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국무총리가 10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사체계 전환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이유에 대해 "경제·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과 모임규모를 제한하는 거리두기는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에 대한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실제로 소상공인들에 대한 정부의 피해보상은 턱없이 부족해 일찌감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김총리가 쏘아올린 '거리두기 완화' 의제…위험지표 안정이 전제
김 총리는 "언제라도 저희들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는 말로 조기 거리두기 해제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사적모임 최대 6인, 식당·카페 밤 9시까지 영업'을 골자로 한 지금의 거리두기 유효기간은 오는 20일까지다.
하지만 김 총리가 결단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사항이 있다. "위중증과 사망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방역 상황을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도 역시 집중관리군과 일반관리군을 나눠 관리한 재택치료 이원화 등 일련의 오미크론 대응체계 개편을 언급하며 "이런 제도의 정착 여부, 또 유행상황이라든지 위중증과 사망률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앞으로 일주일의 시기가 남아 있지만 이에 불구하고 (완화)할 수 있으면 하겠다는 그런 의지의 표명이라고 이해하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오미크론 유행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일주일 사이 '더블링'(두 배로 증가하는 현상)되고, 아직 정점도 가늠할 수 없는 시기에 김 총리가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위험도를 측정할 수 있는 핵심지표가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신규 확진자 수는 설 연휴 이후 급격히 늘어 최근 이틀간 5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위중증 환자는 꾸준한 감소 이후 2주째 2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신규 확진자 수가 5409명이었을 때, 위중증 환자는 1151명까지 치솟기도 했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잡는 과정에서 지난달 19일 신규 확진자 수가 5000명대에 진입한 이후 확산세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통상 신규 확진자 수가 증가하면 2~3주 시차를 두고 위중증 환자 수도 늘었는데, 3주가 됐지만 아직 위중증 환자 수에 급격한 증가는 없다.
10일 오후 서울광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PCR검사 및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중인 시민들을 안내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위중중 환자의 후행지표인 사망자 수 역시 큰 변동은 없기는 마찬가지다.
또다른 근거는 우리보다 먼저 오미크론을 겪은 다른 국가들이 속속 방역규제 완화에 나섰다는 점이다. 오미크론 유행이 한풀 꺾인 미국과 유럽 등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지하고 나섰다.
독일과 프랑스는 백신패스 제시 의무화 해제절차에 들어갔으며, 스웨덴은 덴마크·노르웨이에 이어 방역규제를 완전히 해제했다. 영국은 사실상 '위드 코로나'에 접어들었다.
정부가 실제 방역규제 완화에 나선다면 거리두기가 우선순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라든지 QR코드 등은 예단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다 나름대로의 용도와 쓰임새가 많이 있다"고 했다. QR코드의 경우 실효성이 떨어진 전자출입명부로도 쓰이지만, 방역패스 기능도 함께 있다.
전문가들 "섣부른 방역규제 완화 안돼"…"개인 스스로 책임질때" 의견도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완화보다는 닥쳐올 오미크론의 최대 파고에 대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도 나중에는 유럽 등 다른 나라처럼 (방역을) 완화할 수 있지만, 앞으로 위중증 환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금 상황이 관리 가능한 수준에 왔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정부는 '좋아질 거야, 방역 규제 완화할 거야', 라는 식의 사인만 줘서는 안 된다"면서 "추정 환자가 수십만 명이 됐을 때엔 유럽처럼 봉쇄 조치(이동제한·영업금지)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결정과 관련준비를 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행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는 섣불리 방역을 완화하기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거리두기를 (마냥) 강화하는 것도 국민이 더 이상 수용하기 어려운 상태"라면서 "이제는 개인이 스스로 보호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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