 넘겨 …축소 기소 의혹
또다른 의혹도 있다. 장씨와 삼부토건이 함께 매입한 땅 전체가 매매계약 일자가 조작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관련 정황은 7년 정도 지난 2013년 1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삼부토건 배임.횡령 등 의혹을 수사하면서 드러났다.
당시 삼부토건 이모 부장은 검찰에 출석해 SM종합건설에 1블록은 2003년 9월 9일~22일, 2블록은 2004년 8월 20일~9월 20일에 걸쳐 각각 128억 원과 83억 원을 토지매입 비용으로 대여했다고 진술했다. 이런 내용은 삼부토건 법무팀이 검찰 조사 직후 이 부장을 대상으로 작성한 내부 보고서에 나온다.
전체 토지 매입 대금 대출이 토지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 기준 시점보다 늦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SM종건이 주공과 수의계약으로 불하받은 전체 토지에 불법성이 있었을 개연성이 크다.
삼부토건 홈페이지 캡처그럼에도 삼부토건은 SM종건 등과 함께 파주운정지구 내 두개 블록의 땅을 주공으로부터 받아 아파트 사업을 이어나갔다. 2007년 이들 블록에서 모두 2114가구를 분양해 1천억 원대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윤 후보가 삼부토건의 분양사업이 지장을 받지 않게 눈감아 준 게 아니냐는 의문을 낳는 대목이다. 애초 매입한 토지가 수의계약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삼부토건 등의 땅은 감정가에 의해 주공에 수용당하게 된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윤 후보 측은 "윤 후보는 검사 시절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였고, 어느 누구에게도 면죄부 수사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부토건이 왜 수사대상에서 빠지게 됐느냐', '장씨와 삼부토건이 매입한 전체 땅이 수의계약 조건에 맞지 않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운정지구 기소한 2006년, 삼부토건 회장과 골프 기록
윤 후보와 삼부토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골프 접대 등의 의혹이 제기됐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한겨레신문·오마이뉴스 등은 지난해 7월 삼부토건 조남욱 전 회장의 일정표를 근거로, 그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윤 전 총장과 여러 차례 골프를 함께 하고, 윤 후보에게 명절 선물이나 만찬 등의 접대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윤 후보는 조 전 회장과 오래된 사이임을 인정한 바 있다.
그는 "조남욱 전 회장은 알고 지내던 사이로 20여년 전부터 10년 전 사이에 여러 지인과 함께 통상적인 식사 또는 골프를 같이 한 경우는 몇차례 있었다"고 했다.
윤 후보는 다만 "평소에도 그래왔듯이 비용을 각자 내거나 번갈아 냈기 때문에 '접대'를 받은 사실은 전혀 없다"며 접대 의혹은 부인했다.
윤 후보의 말대로라도 그가 파주 운정지구 수사를 할때도 조 전 회장과 교류를 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조 전 회장 일정표를 보면, 윤 후보는 해당 사건에 대해 기소한 해인 2006년 10월 5일 조 전 회장과 첫 골프 회동을 한 것으로 나온다. 윤 후보에게 첫 선물이 전달된 시기는 다음해인 2007년 9월 20일로 기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