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신속항원검사 키트의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다음달부터 확진자의 동거인은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격리에서 면제되고 PCR(유전자 증폭) 검사 의무도 사라진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5일 정례브리핑을 열고 변경된 동거인 관리 기준을 발표했다. 확진자 폭증에 따른 일선 보건소의 업무 부담으로 불가피하게 지침을 변경했다는 설명이다.
백신 안 맞아도 격리되지 않고 '자율적'으로 수동감시
확진자의 동거인은 예방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격리되지 않고 수동감시를 받는다. 수동감시란 해당기간 평소처럼 일상생활을 하면서 발열·호흡기 증상 등이 발생하면 인근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를 받는 조치를 이른다.
수동감시 대상자는 확진자의 검사일로부터 3일 이내 PCR 1회 및 7일차 신속항원검사가 권고된다. 확진자의 동거인은 밀접접촉자로 인정돼 무료로 선별진료소에서 PCR검사를 받을 수 있다. 7일차 신속항원검사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받는 것뿐 아니라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하는 것도 인정된다.
또 확진자 검사일로부터 10일 동안 ▲시기에 맞게 검사 ▲3일간 자택 대기 ▲이후 기간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시 KF94(또는 이와 동급) 마스크 상시 착용 ▲감염위험도 높은 시설 이용 및 사적모임 제한 등의 권고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조정된 기준은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며, 시행일에 기존 지침으로 관리 중인 대상자에게도 소급 적용한다.
학교의 경우 학기 초 철저한 방역 하에 정상적인 등교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새학기 적응기간 이후인 다음달 14일부터 변경된 지침이 적용된다.
확진자 1명 당 관리 동거인 최소 2.1명‥"관리 역량에 한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7만 1452명 발생한 23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있다. 황진환 기자
정부는 동거인의 관리 지침을 변경한 배경으로 확진자 관리에 집중해 일선 보건소의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는 점을 강조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확진자 1명당 관리가 필요한 동거인의 수는 최소 2.1명이다. 하루 확진자가 5만 명만 돼도 관리해야 할 동거인이 10만명에 이른다. 동거인에 대한 분류와 통보 등의 절차가 확진자 관리의 지연을 초래할 정도로 한계에 다다랐다는 설명이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하루 확진자가 10만명에서 17만명이 됐다는 것은 한 보건소 당 (관리하는 확진자가) 1천명에서 1700명이 됐다는 것"이라며 "확진자의 당일 처리도 힘든 상황에서 가장 어려운 게 동거가족의 격리문제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거인의 격리와 검사가 사실상 '자율'에 맡겨지며 숨은 감염자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불가피한 부분이 될 수 있다"면서도 "권고사항과 주의사항, 행동수칙을 정확하게 적시에 안내하고 지속적으로 협조를 요청드리는 방식으로 숨은 감염자의 규모를 줄여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