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졸업생 대표연설에 나서는 박혜린씨. 카이스트 제공"제 앞길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끊임없이 나타나겠지만 저는 카이스트가 더 굳게 심어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그 장애물을 넘어설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KAIST) 전산학부 박혜린(24)씨는 오는 18일 열리는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대표연설로 이같은 메시지를 전하기로 했다.
박씨는 중증 뇌성마비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카이스트에 입학한 최초의 중증 장애 학생이다.
몸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도움을 받으면 학업에 전혀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로 진학했고 2017년 카이스트에 입학했다.
대학에서 처음으로 마주친 문제는 자주 이동해야 한다는 것. 수업시간마다 강의실을 옮겨 다녀야했다. 휠체어를 이용하기 때문에 사람들로 가득 찬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도 쉽지 않았다.
계단 때문에 가까운 길을 두고 멀리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고, 어렵게 찾은 입구가 자동문이 아니어서 난감한 적도 있었다. 어머니의 도움으로 학교생활을 했지만 첫 학기에만 몸무게가 10킬로그램 빠졌다.
그래서 박씨는 장애물을 제거하기로 했다. 개선이 필요한 점들을 학교에 건의에 학교를 바꾸기로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장애인 주차구역의 위치와 크기가 바로 잡혔고, 계단 때문에 휠체어가 접근하지 못했던 곳에는 경사로가 설치됐다. 졸업필수요건에 포함됐던 체육 교과목 이수 항목에는 예외규정이 만들어졌다.
카이스트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전에는 누구도 그 불편함을 실감하지 못했었다.
당시 학생생활처장이었던 류석영 교수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사실을 머리로 아는 것과 그 필요성을 실제로 체감하는 일이 다르다는 것을 혜린이는 통해 배웠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교생활에 적응한 박씨는 2017년 12월에는 대통령 장학생으로 선발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장학증서를 받기도 했다.
당초 수학자가 되고자 수리과학과에 입학했던 박씨는 학부 1학년 때 경험한 프로그래밍에 흥미를 느껴 2018년 전산학으로 전공을 바꾸었고 다음달 카이스트 전산학부 석사 과정에 진학한다.
박씨는 "소수 중에서도 소수의 삶을 살다 보니 보편적인 학생들과는 다른 관점을 갖게 됐다"며 "다른 사람이 착안하지 못하는 내 눈에만 보이는 무언가를 발견해 우리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연구를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