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역 코로나19 선별 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이한형 기자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에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던 위중증 환자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위중증 환자와 함께 각종 방역 '위험지표'도 이번 주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그간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던 방역당국의 오미크론 대응 역량도 시험대에 올랐다.
17일 만에 위중증 환자 300명대…고령층 확진자도 증가세
1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4일 0시 기준 위중증 환자수는 306명으로 그 전날 대비 18명 늘었다. 지난달 28일 316명 기록 후 줄곧 200명대를 기록했던 위중증 환자는 17일 만에 다시 300명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12월 29일 1151명까지 치솟았던 위중증 환자는 3차 접종 효과와 거리두기 강화 효과로 지난달 4일(973명) 세 자릿수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달 4일(257명) 저점을 찍은 후 감소세가 차츰 둔화돼 11일부터는 271→275→288→306명을 기록해 4일 연속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위중증 환자뿐만이 아닌 다른 방역 '위험지표'도 서서히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젊은 층에 비해 위중증화 위험이 높은 60세 이상 고령층 환자는 1월 넷째 주 하루 평균 951명이었지만 2월 첫째 주에는 2075명 그리고 지난주에는 5383명으로 늘었다. 전체 확진자 대비 비중은 같은 기간 8%→9.2%→11.7%다. 주간 사망자 수도 지난주 187명으로 직전 주(2월 첫째 주) 146명에서 41명 늘었다. 위중증 환자수와 선·후행지표 모두 상승세를 보인 셈이다.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 음압병동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업무를 보고 있다. 이한형 기자오미크론이 델타에 비해 위험도가 현저히 낮긴 하지만 고령층 환자에게는 여전히 안심하기는 어려운 수준인 것도 고려할 지점이다.
오미크론 감염 시 중증화율은 40대 0.5%, 50대 1.5%, 60대 0.3%, 70대 3.6%, 80대 이상 9.3%고 델타 감염의 경우 40대 0.5%, 50대 1.5%, 60대 3.1%, 70대 8.1%, 80대 이상 16.8%다. 델타가 더욱 위험하지만 70대 이상이 오미크론에 감염됐을 때의 중증화율은 40대 이하가 델타에 감염됐을 때 중증화율보다는 훨씬 높다. 젊은 층의 델타 감염보다는 고령층의 오미크론 감염이 더 위험하다는 뜻이다.
위중증 환자 수는 현시점이 아닌 2~3주 전 신규 확진 규모를 추종하는 '후행지표'로 지난달 말 급증한 환자에 따른 영향이 이제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이 점에 근거해 유행 규모에 따라 이달 말에는 위중증 환자가 1500~2500명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지난 7일 국회에서 밝힌 바 있다.
이번주 '오미크론 대응' 가늠자…"예상보다 더 중환자 늘 가능성" 우려도
그간 방역당국은 확진 규모가 커지는 건 오미크론 유행에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봐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고위험군에 의료 역량을 집중해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의 증가폭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위중증 환자수를 비롯해 위험지표가 상승세로 본격 전환된 이번주가 방역당국의 오미크론 대응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 위중증 환자 증가폭 감소 등 안정적인 상황 관리 역량에 따라 향후 거리두기, 방역패스 등 방역조치를 완화할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뜻이다.
방역당국도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고령층 확진자의 절대수가 늘고 있어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신규 확진과 보통 2~3주 시차 두고 증가하는 경향을 보면 이번 주부터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기준 의료대응 여력은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13일 오후 5시 기준 전국 코로나 중증 병상 2573개 병상 중 662개가 사용 중으로 가동률은 25.7%에 머무르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위중증 환자는 현재 1500명 선까지 감당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중환자 전담치료병상 가동률은 20%대, 준중증 및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가동률은 40%대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신속항원검사키트를 정리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하지만 최근 입원환자가 증가하며 감염병전담병원 병상 가동률은 1월 셋째 주 30.0%에서 지난주 44.6%로 늘었고 재택치료 의료기관 가동률도 이 기간 34.6%에서 85.1%로 대폭 증가했다. 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압박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오미크론 정점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방역이 완화되면 위중증 환자가 관리 가능한 여력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전문가들로부터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는 확진 규모가 10만 명 전후로 쭉 일정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보지만 실제로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현 검사 체계로 환자를 다 식별하지 못해 중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중환자 병상이 막상 1500, 1800개 이상 실제 운영이 되면 의료 체계가 한계에 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