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당시 이현동 국세청장최근 이현동(64) 전 국세청장이 무죄를 확정 받은 'DJ 뒷조사' 사건의 시작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사건은 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수조억 원의 비자금을 해외로 빼돌려 숨겼다는 풍문이 발단이다. 2004년 경 DJ 차남 측근이 미국에 부동산 투자를 했고 그 자금 중에 DJ의 비자금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풍문성 정보에 기초해 2010년 이명박(MB) 정부 당시 국정원은 DJ의 비자금 풍문성 비위정보를 수집·생산하는 비밀 공작인 일명 '데이비슨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데이비슨은 DJ의 'D'에서 따왔다. 2년여 간의 조사 끝에 해당 풍문은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자체 종결되면서 조용히 끝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2017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각 부처별로 '적폐청산TF'가 구성·가동되면서 이전 정부의 비리·부정 의혹들을 파헤치기 시작했고, 그해 말 검찰은 이명박 정부 시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당시 최종흡 국정원 3차장과 김승연 대북공작국장에게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위정보 수집을 지시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
2019년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황진환 기자이때 수사의 총책임자였던 서울중앙지검장이 바로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다. 그리고 3차장은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의 지시를 받은 최 전 차장과 김 전 국장은 DJ 비자금 추적에 협조해달라며 해외 정보원 등에게 대북 업무에 쓰여야 하는 대북공작비를 유용한 것으로 파악했고, 이 과정에서 국세청도 국정원의 '데이비슨 프로젝트'에 동원됐다고 판단했다.
당시 공소장에 따르면, 국정원이 2010년 5월 당시 국세청 차장이었던 이현동 전 청장에게 미국의 DJ 비자금 추적을 요청하며 2년 간 12회에 걸쳐 5억 3500만 원과 4만 7천 달러의 대북공작금을 지급했다. 또 2011년 9월 이 전 청장이 원 전 원장 지시를 받은 김 전 국장에게 국세청장 접견실에서 활동비 명목으로 쇼핑백에 든 현금 1억 2천만 원을 받아 챙겼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명시됐다.
검찰은 '데이비슨 프로젝트'와 관련한 정치적 목적을 의심했다. 2009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추모 분위기가 지속되고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여론이 형성되자, 원 전 원장이 이 같은 여론을 잠재우려는 목적을 가지고 무리하게 조사를 벌였다고 판단했다. 그 과정에서 국세청이 동원됐고, 이 전 청장도 공범으로 김 전 대통령의 뒷조사에 가담했다고 본 것이다.
원세훈 등 국정원 간부들 '실형'.. 이현동은 '증거 불충분'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한형 기자재판에 넘겨진 원 전 원장과 간부들은 국정원 특활비 일부를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뒷조사'에 유용한 혐의가 대부분 인정돼 실형을 확정 받았다. 하지만 국정원의 뒷조사를 지원한 혐의를 받는 이 전 청장에겐 무죄가 확정됐다.
원 전 원장은 지난해 11월 징역 9년이 확정됐다. 그는 국정원 예산으로 전직 대통령의 비위 풍문을 수집·확인한 혐의 외에도 민간인 댓글 부대를 운영한 혐의, 이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2억 원을 뇌물로 건넨 혐의 등으로 9차례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국정원 간부 최 전 차장과 김 전 국장 또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지난해 3월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최 전 차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 전 국장도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이들의 대북 공작 자금 사용이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본 1심 재판부의 판결이 맞다고 봤다. 1심에서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국고에 납입해야 할 국정원 가장사업체 수익금을 위법하게 유용해 DJ 공작 사업에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DJ 뒷조사'를 한 혐의로 기소된 이현동 전 국세청장에 대해선 모든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판결 이유로는 △돈 받았다고 볼만한 정황이 없는 점 △김승연 대북공작국장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점 △이 전 청장이 국정원으로부터 한정된 범위의 정보만 받으며 내부의 의사 결정에 관여하지 못하는 위치였던 점 △국정원 측이 국고에 손실을 입히려 했다는 것을 인식할 외부 정황이 있음에도 적극 가담했다는 게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런 정황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